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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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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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발길을 닿을 수 없었던 곳에 먼저 가서 누워있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곳이 나의 자리인 양.

빼곡하게 자리를 메우고 겹겹이 두껍게 쌓아 올려

두께로 시간을 가늠하고 부피로 세월을 측정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떤 '물체'라고 불러야 하나.

손이 닿으면 사라지고

시선을 거두면 사라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아야 돼.

서재의 책들을 뽑아내어 정리하며

꽂혀있던 책 사이, 얇은 종이 한 장이 들어가기도 빡빡한 그 공간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손에 묻어나는 것을 보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체 아닌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가장 자존감이 강한 생명체 아닌가.

나는 이 집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 집에서 떠나질 않으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이 집을 내어주고

나는 귀퉁이에 잠시 붙어 잠만 자고 밥만 먹고 잠시 발자국을 남기다

오늘도 출근했다 퇴근했다를 하는데.

내가 나가길 기다렸다는 듯이 스멀스멀 그들의 왕국을 짓겠지.

내가 돌아오면 부서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다시 지을 거야.

나는 언젠가는 부수는 일을 멈출 테니.

나는 결국 그 생명체에게 지는 수밖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살아야 돼.

휴지통에 버리기에도 하잘것없고 손으로 문지르는 흔적도 남지 않는.

냉장고 뒤 귀퉁이, 장롱과 벽 사이, 침대 프레임 뒤, 옷이 걸려있는 장롱 안,

도처에 숨어 세력 확장을 노리며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닦으면 사라져 버리는

내 들숨과 날숨에 폐부로 들어찼다 나오기도 하는.

그래도 죽지 않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은 그 물체, 생명체,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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