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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Jan 15. 2025

나의 카지노 게임

훗날 자식들은 요리카지노 게임 나를 어떻게 회상할까

부엌칼이 손에 익어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칼이 내 손을 거쳐 갔다. 처음 만난 칼은 연필을 깎는 문구용 칼일 테고,보리나 벼를 베는 농사일을 돕기 위해 가끔 낫을 들었으며, 수염이 자란 청년 시절엔 면도칼을, 중년 이후로 본격적으로 부엌칼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 문구 칼이나 낫은 쓸 일이 거의 없고 매일 출근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면도칼도 날마다 쓰지 않게 되었다. 반면에 부엌칼은 늦게 잡았지만 요즘 많이 쓰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이다.


부엌칼은 낯설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자취하여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사용했고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재택근무를 하면서아이들 간식 준비하며 칼에 익숙해졌다. 그때 고구마를 막대 모양으로 썰면서손이베이고 배추를 썰면서 전해지는 날카로운 칼의 섬뜩함을 느꼈다. 그 오싹함이 칼을 다루는맛을 느끼게 해 주었고 조심히 다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채 썰기는 칼을 다루는 요령을 터득하고 익히는데 기본이다. 먼저 위아래 두께를 얇고 균일하게 자른 다음에 비스듬하게 포개 가늘게 썬다. 칼을 직각으로 내리려고 집중하는데도 두께 조절이 한결같지 않으나, 손목을 고정하고 팔꿈치와 손가락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면서 협응이 되면 속도가 빨라지고 도마질 소리에도 박자감이 생긴다. 재료나 음식에 따라 두께도 달라야 하는데 이 또한 경험이 필요하다.


칼질에 경험이 쌓이자 요리에욕심이 생겼다. 채 써는 재미에 요리할 정도랄까. 아이들 간식용으로 두껍게 채 썰어도 되는 감자나 고구마튀김을 시작으로 더 가늘게 썰어야 하는 감자볶음도 하고 무생채도 무쳤다. 무생채는 칼 부리는 솜씨도 필요했고 고춧가루와 마늘 같은 양념으로 맛을 내고 간을 맞추는 손맛도 중요했다. 다음으로 당근도 채 썰어 김밥도 쌌다. 김밥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지금도 오랜만에 집에 오면 아빠가 싸는 김밥을 먹고 싶어 한다.


이렇게 칼 사용에 어려움이 적어지고 재미도 생겼는데 아쉽게 칼 쓰임새가 갈수록 줄어든다. 대신 가위의 쓰임새가 커졌다. 가위는 본래 카지노 게임 목적에서 진화를 거듭했다.카지노 게임이 어렵지 않고도마를 꺼내지 않아도 되고 김칫국물을 닦아내며 씻을 필요 없어웬만하면 가위를 쓴다. 생선이나 고기를 다듬을 때는칼보다 가위가 편하고 유용한 측면도 있다.


그래도 칼은쓸모가 여전하다. 썰기나다지기는 위로할 수 으며, 양파나 무처럼칼로 썰 수밖에 없는 식재료가 많고,파와 고추 같은 재료는가위로 자를 때보다 칼을 사용해야 많은 양을 빠르게 썰 수 있고,모양도 보기 좋게 썰려음식이 단정하다. 김장 김치를 칼로 가지런히 썰어 접시에 놓으면 먹음직스러운데 그렇게 썰어놓은 적이 오래되었다. 어머니는 늘 칼로 썰었는데 말이다.


어머니가 독일제 칼을 산 것처럼 나도 유럽에 출장 갈 기회에당시 인기 있던 쌍둥이 칼을 샀다.쇠가 강해서인지 쉽게 무뎌지지도 않았지만 전문 칼갈이 손에 맡기지 않으면 잘갈리지도 않았다. 보급형 칼로 바꾸자쉽게 무뎌져작은 숫돌을 사서 자주갈아야 했지만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살림집에서는오히려 이게 더 나았다. 예리하게벼려있어야 깔끔하게 잘리고 힘도 덜 든다. 김밥을 썰어보면 날이 선 칼의 효율을 바로 알 수 있다. 또한 칼날이 무딘 상태로 오래 사용하면 날이 뭉툭해져 날을 다시 벼리는데 어려우므로 칼을 자주 가는 것이 좋더라.


요리할 때마다 이렇게 날카롭게 벼려진 칼로 도마질을 한다. 그때마다 도마는 칼자국이 생기고 조금씩 깎여 파이면서도 묵묵히 날카로운 칼날을 받아낸다. 도마에 상처가 난 만큼 칼도 함께 서서히 무뎌진다. 요리하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도 세월이 흐르면서 도마와 칼과 함께 무뎌졌다.


도마위에 음식 재료를 올려놓고 칼질을 하다 보면,요리하던생전의 어머니가떠오르면서희생과 사랑이연상된다. 김밥을 싸고 감자전을 부치고 국을 끓이내 모습을 회상하며 훗날 자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요즘엔 옛날과 달리 식재료가 풍부하고 다듬어져 있으며, 반조리 식품도 많아 요리하는 고단함이 크지 않다. 그러사랑만 떠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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