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떨어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지만 그래도 행복해
내가 체코슬로바키아어를 배우겠다고 호기롭게 진학한 나의 학교 외대는, 이문동은작아서 경희대 학식이라는 별명을 갖고, 용인은 그저 길어서 칠레라는 별명, 또는 중앙도서관의 건물 생김새 때문에 호그와트라는 별명도 가진 아주 이색적인 특징을 가진 학교다.
체코슬로바키아어과 05학번 자격으로 처음 OT 때문에 방문한 학교의 첫인상은 '시골'이었다. 나름 출생지인 군산에서도 동에 살았고, 비록 외곽 수도권이지만안산에서도 동이었던나에게 읍면리는남원 외할머니 댁의 시골에서나볼 수 있는 주소지였고, '모현면 왕산리'에 위치한 모교 앞엔 그야말로 버스정류장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혈기넘치는 젊은 청춘을 모아놓은 장소에 놀 곳이 없다는 사실은 굉장히 치명적인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분당 서현으로, 강남으로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경쟁하듯 왕산리를 탈출했는데, 그중 그래도 젊음을 발산할 최적의 장소가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버스로 15분만 더 나가면 되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다.
나는 겁은 많아도 안전장치가 있다면 두려움이 사라지는 사람이었기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였다. 지금도 평일 아침 9시 수업 시작 전 땡땡이를 결정짓고 개장 시간이 되자마자 전세 낸 듯 여유로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들어가 바로 티익스프레스로 달려가 연달아 세 번을 타던 시절이 눈에 선하다. 그렇다. 나에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언제나 가성비 넘치는 장소였다.
아내는 나와 달리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물건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다. 롯데타워 엘리베이터만타도 귀가 먹먹해짐에 힘들어했고, 제주도에서 잠수함 갈 때 살짝만 타본 배는 인생에 아마 두 번 다시 탈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나마, 비행기 이착륙이라도 문제가 없으니 일단 해외로 여행은 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아내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같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동산은, 수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구와어트랙션이 가득하다 하더라도 별 의미가 없는 장소였다. 그래도 퍼레이드는 보길 좋아하고, 회전목마와관람차 정도는 탈 수 있고, 잘 꾸며놓은 정원 같은 곳도 좋아하니 가격만 합리적이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장소일지 모르겠지만, 요즘 같은 가격으로는 가성비 안 나오는 힐링 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에도 특별히 놀이동산에서 데이트를 해본 기억은 없다. 어차피 둘이 가도 아내는 놀이기구를 못 타고, 나는 놀이기구를 못 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동산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니 경치를 즐기려면 그냥 그 비경을 찾아 떠났지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자유이용권을 낭비할 이유는 우리에게 없었다.
그러나 우리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생각 속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동산을 후보군에 다시 넣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신기하게,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어딘가 데려다주셨던 곳들은 그렇게 기억도 안 나고 사진 속의 나를 보며 내가 아닌 듯 생각하면서도, 왜 내 자식에겐 뭔가를 경험시켜주고 해 줘야 한다고 굳게 믿는지 모르겠다. 아마, 부모님께서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겪으면 다 경험이라는 일념으로 집 근처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있으니 몇 번 데려가 보면,첫째 딸은 확실히 아내를 많이 닮았다. 첫째의 관심은 온통 캐릭터 상품이나 판다, 사파리 동물 관람 등 정적 그 자체에 쏠려 있으며, 그래도 회전목마 정도의 어지러움은참을 수 있는지 아빠의 사진첩 한편에 회전목마의 호박마차 안에서 같이 웃는 사진 정도는 선물해 준 엄마보다는 나은 딸이다.
둘째야아직 15개월이 이제 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점핑카에서 가열차게 점프하며 헬로키티를 마치 애마인양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모습을 보면 혹시 이 아이가 앞으로 나의 롤러코스터 짝꿍이 되어줄까? 하는 헛된 기대감도 한번 가져 보지만, 남은 반의아내 쪽유전자가 워낙 강력하니 기대의끈을 버리지는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전문적인 놀이동산 같은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장모님께 한 번은 이런 공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마침,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정원에 산리오 캐릭터를 뒤덮은 튤립축제를 꾸몄다는 소식을 보고, 그렇게 금요일 하루 출근을 반납하고 나는 또다시 3대 모녀와 이번엔 근교 여행을 떠났다.
장모님께선 성격이 굉장히 활발하시고 외향적인 분이라 혹시 장모님은 다를까, 하고 생각한 나의 기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익스트림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구들 앞에 장모님은 강인하신그 모습은 간데없이 다소곳하게 "저기서 좀 쉬지"라며 아이들 웨건을끄시는 데만 주력하시는참된 할머니의 모습만 보여주셨다.
그렇게 나는, 모녀 3대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방문했음에도 단 하나의 놀이기구도 타지 않고 판다 구경, 산리오 정원 구경, 동물 구경만 하고 자유이용권 4인용 요금을 삼성물산에 반 정도 기부한 채로 양손 가득 캐릭터 샵에서 산 굿즈들만잔뜩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돈으로 산 권리는 팽개치고, 새로운 결제만 더 호구 잡히고 나온 기묘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만족했다고 하면 그 돈에 가성비를 매길 수는 없는 노릇일 거다. 하나하나 따져보면야 '그 돈이면'이라는생각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이렇게 웃는 얼굴로 재밌었다고 나오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어찌 돈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을까.
심지어 약소하지만 삼성물산의 미래를 위해 연간권에도과감히 투자할 까 하는 고민을 할 정도로, 가성비 떨어지는 우리 가족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그리 좋은가 보다. 언젠가, 또 날 좋은 평일에 그곳의 추억을 만끽하러 다시 방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