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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Mar 04. 2025

더 겁이 나는 건 무엇인가

토끼와 카지노 게임 추천의 경우

오랜만에 화이트보드를 꺼내달라더니 아이는 숫자 공부를 하겠다며 숫자를 적으라고 한다. 따라 써보겠다며 1부터 10까지 느리지만 진지하게 노트에 옮겨 적는다. 한참 만에 다 썼다며 보여준 숫자는 크고 작은 게 들쭉날쭉하고 어떤 숫자는 왼쪽 오른쪽이 바뀌어 있다. 시키지도 않는 공부를 재밌다며 하는 걸 보면서 한참 나중에는 반대가 될지도 모를 모습이 떠올라 자꾸 웃음이 났다.


시간이 흘러 저녁, 아이가 앞에 와 앉기에 썼던 숫자를 지우고 되지도 않는 솜씨로 쓱쓱 카지노 게임 추천(라고 주장한)를 그려줬다. 이게 뭔지 묻는 아이에게 카지노 게임 추천라고 했더니 카지노 게임 추천 눈이 열심히 하는 눈처럼 보인다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뭘 열심히 한다는 걸까 생각하다 흔한 어른의 상상에 토끼와 카지노 게임 추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응, 카지노 게임 추천는 토끼지.


카지노 게임 추천보다 나을 게 없이 되지도 않는 선 몇 개를 그리고 토끼라고 얘기해 줬다. 토끼와 카지노 게임 추천는 경주를 하는 게 당연하고 경주 중간에 방심한 토끼가 긴 잠에 빠지는 것도 필수, 뒤늦게 잠에서 깬 토끼가 헐레벌떡 달려보지만 이미 카지노 게임 추천는 결승선을 넘어 경주에서 이기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아이는 몇 번이나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웃는 와중에 아이는 한 가지는 자기가 그렸고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직접 그린 건 결승선, 이 선을 넘어서 일등을 했다는 말을 두 번, 세 번이나 하며 강조했다. 질문은 왜 자꾸 카지노 게임 추천가 작아지느냐는 거였다. 어른답게 가까이 있는 건 크게 보이고 멀어지면 작아지는 거라 그렇게 그렸다고 얘기해 줬다. 알아들은 건지 모를 시큰둥한 반응에 가까운 길은 넓고 멀어지면서 좁아지게 그린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설명을 덧붙였어도 아이는 여전히 별무반응이었지만 나 역시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아이는 토끼의 헐레벌떡한 모양에 한 번 더 웃었고 다른 걸 지우겠다고 나섰다가 지워버린 카지노 게임 추천 꼬리에 유감을 표했다.

그런 저녁이었다.


다음 날 아침, 오늘, 며칠 전 짧게 적어둔 메모를 다시 열었다.


길 잃은 두려움
다른 세계를 엿보는

완결되지 않은, 짤막한 두 문장에는 3일 정도의 시차가 있다.

'길 잃은 두려움'이라고 적은 건 목적지와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늦거나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불러오는 두려움이 생각나 끄적여둔 것이다.

'다른 세계를 엿보는'이라고 적은 건 책 읽기에 대해 생각하다 남긴 것이고.


책을 읽는다, 책에서 길을 잃는다, 활자 속에서 길을 찾거나 헤맨다는 이야기들과 길 잃은 두려움이 어떤 모양으로든 얽힐 수 있을 것 같아 나란히 적은 것이다.책 속에서 길을 잃는 건 얼핏 무해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책에서 눈을 뗐을 때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면 문득 길을 잃었다는 두려움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토끼와 카지노 게임 추천의 경주로 돌아가서 카지노 게임 추천는 출발선에서 결승선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끝까지 걸어서 경주에서 이기지만 토끼는 결승선에 닿는 게 아닌 카지노 게임 추천를 이기는 것만 생각해서 방심하다 잠에 빠져서 결국 경주에서 진다. 출발선과 결승선이 분명한 경주만 같으면 인생이 참 단순하고 쉬워질 텐데 저마다 갈 길도 가고 싶은 길도 달라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방황하게 되는 게 우리들의 인생 아닌가.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걸까, 길의 끝에 닿아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니었음을 실감할지 모르는 불안을 두려워해야 하는 걸까. 길을 잃는 것도 두렵고, 그 길이 내 길이 아닌 것도 두려우니 지금 자리에 멈춰 서서 어디선가 찾아올 계시나 구원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겁 없이, 망설임 없이, 머뭇거림이나 쉼 없이 결승선까지 나아간 카지노 게임 추천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면 좋을까.


토끼와 카지노 게임 추천 이야기를 생각하며 적은 글의 끝에서 갑작스레 길을 잃어버렸음을 알아차린다.

두려워할 틈도 없이, 예고 없이 이렇게 길을 잃는다.

삶의 거의 모든 일이 대체로 그렇다.

전체를 그리거나 준비하며 겁내기보다 아이처럼 헐레벌떡 달리는 모양의 어설픈 토끼 모양에 웃고, 본의 아니게 지워버린 카지노 게임 추천 꼬리를 사과하며 살아도 잘못되는 건 없건만.


카지노 게임 추천이것이 토끼와 카지노 게임 추천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겁낼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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