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rel Jo Apr 20. 2025

우크라이나의 카지노 쿠폰 빵, 파스카를 굽다

우리 가정을 돌보시는 또 한 분의 하느님과 함께하며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듣기로 나의 할아버지는 남한 사람이 아니라 원래 이북 사람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평안북도 선천군이 원래 할아버지가 살던 곳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을 때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고 생각하곤 했다.


분명 6.25는 북한이 남한을 쳐들어왔는데, 왜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나고 남한에 정착하신 걸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해답은 종교에 있었다. 할아버지께선 독실한 천주교 신자셨다 하셨으니공산당의 종교 탄압을 아마도 견디지 못하신 게 아닐까.


그런 할아버지와 달리, 부모님은 그다지 종교적 색채가 없으신 분이었다. 없다기보다는 아마 아버지께서 공장을 그만두시고 사진을 업으로 삼으신 때부터, 바빠서 신앙생활을 이어가실 시간이 없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내 어릴 적 사진엔 성당에서 면사포를 쓰고 세례를 받는 게 창피해서 우는 사진도 있고, 내 세례명이 ‘요한’이라고 말씀해 주신 걸 보면 다 같이 성당에 다니던 때가 있었다는 말이다. 덕분에어릴때는 종교가 뭐냐는 질문에 으레 성당은 안 가지만 천주교라말하기도 했다.


생업이 바빠 신을 찾을 시간이 없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우리 삼 남매 또한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다지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었다. 누나들은 여전히 자신을 믿는 무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나 또한 교회에서 다시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주일마다 교회를 가지는 않고, ‘내가 하느님을 부르면 그곳이 바로 교회다’라는 억지논리로 미약한 믿음을 이어나가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야 종교에 발을 들인 나에 비하면, 아내는 나보다는 분명 종교적인 믿음이 조금 더 깊은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아세례를 특별히 신경 쓰지 않던 나에 비해, 아내는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례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아마 둘째 딸도 기회가 된다면 세례를 준비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인인 아내가 믿는 종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대중적인 정교회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아내와 연애할 때나, 결혼했을 때나 아내가 먼저 나서서 주일에 교회에 가자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런 걸 생각하면 분명 아내도 나만큼이나 자기 안의 교회를 더 선호하는 내향형 종교인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아내는 카지노 쿠폰이라든지 성탄절이라든지 반드시 기념할 법한 날에는 성당을 가길 원했는데, 그마저도 한국에서는 아현동에 있는 니콜라스 대성당 말고는 갈 방법이 없기에, 더욱더 내 안의 성당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카지노 쿠폰이 돌아오면 아내는 의식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카지노 쿠폰 빵인 카지노 쿠폰(Паска, Paska)를굽는다. 이것만큼은 뭔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 같은 것인지, 매년 율리우스력을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정교회 카지노 쿠폰 주간이 돌아오면, 아내는 대량의 밀가루와 빵 위에 뿌릴 아이싱 등을 나에게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거기에 올해는, 최고의 베테랑이신 장모님의 손맛이 추가되어 더 풍성한 파스카가 완성되었다.



파스카에 대한 명칭의 유래는, 아내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카지노 쿠폰이라는 말을 지칭하는 단어가 파스카였다고 한다. 유대교의 유월절인 Pesach와도 관련이 있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카지노 쿠폰에 하나님께 봉헌하기 위해 최고의 재료를 두고 굽는 빵이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이해했다. 예전에 체코에 있을 때는 카지노 쿠폰 기간이라고 특별히 먹은 기억이 없는 빵인 걸 봐서는, 중부 유럽이든 동유럽이든 정교회에서만 통용되는 빵의 종류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아내의 파스카에 들어가는 재료는 굉장히 단순하다. 질 좋은 밀가루와 이스트, 계란과 버터, 그리고 설탕을 넣는데 빵을 굽고 나면 그 위에 글의 배경사진에 올린 것처럼 다양한 아이싱을 위에 올려놓는다. 올해는 특별히 빵 안에 건포도뿐만 아니라 양귀비 씨앗까지 첨가해 빵을 구워냈는데, 위의 아이싱을 꾸미는 시간이 첫째 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빵의 완성도에 따라 불행 여부를 점친다는 것이었는데 빵이 잘 구워지지 않고 안이 푹 꺼지거나 하는 등 모양새가 잡히지 않으면, 그 해의 언제 불운이 나올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관습 같은 게 있다고 다.




올해는 서로 다른 달력을 쓰는 기독교와 정교회의 달력이 우연히 맞아, 오늘 4월 20일에 양쪽 모두 똑같이 카지노 쿠폰을 기념하는 우연이 겹치는 해다. 가끔, 집 안에 서로 다른 언어로 쓰인 성경과, 정교회 특유의 이콘이 같이 늘어서 있는 걸 보면 나중에 아이들에게 어떤 종교를 물려줄 거냐느니, 하나로 합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시는 분도계시다.


이런 집을 보고누군가는 나와 아내에게 이단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 있어 종교는 존재 그 자체지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집에 하나님이 두 분이면 두 배로 안전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의 가장 큰 힘이 ‘연결’이라는 걸 생각하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서로 같은 빵을 구우며 우리가 결코 떨어져 있지 않음을 떠올릴 수 있는, 비록 올해는 함께 이 빵을 구웠지만 내년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생각하면 네가 틀리고 내가 맞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올해의 파스카는 모녀 3대가 함께해서인지 어쩐지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졌다. 부디,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빵을 풍요롭게 구워낼 수 있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