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개요드라마 대한민국 106분
개봉2001.09.28
감독허진호
1. Opening 오프닝
이 카지노 게임의 오프닝은 남자 주인공 상우가 자전거를 타고 할머니를 뒤쫓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길거리에 눈들은 아직 녹지 않았고 말이 없는 할머니는 늘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할머니 할머니 이제 가요
할머니 이제 가자. 응? 가자
이 카지노 게임의 오프닝은 관객에게 2가지를 일깨워준다. 첫 번째는 이 카지노 게임가 상실을 다룬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랑의 상실 이후에 홀로 맞이해야 하는 부재, 빈자리를 메꾸는 허망한 기다림과 몸짓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마 할머니는 기억을 잃고 아이처럼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리라.
2. 터미널에서의 첫 만남
상우는 첫 만남부터 늦었고 은수는 터미널 벤치에서 졸고 있다 은수를 만난다. 둘은 일로 만난 사이이고 가장 처음 그들 사이에 놓인 건 직장인으로서 피곤함과 건조함이다. 상우는 현장 녹음기사이고 은수는 지방의 라디오 피디이자 진행자이다. 둘은 각 지방을 돌며 자연의 소리를 수집 중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은 '자연과 사람'. 이 라디오 프로의 제목은 이 카지노 게임의 제재와 맞닿아있다.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자연과 계절의 변화처럼 사람 사이의 감정과 인연은 그 형태를 자연스레 바꾼다. 우리는 거기에 변심과 배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그저 봄날에 눈이 녹듯 가을에 잎이 지듯 그저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허준호 감독은 서서히 가까워지다 멀어지는 상우와 은수의 심리적 곡선을 변화하는 자연풍경과 함께 빗대어 보여준다.
3. 사이가 가까워진다는 것
우리는 언제 타인과 가까워짐을 느낄까? 많은 이들이 뛰어난 외모에 반하는 순간에 대해 말하지만, 사람의 관계란 또 단순치 않아 쉬이 무장해제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성장배경부터 집안까지 속속들이 다 알고 난 후에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둘 사이의 적막함이 불편함이 아니라 포근한 공기로 바뀔 때 비로소 가까워졌음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상우는 한 사찰에서 풍경소리와 함께 밤새 내리는 눈 소리를 녹음 중이고 뒤늦게 깬 은수는 살금살금 다가와 조용히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둘의 적막했던 틈새를 포근한 눈 소리가 채워주며 둘은 그렇게 가까워진다. 어떤 신체적 맞닿음 없이 건져낸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장면은 한 장의 풍경화처럼 고스란히 관객의 머릿속에 남는다. 둘은 이어졌지만, 아직 위태롭다.
이 카지노 게임가 공들인 부분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자연풍광뿐이 아니다. 생활감 가득한 은수의 자취방과 현실적이고 꾸밈없는 둘의 모습이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 무심코 튀어나온 진심, 심심하고 지루한 농담, 조용하고 다정한 응시. 둘의 사랑은 느끼하거나 진부한 데 없이 봄볕에 녹는 눈 자국처럼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침대 위 이불 안의 등을 긁어주는 행위마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게 만들 만큼. 우리가 어디선가 했던 서툴렀지만, 진심이 앞섰던 움직임과 심심했지만 담백했던 고백들이 이 카지노 게임에 촘촘히 들어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 이 카지노 게임 속 봄은 떠들썩하지 않게 은수의 콧노래처럼 들떠있다. 그리고 곧 여름이 찾아온다. 시원하게 내리는 여름비와 부자 사이의 소주 한잔. 이 카지노 게임의 또 다른 그림 같은 한 컷이다.
4. 은수는 알고 상우는 모르는 것
상우와 은수 둘 연애를 가로막는 건 물리적 거리만은 아니다. 사랑의 무모함과 맹목성. 미래를 꿈꾸는 사이.
한 번의 아픔이 있는 은수에게는 이것들은 모두 부담으로 다가온다. 앞서 은수의 자취방과 상우의 집이 자세히 묘사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수는 이 남자가 진심으로 좋지만 한 식구가 되어 또다시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아내 이런 역할을 해내기가 겁나는 것이다. 이제 또 둘 사이에 적막함이 감돈다. 파도는 무심이 치고 참다못한 상우는 우렁차게 노래를 부른다. 머쓱함과 어색함을 날려 보내려는 듯. 이때 은수는 이별을 예감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소화기 사용법을 말한 건 무엇 때문일까? 정해진 매뉴얼대로 딱딱 따라 하면 큰 화재를 막을 수 있듯이 정해진 안정적인 길을 가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한 번 불에 데어 본 사람들은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그저 싱거운 농담에 몸을 내맡기는 게 쉬울 것 같다. 그녀가 소화기 사용법보다 분위기 전환법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누구나 어리광 부리듯 위악을 떨 때가 있다. 상대가 좋은 사람인 걸 알기에 더욱 악을 쓰고 신경질을 부리고 성질을 내고 쉬이 사과하지 못하고끝내이별을 고한다.
우리 헤어지자.
- 내가 잘할게.......
헤어지자.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헤어지자.
5. 만남과 이별
둘의 첫 만남이 한낮의 겨울 햇살 아래 달콤한 졸음 같았다면 둘의 이별은 여름의 무더위처럼 급작스레 찾아온다. 이제 한 철 홀로 이 더위를 겪어내야 할 것이다. 이별의 인식은 곧 부재의 인식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너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술 취해 너의 집 앞에 찾아간다고 하여도 날 사랑하던 과거의 너는 만날 수 없다. 마치 이제는 죽어버린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할머니처럼 무용한 몸짓을 계속해 나갈 수 없다.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별 후 무모함은 무례함이 되고 맹목성은 위협이 되어 상대를 질리게 하니까. '보고 싶어서'한 마디로 더 이상 퉁칠 수 없다. 한 계절 한 계절이 지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 할머니는 먼 길을 떠났고사랑도 끝이 났다.
이 카지노 게임가 훌륭해지는 순간은 이별의 정한을 상실의 수용으로 이어가며 상우가 성장하는 장면이다. 상우는 이제 무언가 알겠다는 듯 바람부는 들판에서 바람소리를 녹음한다. 이때 떠남이 꼭 슬픔만을 남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관객 또한 느끼게 된다. 빛바랜 앨범 속 사진. 남겨진 하얀 고무신.
우리는 이제 축제 뒤풀이 같은 재회를 할 수 없다. 그저 담백한 악수만이 가능한 사이가 되었다.
스무 살에 보았을 때는 은수가 그렇게 밉더니 다시금 보니 상우가 참 어리석었다. 허나 그때 그렇게 순진했고 무모했기에 또 가능한 연애였다. 꽃이 필 때도 안간힘이 필요하지만 지고 나서는 열매를 틔우기 위해 무더위를 또 참아내야 한다.우리는 그렇게 이별 후 열매 맺음 같은 성장을 한다.
무더위를 겪기 전 봄 햇살 같은 미소를 지닌 상우가 보고 싶을 때 또 꺼내 보고 싶은 카지노 게임이다. 그러나 이번엔 은수에게 반하지 말기!
봄처럼 여름처럼 카지노 게임 2번째!
아래는 카지노 게임를 보고 쓴 자작시입니다.
<봄날은 간다
할매요 할매 오데 갑니까
이제 집으로 가입시더
봄 다음엔 카지노 게임
참기름 다음엔 참깨
봄비 다음엔 무더위
총각 여기가 어디야
울 할매는 만날 날 총각이라 불렀다
예닐곱 살 봄날을 살고 있는 할매
춘막이 아빠, 아빠 기다려
아빠 집에서 기다린다 고만 가자
봄 다음엔 카지노 게임
봄비 같은 눈물 다음엔 무더위 같은 슬픔
꽃이 지면 열매가 익는단다
할매는 그리 똑똑했는데이
꽃내음 다음엔 꼬신 참기름 내음
김밥 싸 들고 또 어디로 가셨나
봄날처럼 꽃잎처럼
울 할매는 나를 아빠라 불렀네
열일곱 봄처녀
이름에도 봄 춘 자가 들어가 봄이 되셨나
물기 어린 목소리
오데가노 오데가노
어린애 울음 같은 곡소리
지금은 사라진 완행열차를 타고
독한 담배 물고 기침하던 영감에게
지청구를 늘어놓으려 가셨나
봄 다음엔 카지노 게임이 온다고 하시던 할매는
김밥 싸 들고 어디를 가셨나
봄날처럼 꽃잎처럼
봄 다음엔 카지노 게임
봄비 같은 눈물 다음엔 무더위 같은 슬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
그리 쉬이 가실 줄은 몰랐네
봄바람 부는 4월이면 꽃내음 참기름 내음
할매 할매 할매요
이제 집에 가입시더
무더위가 오기 전에
꽃잎이 다 지기 전에
집에 돌아 가입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