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창식의 성실함이면 백년해로까지는 아니어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십 년은 해로할 거라 생각했다. 결혼은 신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 카지노 게임 추천 믿어왔기에. 물론 그 믿음에는 지금도 변함은 없다. 다만, 성실함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연에게 더 큰 간극으로 느껴질 뿐이다.
지연이 그를 만나기 전 결혼이란 걸 꿈꾸었을 때, 열심히 산 평일 후 각자의 휴식이 주어지는 토요일 아침엔 느지막이 브런치를 함께 즐기고, 게으른 오후엔 느릿느릿 산책을 가거나 책장을 넘기는 삶의 한 페이지에 책갈피로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일요일엔 각자 밀린 회사 일을,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근교로 드라이브를 함께 떠날 누군가가 그녀 일상의 풍경 속에 듬직한 나무 한 그루처럼 자리하길 바랐었다. 정갈한 오피스 룩은 세탁소에 맡기고 한껏 편안한 차림으로 신발장 한쪽에 밀어놓은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고서 함께 현관문을 나설 그 누군가.
- 여보, 오늘 아침엔 뭐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까지 영화를 보고 부스스 일어난 창식이 밤새 건조했는지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는 첫마디다. 보나마다 매트릭스나 콘스탄틴 아님 매드맥스를 또 봤겠지. 기름진 그의 뭉쳐진 앞머리를 외면하며 냉장고 문을 열고 계란 세알을 꺼내며 대답한다.
- 뭐긴 뭐겠어. 자기 좋아하는 누룽지지.
- 당신은 뭐 먹을 건데?
- 봄이잖아. 며칠 전부터 샐러드 먹고 싶었어.
너는 내가 먹고 싶은 거 차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물어보냐는 눈빛으로 열었던 냉장고 문을 닫으며 카지노 게임 추천 남편에게 눈을 흘긴다.
- 우리 점심엔 나가서 먹자. 짜장면 어때?
퍽이나 생각하네, 또 그놈의 면 타령
- 나 면 안 좋아하잖아.
- 아, 그렇지. 그럼 짬뽕밥 먹어. 당신 짬뽕밥 좋아하잖아.
봄이라고 이 인간아. 난 캘리포니아 롤 같은 게 먹고 싶다고. 알기나 하니란 말은 애써 삼키고,
- 애들하고 나가서 사 먹고 와. 난 그냥 김에다 밥 싸서 먹을게.
카지노 게임 추천 이쯤이면 그럼 김밥이라도 사다 줄까라는 말이 창식의 입에서 나오길 바랐다.
- 야, 너희들 점심에 아빠랑 짜장면에 탕수육 어때?
어린 채소 한 줌에 서니 사이드업, 카지노 게임 추천이 먹지도 않는 베이컨 두줄, 베이크드 빈 한 숟가락, 프렌치토스트 두 장에 커피 한 잔, 그래놓고 만 오천구백 원에서 만 팔천구백 원 하는 건 그래 쓰잘데기 없이 비싸지. 딱히 맛있지도 않은, 그저 한 접시 차려줘서 휴일 아침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위해 카지노 게임 추천이 빈약한 네 접시에 오륙만 원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들이 가기 좋은 봄날 주말 오전, 눈치껏 오늘 브런치 어때라고 말하는 남의 편(남편)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남편이 아닌 건 공복에 올라오는 위산처럼 카지노 게임 추천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속 쓰림 같은 거겠지.
자고 일어 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 사이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애먼 아이들에게 지긋지긋하다는 둥, 싹 다 쓰레기통에 버려 버린다는 둥,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냐는 둥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마음에도 없는 극단적인 화법으로 평화로워야 할 주말 오전 거실바닥 위로 양동이 하나 가득 구정물을 끼얹고 말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을 힐끔 거리며 창식이 어질러진 책들과 장난감, 색연필을 주섬주섬 챙기자 멈칫했던 아이들도 일사불란하게 창식과 함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는다.
창식을 처음 보았을 때 카지노 게임 추천 창식이 원석 같은 사람이라 조금만 다듬으면 꽤 근사한 사람으로 변모되리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spa브랜드도 아니고 마트 pb 재킷을 입고, 아무렇지 않게 상표가 보이게 커피숍 의자 등받이에 걸어 놓을 때 슬쩍 보았던 베이직한 그 브랜드처럼 그 역시 기본에 충실한 사람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톰브라운 카디건과 셔츠를 즐겨 입었던 그녀의 전 남자 친구의 취향 같은 건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시답지 않은 창식의 말에 ‘그래요, 아 진짜, 정말’과 같은 격한 반응을 하고 웃어 보였다. 멀끔했던 전 남자 친구의 외모는,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 같은 그는 그녀뿐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다 한 번쯤 혹 할만하니까, 그 번드르르한 외모 덕에 마음 졸이며 사느니 세공되지 않은 광물상태의 흑요석 정도의 창식과 함께 있는 게 마음 편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또 어떤 날은 재래시장 초입에 점포를 둔 중장년층 저가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셔츠나 면바지를 입고 데이트에 나온 창식을 대할 때마다 허세 없는 사람이라 높이 사고 싶었다. 회사 후배 남편이 결혼 전 자기 어머니가 남대문 시장에서 고기도 아닌데 근으로 파는 속옷을 한 봉지 사다 주셔서 다 입지 못한 속옷을 신혼집에 검은 봉지로 하나 가져와 후배가 경악했단 소리를 들었는데 창식의 캐주얼복은 양호한 거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창 연애가 무르익고 창식의 말끝에 결혼이 몇 번 언급되던 어느 날 창식은 지연에게 다음엔 종로 귀금속 상가에 가서 커플링을 맞추는 게 어떻겠냐고 불쑥 얘기를 꺼냈다. 그 말이 적이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 창식에게 물었다.
- 자기 혹시 티파니 알아?
- 소녀시대? 알지. 근데 나는 윤아가 제일 이쁘더라.
- 여자인 내가 봐도 이뻐.
- 근데 티파니는 왜?
- 아니 그럼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란 영화 혹시 들어본 적 있어?
- 요즘 유행하는 영화래? 너 그거 보고 싶어?
- 아냐, 됐어.
티파니에서 커플링을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은 지연에게 없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단지 그가 티파니라는 은색 로고가 박혀 있는 작은 민트색 상자를, 만보당 혹은 보광당이 삐뚤게 인쇄되어 있는 가짜 빨간 벨벳 상자와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지닌 사람이었으면 했다. 알아도 주머니 사정상 사주지 못하더라도 몰라서 사주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생각했다.
아침에 한바탕 대청소를 마치고 지연의 두 아들들은 창식과 비좁은 방으로 셋이 끼어들어가 게임기의 볼륨을 최대한 낮춰 게임을 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세탁기에 검은 빨래를 넣어 돌리고 캡슐커피 한잔을 내려 식탁 의자에 앉고서 습관처럼 만나지 못한 지인의 일상을 핸드폰으로 염탐했다.
잠실 토박이에게 시집간 대학 동기는 오늘 아침에 남편과 딸 둘과 먹은 브런치 사진을 그새 올렸구나. 엊그제 해외 출장 다녀온 남편이 사다 줬다고 이미 알린 바 있는 그 샤넬 브로치를 녹색 카디건 위에 여봐란듯 꽂고 석촌호수 벚꽃으로 해시태그를 달고서. 다 똑같은 벚꽃인데 잠실, 여의도 벚꽃은 뭐 특별할까 싶어 지연은 라이킷도 누르지 않고 스크롤 바를 내린다. 전에 같이 일하던 회사 후배는 지금 필리핀에서 골프 치고 있구나, 지연이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닌데도 안부차 라이킷을 누른다. 전학 간 지연의 큰 아들 친구 엄마는 아들의 레테 시험 결과지를 자랑스럽게 올려놓았다. 지연은 지금 게임 삼매경에 빠진 그녀의 큰 아들과 저 집 아들은 모르는 사이인냥 신문기사에 후속 기사 원해요를 누르는 마음으로 라이킷을 누른다. 그러다 오랜만에 올라온 고등학교 동창 미정이의 밀린 일상을 보았다. 금요일 저녁 퇴근 한 남편과 맥주 한 캔과 먹태깡을 올린 그저 그런 일상을, 함께 콩나물 국밥을 조식으로 사 먹고 모주로 입가심했을 주말 아침을, 버드나무 여린 줄기가 늘어진 천변을 따라 두 사람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뒷모습을, 그 길에 이어진 여행자 도서관에서 각자 책 읽는 옆모습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밤의 산책길 그녀의 딸아이 손에 쥐어진 핥다만 브라보콘을, 그녀의 생일에 그녀 남편이 사 왔을 투썸플레이스 케이크 촛불에 은은하게 비친 스톤헨지 민트색 상자를.
그래, 티파니는 사줄 수 없어도 민트색 상자는 아는구나, 저 집 남편은 책이라도 한 자 보네. 맞아 저번엔 두 사람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 때때로 남편의 권유로 그림 보는데 취미가 없던 미정이 남편과 함께 미술관을 다녀오기도 했고. 창식은 무협만화 열혈강호의 20년째 애독자였고 그게 여가시간 그가 읽는 활자의 전부였다. 차 안에서 듣는 건 컬투쇼가 전부인 그래서 그 시간 지연이 클래식 fm 명연주 명음반을 듣자고 하면 운전하는데 졸려서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 언젠가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이중섭 생가를 지연이 가보자 할 때 이중섭이 누군데라고 되묻던 사람. 그렇지, 그런 사람과 내가 평생 살아야지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미세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그 순간 지연은 잠실에 사는 대학 동기의 남편이 친구에게 주었을 금 장신구보다 미정의 남편이 미정과 함께 빚어가는 카지노 게임 추천 토기가 몸서리나게 부러웠다. 창식의 손에 쥐어진 돌도끼로 네 식구 굶고 살지 않아 퍽 고마우면서도 그 카지노 게임 추천 토기 하나는 영원히 탐이 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