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움직일 수 없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읽은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른다.
“불이 휘몰아쳐 올 때, 도망도 가지 못하고 울부짖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다 드디어 불길에 갇혀 몸을 태워야만 했던 나무들의 비애가 몰려오는 듯하여 억한 감정이 목까지 차온다. 어찌 이리도 잔인할 수 있을까. 퍽퍽해 오는 가슴만을 칠 뿐 도리가 없다.”(「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 182쪽)
1996년 강원도 고성 지역에 실화로 인해 발생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 가까스로 진화된 후, 조사를 위해 방문한 글쓴이가 까맣게 변한 현장을 바라보며 느낀 심정이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나면 떠오른 건 주민 불편과 희생, 시설 피해와 복구였다. 이제는 불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타들어 가는 나무의 고통도 함께 떠오른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덮치는 절망적인 상황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 순간 나무들이 느꼈을 참혹함과 절망감을 이 글을 통해 생생히 상상할 수 있었다. 식물은 제 몸이 벌겋게 타들어 가는 순간에도 선 채로 견뎌야 한다니, 그들의 운명이 얼마나 가혹한지 깨닫게 되었다. 동물은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칠 수 있지만, 식물은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에 먹먹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소식을 접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그들의 아우성이 퍼지는 듯하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연민이 생겼다.
우리는 식물이 단순히 이동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혹은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동물보다 낮춰 보며 열등하게 여기곤 한다. 심지어 식물인간, 식물대통령, 식물국회처럼 '식물'을 비유적으로 사용해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상태를 뜻하는 표현도 쓴다. 그러나 식물은 서 있지만 가만히 기다리지 않았다. 이동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때로는 치열하게, 때론 지혜롭게 대처하며 살아남아 왔다. 식물은 조용하지만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식물은 고착생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으로 대처한다. 먼저, 꽃가루받이와 씨앗 확산을 위해 바람, 동물, 물 등을 이용한 갖가지 방법을 찾아냈고, 안정적으로 서 있고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한 뿌리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가뭄과 혹한 같은 극한 자연환경 변화에도 여러 방식으로 적응해 왔다.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잎은 표면에 두꺼운 보호막(큐티클층)을 형성하고 상황에 따라 잎의 기공을 여닫을 수 있게 한다. 겨울에는 털이나 항동결 물질을 만들어 월동하고, 추위같이 생장 환경이 불리할 때는 잎을 떨어뜨려 휴면상태에 들어가거나 발아 시기를 조절하여 생존에 불리한 환경을 피하기도 한다.
또한, 외부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발전시켰다. 초식동물에게 먹히는 위협에 대응해 가시나 독성 물질을 만들어 먹기 불편하게 만들고, 한편으로 몸을 여러 개의 모듈(modularity)로 구성하여 기능을 분산시켰다. 기능이 분산되어 잎이나 가지 같은 몸의 일부를 뜯어 먹히거나 부러져 상당 부분을 잃어도 재생되어 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 반면에 동물은 필수 기능이 뇌, 폐, 위장 등 장기에 집중되어 신체 일부를 잃거나 손상되면 회복불능에 빠지고 생명을 잃기도 한다.(「매혹하는 식물의 뇌」 61쪽 참고)
경쟁과 협력도 한다. 주변 식물들과의 빛, 공간, 양분 같은 자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키 경쟁, 덩굴성 성장, 빠른 번식 같은 햇볕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발전시키거나 타감물질을 방출하여 경쟁식물의 생장을 억제하기도 한다. 균류와 곤충과는 공생을 통해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콩과식물은 뿌리혹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와 사용하고, 어떤 식물은 균류에 서식처를 제공하는 대신 균류로부터해충이나 병원균의 저항성을 높이는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식물은 고착된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며 장구한 세월 동안 진화해 왔다. 그 결과, 식물은 동물보다 단일 개체의 수명이 훨씬 길 뿐만 아니라 동물이 지구상에 등장하기 이미 수 억 년 전에 등장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번성하며 지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식물이라면 분명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는 극한 상황에도 적응할 전략을 갖추고 있으리라 믿는다. 산은 변함없이 그들의 삶터이며, 무료 카지노 게임을 견뎌낸 식물은 경쟁자가 사라진 공간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남겨진 씨앗은 새싹을 틔우고 실컷 햇볕을 받으며 한껏 자라나 키를 키울 것이다. 인간의 간섭이 더 이상 없다면 숲은 머지않아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갈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 사진 : 무료 카지노 게임 발생 후 6개월 후에 찾은 경북 울진 화재현장,불탄 소나무에서 어린 솔가지가 자라고 있다.(한국일보 2022.9.9.왕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