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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바람 Apr 07. 2025

봄처럼 여름처럼 카지노 게임처럼 첫 번째!

4월 이야기 April Story

카지노 게임

개요멜로/로맨스 일본 67분

개봉2000.04.08

감독이와이 슌지 岩井俊二


1. Opening 첫 장면

성장과 이별


이 카지노 게임의 첫 장면은 독특하다. 기차에 탄 주인공의 1인칭 시점쇼트로 주인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직 떠나보내는 이들의 모습만 보인다. 아직 거리 곳곳에 눈이 녹지 않은 겨울, 딸은 스무 살이 되었고 대학진학을 위해 도쿄로 향한다. 기차는 시간 맞추어 출발하고 아빠의 마지막 인사는 기차 문이 닫히어 들리지 않는다. 딸은 성장한 만큼 멀어진다. 허나 부모의 시선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꼭 1인칭 주인공 시점 같은 이 카지노 게임의 시작은 이 카지노 게임가 개인의 내밀한 고백 같은 일화임을 말해준다.



2. 벚꽃과 시작


단출한짐들을 들고 열쇠로 문을 열고 자그마한 다다미 방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아직 바람은 차갑고 도쿄는 낯설다. 이 카지노 게임의 매력은 성급한 마음으로는 음미할 수 없다. 금방 떨어지고 마는 벚꽃 잎을 닮은 이 카지노 게임는 한 장면 한 장면에 담긴 정서와 감독의 의도를 찬찬히 들여봐야 비로소 짧지만 꽉 찬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는 날. 화면 가득 이제 첫 시작을 맞이한 사람들이 보인다. 방금 결혼한 부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 한 꼬맹이들. 그리고 낯선 도쿄에 새 출발을 위해 이사 온 청춘들. 무심코 보면 자칫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 하나하나가 봄과 시작을 알리고 있다.


첫 시작은 늘 서투르고 마음부터 앞서 불편함을 야기한다. 집안 가득 차버린 짐처럼 욕심을 내려놓고 포기할 것을 정해야 한다. 시작은 가볍게. 아마추어와 풋내기는 늘 그게 어렵다.



3. 자기소개와 스웨터


자기소개는항상어렵다. 특히나 특기를 자랑스레 뽐내는 순서 다음엔 더욱 주눅이 든다. 다들 화기애애 깔깔대고 웃는데 나만 겉도는 것 같은 기분. 이 카지노 게임는 이 미묘한 정서를 주인공의 철 지난 스웨터와 주변인물의 사소한 행동으로 담아낸다. 안경대신 처음 껴 본 렌즈는 자꾸 불편하고 한번 내질러 본 유머는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다.



4. 마츠 다카코의 얼굴


마치 봄 햇살아래 복숭아를 연상케 하는 그녀의 얼굴은 이 카지노 게임 전체를 지배한다. 수줍고 다소 요령부득이지만 진심 가득 앞을 향해 나가는 그녀의 미소는 보는 순간 무장해제 된다. 이 카지노 게임의 빈번한 클로즈 업이 그녀의 얼굴에 머무르면 용서되는 이유이다.


혼자 책을 손에 든 채 바람 부는 푸릇푸릇 한 녹색 들판에 앉아 조심스러운 미소를 품은 그녀의 모습은 벽에 걸어놓고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은 정도이다. 이 카지노 게임 속 그녀는 봄 그 자체를 닮았다.



5. 그녀가 도쿄에 온 이유


이 카지노 게임의 흐름은 여 주인공의 동선에 딱 맞추어 진행되며 시간의 흐름 또한 리얼타임으로 느껴질 만큼 천천히 흘러간다. 도쿄에서 처음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대학풍경은 그녀의 내향적 성향과 함께 90년 후반 도쿄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자기소개 때 사에코는 그녀에게

왜 이 대학으로 왔어요?
여기 응시한 이유?

라고 묻는다.

그녀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횡설수설하다급하게 말을 끝맺지만 그녀는 분명 도쿄로 온 이유가 있다. 바로 짝사랑 한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작년 봄
선배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가버렸다.
무척 슬펐다.

그의 이름은 야마자키.


청춘을 흔들리게 하는 것 중 최고는 역시 사랑이다. 아직 그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못해봤기에그 설레는 감정은 가슴속에서 제 멋대로 커져 혼자만의 망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거대한 동기부여가 되어 뜻하지도 않은 목표를 이루게 만든다. 그녀에게 도쿄의 무사시노 대학은 그런 것이었다.



6. 재회와 소나기


드디어 그녀는 그가 일하는 서점에서 재회를 한다. 야마자키 선배는 먼저 그녀를 알아본다. 비록 그녀의 이름까지는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절로 올라간다. 시선의 교차와 순간순간의 반응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표정변화를 섬세하게 연출한 이 장면은 청춘의수줍은떨림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소나기가 퍼붓는다. 갑작스러운 비는 옷을 흠뻑 젖게 만들어 당황스러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뜻밖의 호의와 관계의 진전을 만들기도 한다. 청춘은 예상치 못한 습격 같은 이벤트를 또 좋아하니까. 창살이 부러진 빨간 우산은 청춘을 닮아 있다. 어설픈 동시에 강렬하다.


이 카지노 게임의 러닝타임은 장편이라 하기엔 만망할 정도로 짧아서 이 카지노 게임를 처음 보는 관객은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카지노 게임가 갑작스레 끝나버려 허망할지도 모르겠다. 필자 역시 러브레터 같은 진한 정서적 체험을 기대하고 봤기에 이 카지노 게임를 20대 초에 보고는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하지만세월이 지나 다시금 꺼내본 이 카지노 게임는 청춘의 수줍은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떨림이었다.


러닝타임마저 감상할만하면 쉬이 져버리는 벚꽃을 닮은 카지노 게임이다. 그러니 꽃구경 가듯 이 봄날이 가기 전에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봄처럼 여름처럼 카지노 게임처럼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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