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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24. 2025

카지노 게임 열등생이 쏘아 올린 공

벌써 금요일이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를 수도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카지노 게임를 배우며 알았다. 갈까 말까 마음속으로망설였는데 나보다 배는 더 많이 땀을 흘린 남편은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사람 이렇게 심지가 굳은 사람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남편을 뒤따라 엉거주춤 걷는 나를 남편은 자꾸 채근하며 팔을 잡아끌었다. “가기 싫어?”라며 묻는 남편에게 차마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아니.”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무렴 아직 리틀 샤라포바의 자존심 한 줌은 남아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땀을 흘릴 것인지, 선생님 앞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출할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년간의 레슨 경험 덕분인지 관록이 쌓인 선생님은 카지노 게임장 문을 열자마자 관절이나 몸 아픈 데는 없었냐며 살갑게 인사했다. 사실 수업 첫날 겁쟁이 종이 인형은 우리 부부가 40대임을 밝혔다. 나이도 나이지만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도 없으니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그러니 살살 가르쳐 달라며 미리 앓는 소리를 해 놓았다. 선생님은 지난 시간 땀을 줄줄 흘린 우리를 보고 불안했었나 보다. 이 부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말이다. 우리는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온 칠전팔기 오뚝이 같은 정신으로 바가지 대신 뭉친 어깨를 두드리며 당당하게 카지노 게임장에 돌아왔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할 생각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는 8회 차 수업에 가르칠 거라며 당근을 주었다. 우리 부부는 당근을 맛있게 먹기 위해 한 달 동안 포핸드 스트로크를 마스터해야 하는 미션이 생겼다.

남편이 먼저 레슨을 받을 동안 나는 뒤에서 부랴부랴 자세를 복기하며 라켓을 휘둘렀다. 남편은 선생님이 던져주는 공을 치며 교정해야 할 부분을 고쳐 나갔다. 초보자인 내 눈에도 자세가 엉성해 보였지만 내 코가 석자인 상태라 호흡을 가다듬으며 라켓을 바로잡았다. 지금은 여유롭게 웃을 때가 아니라 나에게 집중해야 할 순간이다.


“나는 샤라포바다. 리틀 샤라포바다.”


사발렌카나 시비옹테크가 떠올랐지만 나와 비슷한 연배인 세계적인 카지노 게임 선수 이름을 읊조리며 셀프토크를 했다. 나는 한 줌의 자존심도 남았지만 양심도 있는 사람이니까.



남편은 네트 너머로 공을 쳤고 이따금 선생님과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장족의 발전을 했다. 남편이 카지노 게임 공 열개를 다 치면 다음은 내 차례다. 나는 터덜터덜 걸어 코트 가운데로 갔다. 긴장을 한 탓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열심히 발을 굴렸지만 오늘따라 선생님은 스트로크에 집중했다. 꾀가 난 나는 발보다 팔에 더욱 힘을 주고 라켓을 휘둘렀다. 긴장한 탓에 라켓을 있는 힘껏 쥐고 있었나 보다. 선생님은 라켓을 잡을 때는 약간만 힘을 주고 공을 칠 때 제대로 힘을 쓰라고 했지만 이미 힘이 빠져버린 나는 연달아 헛스윙을 하며 어김없이 웃음을 선물했다. 게다가 누가 카지노 게임 공에 자석이라도 붙여 놓은 건지 번번이 내 몸은 공에 끌리듯 가까이 밀착했고 라켓을 칠 충분한 공간이 없어 열에 두세 번은 눈앞에서 공을 놓치고 말았다. 오늘도 공과의 거리 두기는 실패다.



2시간 같은 20분의 레슨이 끝나고, 선생님은 이제 조금씩 실력의 격차가 생기고 있으니 각자 연습하라며 숙제를 주었다. 남편의 어깨는 우뚝 솟았고 나의 어깨는 한층 내려갔다. 다만 나 같은 카지노 게임 열등생에 견주어 낫다는 것이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닌데도 남편은 꽤 상기돼 신나 보였다.



남편은 여전히 공과 넉넉한 거리를 두지 못한 채 라켓을 파리채처럼 짧게 휘두르며 파리를 잡듯 빠르게 공을 쳐내고 있었고 나는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 아래에서 위로 공을 올려치며 하릴없이 허공에 공을 자꾸자꾸 띄웠다. 누가 봐도 연습이 시급했다. 우리는 그물벽을 가운데 두고 각자 볼 머신에서 튀어나오는 공을 쳤다. 나보다 실력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라켓을 잡고 공을 치면서도 곁눈질로 나의 스트로크를 보며 입으로 내내 코치를 했다. 보다 못해 연습을 중지하고는 내 뒤로 와 백허그를 하고 오른손을 감싸 안으며 이렇게 치는 거라며 라켓을 휘둘렀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는 부부도 카지노 게임를 배우면 스킨십을 하게 된다. 아무튼 이날 영화 <사랑과 영혼의 배우처럼 우리는 카지노 게임라는 도자기를 함께 빚었다. 완성도는 한참 떨어지지만 애정과 착각을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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