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했냐는 말들에, 답장
안녕하세요.
드문드문 가뭄에 콩나듯 글을 쓰다 개과천선하기로 한 천유입니다.브태기였습니다. 저만의 항아리를 채우기 위해 책을 좀 열심히 읽고 서평에 집중한 것도 있고요.
사실...비겁한 변명이죠?
오타도 징글징글하게 남발하무료 카지노 게임..
맞습니다. 그냥 좀 무료 카지노 게임 싫었던 거 같아요. (유난히또브런치가)
가만 보자. 언제부터였지?
거슬러올라가보니 이런 글이 서랍 안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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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구워진 인절미처럼 소파에 길게 누워 목을 괴이하게 꺾은 채 퇴근하는 오빠를 맞이했습니다.
현관을 들어오는 오빠는 흘깃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요즘 시그니처 포즈야?"
"오빠, 나 오늘 박경리 작가님 토지 서문을 읽었는데.. 괜히 읽었다 싶어."
"그런 글 죽었다깨도 못 쓸 거 같아서?"
녹아버린 인절미는 꿀떡인양 통통 튀어가 묻습니다.
"어떻게 알았어?"
그는 정말 대단합니다. 모르는게 없습니다. 역시 오빠는 최고! 저는 늘 그의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그럴 때가 있지."
"응, 맞아. 그럴 때야. 그냥 쓰기 싫어. 어차피 다 무료 카지노 게임긴데 뭐."
"모두가 박경리가 될 필요는 없어."
"알아. 근데 쓰고 싶어. 그런 거."
저는 대하소설를 쓸 생각이 없습니다. 박경리 작가님?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근데 그 문장을 읽었을 때는 그저 부러웠습니다.
세종대왕님의 주신 '한글'이란 무기를 동일하게 가졌는데 누군가의 배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무료 카지노 게임도 '가나다'가폐부깊숙한 곳을 찌르는 듯 강렬한 파동을 일으킨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똑같은 한글인데 다같이명사 부사 조어 동사 배열인데, 왜 다를까요? 전혀요, 전혀 다를까요. 이다지도 완전히 다를까요. <그알이 이 비밀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전 이해가 안 됩니다.
왜죠? 왜 다른 거죠? 어렸을 땐 똑같은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 입 하나인데 이 많은 사람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게 신기했는데. 지금은 그 비밀을 풀기 전 더 엄청한 비밀에 휩싸였습니다.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글도 좋아해줄 누군가가 있다고 믿지만, 놀라운 누군가를 보면 한없는 경외감에 입을 벌리고 한참을 서있다 문득 쓰나미 같은 좌절감에 휩싸이는게 사실입니다. 어느 분이 그러셨어요. 그저 읽기만 할 땐 몰랐는데 그 꿈을 갖게 되는 순간 일렁이는 질투 같은게 있다고.
저도 그렇습니다. 어젠 질투조차도 못가질 압도감에 납작 찌그러졌지만 그 무게는 또 한없이 가벼워 저 아래에도 떨어지지 못하고 그저 비참하게 납짝 눌러붙은 어떤 날이었습니다.
요즘 줄곧 그런 날입니다.
깔깔깔깔깔
얼마 전에는 철 지난 <멜로가 체질을 다시 보무료 카지노 게임 극중 임진주 작가를 보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습니다. 텅 빈 집에 혼자 앉아 웃는 제 모습은 마치 코미디쇼 방청객처럼 요란했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웃겨서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얼얼한 코끝을문지르다 끝내 쥬르륵 눈물을 흘려야 했으니까요.
극중 임진주 작가는 방긋방긋 웃으며 신들린 듯 타자를 치며 말했습니다.
"어쩜 이런 날이 있지? 어떻게 이렇게 잘 써지지? 놀라워!!! 이럴 수는 없어!!!!아하아아ㅏ아아ㄴ아하하하하하하하하아. 아하하ㅏ아라ㅏ하하하하하. 당연하지!!! 이건 무료 카지노 게임니까."
그 모습, 그 미소도 알 것 같고 무료 카지노 게임 같다는 느낌도 알겠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이 카페 앞에 나를 데리러 온 오빠의 차를 타며 한 말과 유사했습니다.
"왔다고 얘길 무료 카지노 게임."
"뭔지 모르지만 열심히 쓰길래 보고 있었어."
저는 또 어딘가 아득한 무언가를 응시하듯 얘기합니다. 취했습니다. 저에게. 치얼스.
"응, 오빠. 나는 어떤 날은 글을 쓰는데 키보드를 두드리는게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타자를 치는 게 막 건반 위에서 강약과 슬픔과 기쁨을 연주하는 것처럼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져. 마치 받아쓰는 것처럼 너무 빨리 손가락이 움직여 주체할 수 없어.
또 어떤 날은 글을 쓰는데 내가 막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아마 가수의 표정과 내 표정이 다르지 않을걸? 오늘이 바로 그런 노랠 부른 날이었어. 어떻게 이렇게 신나지? 재밌지?"
하지만 모든 글이 그렇게 쓰여지지도 않고, 그렇게 쓴 글이라고 반드시 마음에 쏙 들지도 않습니다. 얼마 뒤 읽어보면 무료 카지노 게임인 날도 제법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지구력이라곤 1도 없으면서. 끈기라곤 불어터진 라면 가락보다 못한 주제에 제 글을 스스로 무료 카지노 게임 여기면서도 굽신굽신 잘 주워서 다시 쓰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게 놀랍습니다.
또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그런 미치광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무료 카지노 게임도 내게 '모두가 박경리가 될 필요가 없다'고 다독여 주는 사람이 있어서.
하늘이 도와 저는 저를 위대한 힘으로 찌그러뜨릴 그 글을 장마철 아침에 읽었고, 그날은 아무것도 무료 카지노 게임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무료 카지노 게임 않을 핑계를 얻어 아무것도 무료 카지노 게임 않았습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자신감이 생기겠죠. 내일이 되어봐야 알 일입니다.
대개의 날을 도취되어 제 잘난 맛에 사는 것도 괜찮고, 매일 그러면 실력이 늘지 않으니 자아성찰의 날이 하루쯤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인생 역시 재밌습니다. 단짠이 늘 있어요.
그럼, 오늘은 그대의 글과, 그대의 인생과, 그대의 한숨에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