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핸드 스트로크에 발목이 잡힌 나는 레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테니스 연습장에서 헛스윙을 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멈춤 버튼이 고장이라도 난 듯 반복 재생되는 헛스윙이 마음에 걸렸다. 다음 레슨에서도 공을 놓쳐 창피를 당할 것 같은 생각에 암울해졌다. 남편은 나의 불안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구에서 운영하는 야외 테니스장을 예약했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날 우리 부부는 테니스장으로 연습을 하러 갔다. 늘 실내에서만 연습했는데 야외 테니스장은 또 처음이었다. 통통하게 물이 오른 연둣빛 이파리가 깡마른 나뭇가지에 점점이 찍혀 있었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유쾌했다. 널찍한 경기장엔 세 개의 테니스 코트가 있었고 그중 두 개의 코트에는 각각 남자 복식, 혼합 복식경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아직 왕초보 티를 못 벗은 터라 나도 모르게 주변의 시선이 의식됐다. 제대로 된 경기는커녕 주거니 받거니 한 번 제대로 못하는데 이곳에서조차 망신을 당하고 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도 옆 코트에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 곁눈질로 살폈다. 분명 그들은 테니스를 배드민턴처럼 치고 있었고, 그럼에도 젊은 청춘들답게 봄바람처럼 가볍고 명랑하게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다소 가뿐한 마음으로 라켓을 잡았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아포리즘이 떠올랐다. 경쾌하게 발을 굴리며 스플릿 스텝을 했고 남편이 던지는 공이 바운드되자마자 포핸드 스트로크를 했다. 스플릿 스텝과 셔플 스텝,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고르게 연습하며 공을 맞혔다.
두 번 이상 랠리가 된 적이 없었지만 그래서 민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다들 즐기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따금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공중에 띄웠고 자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놓쳐 옆 코트로 공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때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건넸고 그들은 친절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돌려주었다. 그들도 마음만은 일류, 매너만은 프로였다.
사방이 막힌 실내보다 시야가 탁 트인 넓은 곳이 연습 효과가 더 좋았다. 볼 머신만 쳐다보며 간신히 스트로크를 하다가 코트 가운데 네트로 공을 넘길 생각을 하며 치다 보니 자연히 바람직한 포핸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라켓을 옆으로 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테니스장에 직접 와보니 저절로 이해가 됐다. 백핸드 스트로크로도 공을 곧잘 맞히며 나의 자신감은 한 뼘 상승했다. 넓은 야외 테니스장에 와서야 공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공을 주우러 다니기 바빴지만 공이 라켓 가운데 잘 맞을수록 점점 재밌어졌다.
그렇게 연습하기를 3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네트 너머에 있던 남편이 라켓을 가리키며 웃었다. 왕초보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나 스트링이라도 끊어졌나 의아했다. 알고 보니 서로의 라켓을 바꿔서 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는 역시다. 우리는 왕초보가 확실하다. 졸지에 300g짜리 남성용 라켓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치던 나는 갑자기 팔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남편은 라켓이 평소보다 가벼워 공이 통통 튀는 것 같아 자세히 봤더니 나의 라켓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네트 위로 서로의 라켓을 얼른 건넸다.
남편은 어김없이 코치로 분해 나를 조련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팔과 다리에 힘이 풀렸다. 두꺼운 트레이닝 바지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머리는 어질어질했다. 우리가 가져간 50여 개의 테니스 공을 한 번씩 치고 다시 주워 담기를 세 번 반복했을 때 예약한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야외 테니스장에서 연습한 효과가 있었는지 남편의 코치 덕분인지 선생님과의 레슨에서 아주 오랜만에 칭찬을 받았다. 지난번 헛스윙에 비하면 공을 라켓 중앙에 제대로 맞혔다. 이번엔 내가 공에 대한 감각을 잡은 것 같다며 남편에게 넉살을 부렸다. 선생님은 우리 부부의 향상된 실력에 한 사람씩 코트에 세워두고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하게 했다. 불과 두 시간 전 테니스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왔던지라 나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제자리에서 스트로크만 하면 덜 힘들었을 텐데 좌우를 오가며 스텝까지 하다 보니 스윙을 할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다음 생에 또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반드시 강철 체력으로 태어나리라. 나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내세를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고 왕초보도 백발백중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맞히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