또 강원도
읽고, 쓰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삼위일체다.
연약한 인간을 삼키려는 매서운 녀석들이 몰려오지만 도로 위는 평화롭다. 내 눈에만 보이는 환상인가, 파도가 보이지 않는 듯 빠른 속도로 쌩하니 지나쳐가는 차들이 겨울바다보다 냉혹하고 차가울 지도 모르겠다. 급히 해결해야 할 용무라도 있는 걸까? 이럴 땐 차라리 뚜렷한 목표 없이 흘러가는 편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 없는 무대에 파도는 더욱 사납게 횡포를 부리고 목적 없이 털털털 느리게 달리는 나와 눈이 맞았다.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린 험악하지만 진실된 마음을 주고받는다.
'바람이 세다고!'
'알아, 여기도 만만치 않게 춥거든!'
설 연휴가 끝나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손님이 물밀듯 몰려드는 소위 핫플은 아니지만 연휴에 가게 문을 닫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명하지 않아 쉬는 날에 더 죄책감이 든다. 지난한 공휴일이 끝나고 나도 뒤늦은 귀성 행렬에 동참했다. 쉬지 않고 3시간을 달려 도시에 사는 엄마집에 도착하자마자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등 따시고 배부르게 늦잠만 자는 한량이 되어버렸다. 삼시 세끼만 먹어도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얼마나 있으려고?"
"내일모레까지?"
"이렇게 짧게? 김밥 재료랑 다 사놨는데..."
"강원도 갈 거야."
"또?"
그래, 또 강원도에 왔다. 누가 제발 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고 싶은 데 가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퉤퉤퉤' 이런 불경한 소리를 하다니 당장이라도 소금을 뿌리고 싶지만 강원도로 카지노 게임 추천을 '또' 떠나자고 결정해 놓고 어쩐지 한 달 전과 다르게 따라주지는 마음에 어떤 문제라도 생긴 걸까?카지노 게임 추천 가기 싫다니. 쓰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느껴지는 문장이지만 가고 싶다는 마음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은 못된 생각 때문에 정말로 카지노 게임 추천을 물려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 2박 3일 일정을 잡아놓고 숙소 환불 규정을 찾아봤을 정도니 말 다했다.
'환불 불가'
(숙박비가 아까운 게 제일 크고) 올해 바빠지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위기감으로 겨우 달래고 얼러따뜻하고 풍요로운 엄마집을 떠났다. 다행히 속초까지 차 타고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딱 기분 좋게 운전할 정도의 거리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늘 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전국의 여러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봤지만 양양고속도로에 있는 내린천휴게소는 뱅글뱅글 왔던 길을 돌아가더라도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게다가 가격은 얼마나 합리적인지 소떡소떡 한 꼬치에 4500원을 받는 다른 휴게소를 보면 이제 화가 날 지경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카지노 게임 추천 가기 귀찮다고 징징대던 사람은 어디 갔는지 복작복작한 식당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고개를 쭉 빼고 1초라도 빨리 메뉴를 보려는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왕돈가스를 먹으면서 급하게 다른 스낵류를 스캔하다가 식탁 한가득 추로스, 커피, 소떡소떡이 들어찼다.
"여기서 이렇게 먹으면 물회는 어떻게 먹지?"
"그냥 바다 구경이나 하자. 여기가 제일 맛있겠고만."
속초 물회는 물 건너갔다.
아직 강원도 바다는 구경도 못했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휴게소에 미련이 남아 질척거린다는 소리를 들으면 콧방귀를 뀌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내린천휴게소는 진짜 맛집이다.
관광지의 맛집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 알음알음 찾아가거나, 민박집주인 소개로 지도에 나오지 않는 식당을 찾거나, 운전 중우연히 들른 집이 맛있거나, 실패하더라도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편하게 들르던 식당들은 이제 예약 없이 문지방도 못 밟는 줄 서는 맛집이 되어버렸다. 세상이 너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카지노 게임 추천지를 다룬 수많은 콘텐츠가 클릭 한 번으로 재생되고 가보지 않아도 어떤 조합으로 메뉴를 시켜야 하며, 할인팁부터 대기 장소인 인근 카페까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지만 마냥 좋아하기에 내 분별력이 따라주지 않아 혼란스럽다. 슬프게도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식당들은 생김새는 같을지라도 맛이 영 예전만 못하다.
"엄마, 이제 00 기억하지? 거기에서 생선찜 먹으려면 전화 예약 해야 한대."
"그래 ~ XX은 물회 팔아서 건물을 세웠다더라."
오픈하자마자 예약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전설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 되어버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러 찾아갈 수도 없다. 그렇게 맛있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관광지에서 맛집을 기대한다는 자체에 미련을 버렸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지만 휴게소의 소떡소떡 이후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집도 모조리 실패였다.
"줄 서서 먹는다는 집을 더는 못 믿겠어!"
"우리가 개척하자!"
지난여름 강릉으로 피서 왔을 때 우연히 발견한 막국수집이 있었다. 문 닫기 직전이라 한 테이블 빼고 텅텅 비어 있는 식당에 반신반의하며 들어갔지만 누가 알았을까 우리의 인생 막국수집이 될 거라고. 들깨향 고소한 비빔 막국수와 새콤달콤 시원한 물막국수는 완벽했다. 게다가 찰떡보다 쫄깃쫄깃한 면은 도대체 비법이 뭔지 주방에 쳐들어가 훔쳐보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는 지난여름 내내 '막국수 먹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고 입맛 없을 때마다 막국수 한 그릇 먹자고 강원도로 훌쩍 떠나는 상상을 했다. 한 달 전 강릉 카지노 게임 추천 때도 왔었는데 겨울철 단축된 영업시간도 모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오픈 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아직 물이 끓지 않아서 기다려야 한다고 연신 사과하는 사장님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며 카지노 게임 추천자의 여유와 배려를 발휘했다. '아쉬운 건 저희인걸요.' 기다린 보람이 있다. 물막국수 한입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평소 같으면 남겼을 정도로 양이 많았지만 먹을수록 오히려 입맛이 돈다.
"이걸 언제 또 먹을 수 있겠어."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우자."
강원도에 살았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물과 비빔을 번갈아 먹으며 쿠폰제라도 만들어 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줄 서는 식당보다 내가 찾은 내 입에 맞는 식당이 제일이다.
카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커피의 도시 강릉에는 카페만 900여 개에 달한다. 물막국수를 먹고 입이 터졌는지 색다른 디저트가 먹고 싶었다. 지도를 보다가 막국수집 근처 초당동에 '팥'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나왔다. 거친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며 출입문을 열어젖히자 카페 내부의 뜨거운 공기가 훅 - 하고 얼굴을 덮쳤다.
'고소한 냄새!'
카페에는 뭉근하게 끓인 팥냄새가 진동카지노 게임 추천. 분명 정성 들여 약불에 오래도록 끓인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이 안쪽에서 가스버너를 서너 개 늘어놓고 솥과 냄비를 주걱으로 천천히 젓고 계셨다. 커다란 알밤과 호두, 견과류와 알알이 박힌 팥 본연의 달달한 맛이 섞여 입안이 즐거웠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물막국수 한 그릇을다 먹고, 팥빵을 두 개나 먹었는데 팥죽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먹성이 좋았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은 집 나간 입맛도 붙잡아 온다.
그제야 기운이 났다. 역시, 카지노 게임 추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서서히 머릿속을 장악하면서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카지노 게임 추천지에서 잊지 않고 찾는 책방 투어, 이번에는 <고래책방에 들러 신간코너와 직원 추천 코너를 꼼꼼히 둘러보다가 <환희의 인간을 집어 들었다.
'읽고, 쓰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삼위일체다.'
뒷장에 쓰인 한 문장에 꽂혀 집어 들었는데 너무나도 프랑스스러운 낭만적인 문장에 한 문장씩 아껴서 읽고 싶은 마음에 에세이를 천천히 부드럽게 삼킨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 동안 햇살이 내리쬘 때마다 창을 마주 보고 앉아 프랑스인의 문장을 읽었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연일 동파와 안전사고문자가 날아오는와중에 칼바람을 이겨내고 수영장도 알차게 다녀왔다. 영하 10도를 뚫고 루프탑 수영장에 올라온 카지노 게임 추천자들은 진정한 승리자였다. 몇 안 되는 승리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실내와 실외 수영장을 왔다 갔다 하며 차지해 버렸다.온몸의 긴장을 풀고 둥둥 떠오르면 매서운 칼바람에 저절로 이동하는 강추위였지만 숙박 취소 직전까지 갔던 손가락이 무색하게 행복하게 헤엄쳤다.
눈을 감으면거센 파도가 더 잘 보이는 올 겨울 마지막 카지노 게임 추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