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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 Feb 07. 2025

나의 사랑 불꽃남자에게

슬초브런치3기밸런타인데이 백일장

"하얀꽃님, 핸드폰 바꾸셨어요?"


카지노 쿠폰, 기억나?

카지노 쿠폰가 나한테 저렇게 메시지 보냈었잖아. 지금의 카톡이 나오기 전 잠깐 사용되었던 그 메신저앱으로 카지노 쿠폰가 처음으로 말 걸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때가 우리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

그때 내 나이 20대 후반이었고 그동안 소모적인 연애로 인해 조금 지쳐있었는데, 카지노 쿠폰의 그 한마디에 또다시 설렘이 시작되는 걸 느낄 수 있었어.


오빠의 닉네임은 불꽃남자였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했어. 그래서 대문 사진도 빨강으로 골라봤어. 어때? 나 오빠 생각 많이 하지? 내 닉네임은 하얀꽃. 빨간 불꽃과 하얀 꽃. 하얀꽃이 빨간 불꽃에 타 버려 까만 재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 우리의 연애는 시작되었어.


내가 출근해서 컴퓨터 부팅을 하고 네이트온 메신저에 로그인을 하면 늘 먼저 카지노 쿠폰가 말을 걸어주었어. 아주 다정하게.

"하얀꽃님, 출근 잘하셨어요?"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그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카지노 쿠폰의 존댓말은 나를 존중해 주고 아껴주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어.


그때 생각하니까 나 조금 신이 나. 젊고 예쁘고 아름다웠던 우리.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참 행복하고 달콤한 기분이 들곤 했었지. 이 세상 모든 게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기분이 들었어. 해님도 달님도 바람도 공기도 모두가 나를 축복해 준다는 그런 아름다운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어. 이 모든 게 카지노 쿠폰를 만난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기적과도 같은 생각이었어.


참, 그러고 보니 우리 잠시 헤어지기도 했었구나.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실망을 하고 집안이 어려워졌다며 헤어짐을 통보하던 카지노 쿠폰. 지하철역 의자에 앉아 눈물을 보이며 울었던 카지노 쿠폰를 보며 나도 마음이 참 아팠었어. 그렇게 잊어야 하나 보다 하면서 술만 마시고 지냈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얼마나 기뻤나 몰라.


그리고 다시 만났던 날이 밸런타인데이였는데 그렇게 특별한 밸런타인데이는 처음이었어. 꽃과 초콜릿과 불꽃남자. 헤어지자고 한 것을 후회한다며 다시 만나자고, 다시 나의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울면서 말하던 오빠를 보며 나도 함께 울었지. 나도 오빠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고, 진솔한 오빠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 그리고 오빠를 만나면서 느꼈던 행복을 영원히 붙잡고 싶었나 봐.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카지노 쿠폰는 나를 행복하게 해. 나를 살아있게 하고, 나를 웃음 짓게 해. 신이 있다는 것을 카지노 쿠폰를 통해 알게 되었어. 신은 나를 축복하고 나의 행복을 빌기 때문에 카지노 쿠폰를 만나게 해 준거야.


카지노 쿠폰, 나 부탁이 있어. 우리 애들 다 키우고 20대의 우리처럼 연애하듯이 살자. 사실 우리 연애 기간이 1년밖에 없어서 그 점이 너무 아쉬워. 알콩달콩 손 잡고 다니고, 한강에 자전거 타러도 가고, 예쁜 카페 가서 나 사진도 예쁘게 찍어줘. 주름 다 나오게 찍어도 괜찮아. 당신이랑 행복하게 살아서 많이 웃어서 생긴 주름이니까.


그리고 부탁하는 김에 하나만 더 할게. 나보다 먼저 죽지 마. 카지노 쿠폰 없는 이 세상은 내가 견딜 수가 없을 거 같아서 그래. 그니까 건강하게 나보다 더 오래 살아줘. 에잉. 마지막 부분 쓰니까 괜히 눈물이 난다. 지금도 카지노 쿠폰가 우리 가족 위해서 많이 고생하고 있는데 노년엔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 줘. 아니 아파도 되니까 살아 있어 줘. 알았지?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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