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다
그와 헤어진지는 여덟달 쯤 되었고, 그를 미워하게 된지는 다섯달 쯤 된 것 같다. 내가신혼집 지분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을 해주기로 약속한 시점부터, 그는 돌변하여 적극적으로 나를 흠잡았다. 내가 아직 그에게 약하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에게 준 위자료가 아까워서인지, 처음 카지노 게임 추천하자는 이야기를 꺼냈을때 진심으로 미안해하던 사람은 간데 없고, 그는 나와 그 사이에 공통적인 지인들을 직접 만나 결혼 파탄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고, 본인이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나는 멀리 제주에 와서, 이 어이없는 여론전에 바다 건너 참여하면서 산다. 괜찮다가도 한번씩 속이 뒤집히는 때가 있는데, 그럼 그런 날은 또 잠이 안온다. 제주도 하필이면 1,2월엔 계속 비가 오고 우울해서 나의 다친 마음은 낫지를 못했다. 때로는 최후의 보루로 서울에서 타온 약을 끄내먹고, 제주 시내에 어느 정신병원을 가야 할 지 뒤지면서, 정신과 의사조차 나를 탓하면 어떡하지 뭐 그런 생각을 한다.
계속 글을 쓰고 싶었는데,방황하는 나의 마음처럼 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고 아주 많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글로 토하기로 했다. 지인들에게 털어놓다가 몇번의 카지노 게임 추천를 입은 경험이 입을 닫게 만들기도 했다. 방향을 잃은 마음은 고여간다.
최근나는 몹시 예민해졌다. 소리, 냄새, 온도, 습도, 원래도 예민한 편이었지만 이만큼 날카로워진 데 나 자신도 놀란다.
서울에서는 하루 커피 두세잔도 거뜬했는데, 이제는 오전에 마신 한 잔 때문에도 잠을 자지 못한다.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뉴스 소리가 크면 견딜 수가 없다. 음식 냄새가방에들어올까봐 문을 꼭 잠근다. 식탁과 욕실에 내 질서에 맞게 늘어놓았던 잡동사니들이 부모님 손을 타 다르게 널브러진 날에는 갑자기 화가 튀어나온다. 죄다 갖다버린 날도 있다. 혼자 있고싶다. 교회도 가고싶지 않다. 목사님이든 누구든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싫다. 생각 하는 나를 멈추고싶다.
일로 만난 사람들이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서울에 남편 혼자 있을텐데 외로워하지 않아요? 신혼 여행은 어디 다녀왔어요? 아이는 아직이예요?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는아직모르겠다.
웃으며 전 한번 다녀왔어요, 해봤더니 상대방이 너무 당황했고, 담담하게 저 카지노 게임 추천했어요, 라고 말했더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었다. 워낙 좋은게 좋은거지 즐거운 자리를지향하며 살아와서 나때문에 싸해지면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람들 만나는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
원하지 않았던 카지노 게임 추천을 경험하고, 텅빈 마음을 안고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봤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연애를 너무 안해봐서(남편은 나에게 찐 첫사랑이었다) 사람 보는 눈이 없었나? 너무 잘해줬나? 내가 안예쁜가?
아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잘못이다. 남편을 무조건 탓하고싶지 않아서 내 탓을 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거라곤 남편을 믿은 것밖에 없다.
어려운 형편과 밝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잘 견뎌내 훌륭하게(라고 믿었지) 성장한 그를 빛내주고싶었다. 자신감이 없는 그가 빛날 수 있도록누구보다 든든한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얼굴은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볼품없었다. 지인들말에 의하면 지금도 그렇다고 한다. 다들 그래서 더 내가 바람폈다는 주장에 점수를 주는 듯 하다.
나는 그의 얼굴이 그토록 상한건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얼마나 비겁했는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아무리 부인 탓을 해도 제 잘못의 무게를 외면할 수 없어서 괴로웠을 거다. 회사에 믿어줄만한 사람(그래봤자 퇴직하면 안 볼 사람들인데)을 골라 본인 편한대로 얘기를 하고, 내 욕을 들으면 자기 잘못이 좀 사라지는 것 같겠지. 나는 그가 겉으로 멀쩡해보이지만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를 동정하는 사람들은 함께 나를 비난하고, 뒤에서 내 욕을 한다고 들었다. 아마 내가 '요즘애들'스러운 태도로 제멋대로 행동하며 시부모님께 잘하지 못해서 남편을 힘들게 했을 거라고.
글쎄. 나는 나에게 참으로 박했던 시부모님들과 잘 지내보려고, 잘 해보려고,그 먼 시골에 가 얼굴도 비추고 선물도 사들고가고 억지로 전화해 안부도 전해봤다.
어버이날이었다.시부모님 댁에 갔었다. 시할머니, 시부모님, 시이모님 부부가 있었다. 그날의 차가운 공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나를 궁금해하면서도 내가 서울에서 온 도시 여자라고불편해하던 카지노 게임 추천들. 다들방 어딘가로 마당으로자리를 피하고, 나는 어디로 숨을 지도 몰라혼자 거실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남편은 어디 있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시아버지는 술에 취한채 내 앞에서 크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잘못한게 없는데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제가 점심 사드릴게요, 해서 간 식당에서 시어머니는 반찬이 부실하네, 맛이 없네 투덜거렸다. 남편이 민망해하며 저지할 때까지.
밥 먹고 나오는 길에는 비가 왔다. 남편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남은 가족들이 우산을 쓰고 나갔다.우산이 없는난 혼자 비를 맞으며 쫓아갔다. 정장을 입고구두를신고서물웅덩이를 피해 허겁지겁 따라가는 내걸음이얼마나 병신같던지. 외로웠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시아버지는본래 어른들은 아랫사람 대하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랫사람이 잘해야 하는데, 며느리라는 애는 노력도 안한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나에게 그 말을 전하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고 했다.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였을까.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한 노력은 보잘것없었을까. 버석한 땅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알수 없었고 두려웠다.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서 광대처럼 춤추고 노래라도 불렀어야 그들은 만족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화가 난다. 하긴 집안 자체가 답이 없었다. 남편이 다른 여자가좋다고 집을 나갔다는며느리에게, 정신이 나가 우는 나에게"우리애가 싫다는데 니가 카지노 게임 추천해주면 안되겠니"했던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지금 전남편이 나때문에 카지노 게임 추천했다고 말하고 다니는게 너무, 너무 억울한거다.
그에게는 높은 등급의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었다. 처음 그가 나에게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카지노 게임 추천선언 후 그는 내가결혼하자고우기는 바람에결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의 장애는 후천적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선천적이고 후천적이고 뭐 그런건 괜찮다고 말했다. 그가 안심하기를 바랬다. 우리 앞의 운명을 이제 둘이 손잡고 헤쳐나갈 테니, 자식 문제도 천천히 고민해볼 일이고, 아이가 갖고싶으면 병원을 잘 다니고 건강관리를 잘 해보자 생각했고, 본인의 잘못이 아닌 일 때문에 내 사람이 주눅들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 뭐 장애가 문제인가? 장애 있는 가족은 결혼도 못하나?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당시전남편은 내게고마워했고, 나는 이런건 부부라면 고마워할게 아니라고, 너희 동생 돌보느라 너희 부모님 참 힘드셨겠다고말했다.그때의 우리는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었다.
그렇게 사랑이 충만한 상태로, 손잡고결혼 인사를 드리러 가던 날,시아버지가대뜸 장애는 문제삼을 것도 아니라고 큰소리를 냈다. 나는 아무말도안했는데, 문제 삼았어야 했던 건지 불안해질만큼 묘한 반응이었다.
내가 돌아간 후시아버지는며느리 될 애가 교회를 다니는게 싫고,아들이 장애 있는동생 때문에 주눅드는 꼴도 보기 싫다며, 아들에게 결혼정보회사에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고, 우리 아들은 빠지는 구석이없으니 좋은 카지노 게임 추천 만날 수 있다고말했다고 한다. 아드님께서는그말씀을 그대로나에게 전했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때는 정말, 이 결혼 해야되는 걸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시부모님이랑 사는게 아니니까. 우리도 시부모님도 누구나 처음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려우니까, 초반에는 시부모님 보는게 쉽지 않아도 남편이랑 알콩달콩 잘 살다보면 시간이 모든걸 덮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을 했다.
그리고신혼여행에 다녀온 이후 결혼식 앨범을 받았을 때, 거기서 남편측 친척 사진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남편의 동생과 비슷해 보이는 장애인이 하나 더 있었다.
후천적 장애가 아니었던 걸까? 어차피 문제 삼을게 아니었으나, 2세를 생각하면 궁금한 부분이었다. 나는 물어보다남편 마음이 다칠까봐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혼자 며칠내 고민을 하다가, 부부 사이에는 솔직한 대화가 있어야한다고 결론을 내리고는,정말조심스럽게, 혹시 친척 중에 몸 불편하신 분이 계시냐 물었다. 그는 듣자마자 불쑥, 심하게,화를 냈다. "장애인은 결혼식에서 사진 찍으면 안되냐?"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동생은 후천적인 장애라고 했는데 가족 중에 또 있는건가 싶어서 물어본거야. 혹시 유전이라면, 우리가 자식을 갖게 된다면 중요한 문제가 되니까.
격분했던 그는 점점 이성을 찾고 나에게 사과했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데 미리 말하지못해 미안하다고. 자주 보지 않는 친척이라 잊고 있었고, 결혼 전에 말했어야하는 줄 몰랐다고.
나도 얼굴도 잘 모르는 친척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나는 자녀 문제로 의사 앞에 간다면 해야될 말이 하나 더 늘었구나 했다. 그리고 혹시 내부모님이 알면 걱정할까봐, 가족과 친구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냥 덮었다. 그의 마음에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지 않도록.
이렇게 함부러 패대기쳐질 믿음이고 순정이고 결혼생활이었는데, 나는 왜 나 자신을 내려놓을 정도로 그를 아껴주었으며, 왜 그가 다칠까봐 내가 먼저 나서서 대신 다치기를 선택했을까. 상담사 말대로 내가 멍청했을까. 아니 그럼 남편을 믿지 다른 누구를 믿어야한다는 거지?
아무도 곁에 없이 혼자서 실체 없는 결혼생활을 지켜보려고 아등바등했던 내가 가엽다. 그리고 싫다. 그도이런 내가 지겨웠을까. 오랜 시간 서로 쌓아온 추억과 신뢰를 단박에 쓰레기통에 처박고, 옆사무실나이 많은여자에게 쉽게 마음을 줘버린 그가 아직도 신기하고 놀랍다. 원망스럽고.
과거에 질척이며 여태 징징대는 내가 싫다.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에게 받은 위자료로 잘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잊을만 하면 그의 소식이물귀신처럼 행복해지려고 멀리 뛰어가는나를잡는다. 여론전에 열심인 그와 동조하는 사람들.. 제주에 파묻힌 나.잊고싶다. 도망치고싶다. 도망치는게 나를 버리는것 같은데. 버리고싶다. 버리기 싫다.
아빠가 나에게, 너는 뽑기를 잘못했을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고마웠다.무응답으로 대답했던 내 신도, 남편을 굳게 믿었던건 틀리지 않았다고, 좀 더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