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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의 뜰 Feb 04. 2025

카지노 쿠폰에서의 단상


된장찌개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양파, 애호박, 감자, 두부를 썬다. 도마 앞에서 세상일이 두부를 써는 일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슬플 일도 없는데 눈물을 짜내며 매운 양파를 써는 건 매번 나의 패배다 (언제쯤 네 앞에서 울지 않고 눈을 부릅뜰 수 있을까) 싹 난 감자 눈을 도려내고 울퉁불퉁 해진 감자를 일정한 크기로 써는 건 어렵다기 보단 신경 쓰이는 일이다. 싱싱한 애호박을 썰면 미끄덩한 액이 나와 칼날에 들러붙는다. 서로 붙어있는 조각들을 일일이 떼어내야 카지노 쿠폰 게 일이다. 반면 두부 썰기는 얼마나 수월한가. 거칠 것도 없이 숭덩 썰어지는 그 쾌감이란.

제각각 생김새도 맛도 질감도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근사한 찌개맛을 내는 것과 같이 더러는 고생스러운 일도, 하기 싫은 일도, 가끔은 수월한 일도 한 소금 끓이고 자작하게 졸여 내다보면 내 삶도 진한 찌개 국물처럼 맛깔스러워질까, 문득 저녁상을 준비하다 말고 끄적인다.


카지노 쿠폰

나도 카지노 쿠폰를 좋아한다. 그런데 여간해선 날 위해 계란이 말아지지 않는다. 깻잎이 몇 장 남아 나만큼이나 카지노 쿠폰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카지노 쿠폰를 만들었다. 계란물을 부어가며 점차 몸집을 부풀려 퉁퉁하게 굴려진 카지노 쿠폰를 한 김 식혀 썰어낸다. 양 끝 꽁댕이는 썰면서 내가 맛보고 네모난 접시에 비스듬히 눕혀 딸아이 밥그릇 가까이 놓는다.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애써 카지노 쿠폰를 아껴먹는 딸아이를 보며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너는 카지노 쿠폰 해 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

응, 좋아라고 대꾸하며 만족스럽게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는 딸아이.

나에게 진짜 사랑이란 내가 좋아하는 카지노 쿠폰를 너에게 만들어 내어 주는 것.

흠, 귀찮은 나는 카지노 쿠폰프라이나 해 먹어야겠다.


병어조림

연애 기간이 짧았다. 나처럼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좋아한다던 그. 알고 보니 물에 들어간 고기와 생선은 거의 먹지 않고 구운 고기와 생선을 먹는 그였다. 신혼 초 어느 날 고사리 넣고 칼칼하게 끓인 조기찌개를 내어놓으니 고사리만 한 두 가닥 깨작거린다. 분명히 조기 구이는 잘 먹었는데. 그제야 실토한다. 생선찌개는 안 먹는다고.

아, 이번 생은 망했다.

나 혼자 먹겠다고 큼지막한 한 마리에 몇 만 원 하는 병어는 결코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재료다. 단가를 낮춰 저렴하게 가자미조림도 해 봤지만 병어의 그 부드러운 맛이 아니다. 그나마 일 년에 한두 번 시어머니가 차례상에서 거두고 난 병어 한 마리 싸 주시기에 이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쫙 벌린 손바닥보다 큰 병어 아래 감자를 깔고 양파를 얹고 감자가 푸근푸근 해 질 때까지 자박자박 졸이다 마지막에 어슷 썬 대파로 마무리하는 병어조림. 보드란 병어 살점을 떼먹으며 혼자 감탄한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병어의 양은 반으로 줄지언정 머리를 마주 모으고선 가시를 발라내다 젓가락이 설사 꼬이더라도, 커다란 살점을 상대의 밥공기에 흔쾌히 올려주며 함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다음 생에는 반드시 연애기간에 생선조림을 먹어보고 그와의 식 궁합을 맞춰보리라. 혼자서 병어 한 마리를 배불리 먹고선 비릿한 아쉬움을 믹스커피로 달래 본다.


점멸등

하루 건너 하루 이어지는 새벽 글쓰기. 일어나자마자 불 꺼진 카지노 쿠폰으로 향해 낮은 조도의 레인지 후드 등을 켠다. 낡은 커피 메이커에 두 스푼의 분쇄원두를 넣고 물을 붓고선 카지노 쿠폰으로 난 창 밖을 바라본다. 밖은 아직 짙은 어둠이다. 맞은편 아파트로 향하는 2차선 도로엔 점멸 신호만 깜박인다. 점멸 신호 앞에서 나는 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모른 채 어정쩡하게 멈춰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등 떠밀면 그제야 민폐를 끼친 듯 황급히 자리를 뜨는. 아무도 내게 삶의 점멸 신호를 일러준 적이 없기에. 나중에 알았다. 점멸 신호는 좌우를 조심히 살피고 천천히 지나가는 신호라는 걸.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데도 짐짓 태연한 척 그 구간들을 어찌어찌 건너왔는지. 진작 알았더라면 멀리서부터 속도를 줄이고 좀 더 매끈하게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다치지 않게.

날이 밝아오면 새벽의 점멸 신호는 소멸하고 초록, 빨강 신호등으로 바뀐다. 어둠을 걷어낸 도로에 깔려있는 노란 어린이 보호구역 카펫이 선명하다. 멈추어 설 때와 가야 할 때가, 그리고 정확히 얼마큼 속도를 줄어야 카지노 쿠폰지가 명확한 아침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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