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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람 Apr 11. 2025

출근 후 세 번이나 집에 돌아온 무료 카지노 게임

여느 때처럼 거실 테이블에 노트북을 펴놓고 글을 쓰던 금요일 낮. 고요해야 할 거실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치익- 타닥, 치이이익- 타닥'


주방 환풍기에서 나는 그 소리는 어떤 일을 떠올리게 했다. 언젠가 두꺼비집 쪽에서 뭔가 퍼득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설비점검 때 열어보고서야 그게 박쥐였었다는 것을, 미라를 버리며 알게 되었다. 설마 이번엔 환풍기? 거기 있을지도 모를 작은 침입자가 바람에 날려가 주길 바라며 환풍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 됐을까 싶어 버튼을 끄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꽤 질긴 놈인걸. 이번엔 오래 켜두었는데 끄고 나면 여지없이 그 치익- 타닥, 이 들려왔다. 대체 어떤 놈이 들어온 거야. 설마 안으로 들어올 틈은 없겠지. 조심스레 환풍기를 들여다보는데 소리가 다른 데서 들려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조심스레 시선을 돌리자 창가에 쳐둔 카페 커튼과 창문 사이에서 벌 한 마리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집에서 이상한 소리 나'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보냈던 라인 메시지 아래엔 그가 읽어볼 새도 없이 '아악 벌이었어!!!!!!!!!!!!!'가 덧붙여졌다. 그리고 존재를 인식당한 벌은 더 무서운 기세로 창문에 몸을 들이받았다. 작은 꿀벌 정도라면 문이라도 열어주겠는데 크기도 작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쪽으로 오면 바로 튀어야지 생각하며 벌을 주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료 카지노 게임이 돌아왔다. 근처에서 외근 중이라 벌을 잡으러 왔다며. 저기야 저기. 내 손가락 끝을 따라간 곳에 벌은 없었다.


"어어 아까까진 있었는데..., 그게 어디 갔지...?"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에 머쓱했다. 별 소득도 없이 무료 카지노 게임은 화장실만 쓰고 돌아갔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가고 5분도 지나기 전에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벌이 있었다. 아까보다 더 생생하고 맹렬해진 소리. 자길 죽이려고 무료 카지노 게임을 부른 줄 알고 화가 났을까. 내가 부른 거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온 거야,라고 변명을 늘어놓아 보지만 내 사정을 알아줄 리가 없다. 감히 네년이! 몰래 독을 탄 탕약을 올리려던 무수리에게 격노한 주상전하 같았다. 전하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온몸으로 표현하듯 더 격렬하게 창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하는 두 마리였다.


하나는 주방에서, 하나는 거실에서, 창문을 향해 보디어택을 계속하고 있는 전하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셨을까. 다육이 케이스를 베란다에 내놓던 틈에 들어왔나. 아니 근데 왜 또 두 마리야. 하나는 어디 있다가. 안 되겠다. 거실을 버려야지. 서둘러 노트북 코드를 뽑고 핸드폰을 챙겨 나와 거실문을 닫았다.


침대에 노트북을 내려놓고, 벌이 다시 나왔고 두 마리였다, 다른 방에도 벌이 있지 않을까 살펴보았고 문제없다, 프로 자택경비원다운 보고를 집주인에게 마친 뒤, 쓰던 메일을 마저 쓰려는데 현관문이 달싹거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걱정이 돼서 말이야."


이제 와서 말하지만 저 사람은 내가 날파리도 무서워 못 잡는 줄 안다. 사실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이지만. 그런데 집에 왕모기나 왕파리가 들어왔던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낮에 잡으러 온 적은 없었다. 마침 근처에 있었다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고마운 일이고 내심 거실을 되돌려 받을 수 있길 바라며 무료 카지노 게임의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거실은 조용했다.


"어, 이상하다. 여기랑 저기, 이렇게 두 군데에서 난리였는데."


거짓말처럼 벌들은 다시 자취를 감춘 채였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 왜 나 혼자 있을 때만. 이쯤 되니 정말은 벌 같은 건 있지도 않았는데 내게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 스스로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정말 있었다고...."


진실을 고했는데도 그걸 받쳐 줄 물증이 없으니 왠지 모르게 변명 같아지는 말투. 여기에 이렇게 있었다면서 현장 근처에 다가가는데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아, 내 생에 벌을 이렇게 반가워한 적이 있었던가. 딱히 이 거짓말쟁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명을 벗은 듯한 기분이었다. 전하 1은 기력이 쇠해 명을 달리 한 듯 보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혹시 다른 한 마리도 냉장고 옆쯤 좁은 틈에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살펴보기 위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주방으로 향했다. 얼마 안 있어 바닥에 떨어져 몸부림치고 있는 전하 2를 발견했고 제압에 성공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밀폐된 방의 온도가 너무 더웠던 걸까, 방향제가 독했나, 같은 가설은 있지만 확인할 길도 없고. 내가 그때 무엇보다 다행이라 여겼던 것은 벌들의 이상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나의 공신력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과 내 정신이 온전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역시 또 맨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 그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침내 거실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득의양양한 발걸음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2시간 뒤. 갑자기 현관벨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을 보니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항상 스스로 문을 따고 들어오는 사람인데 뭐지.


문을 열자 무료 카지노 게임은 묘한 얼굴을 하고 현관 옆 신발장부터 바라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집열쇠와 차키가 없어졌는데 여기 있어서 다행이라며, 현관문을 연 뒤 평소 버릇처럼 열쇠들을 올려둔지 모르고 그대로 회사 차를 타고 돌아간 모양이라고 했다. 그럼 전화를 해서 집에 있는지 보라고 하지 왜,라고 하니 핸드폰도 없어졌단다. 핸드폰은 무료 카지노 게임이 벌을 줍던 키친 카운터 위에서 발견되었다.


처음으로 근무 중 이탈을 감행한 무료 카지노 게임은 벌 한번 잡으려다가 집에 세 번이나 들락거려야 했고, 이러저러해서 집까지 좀 태워달라는 말을 해야 했기에 결국 집에 들렀던 것도 들통나고 말았다. 원래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하면 일이 꼬이는 법이다.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얼마 전 나와 함께 '폭싹 속았수다'를 보았다. 아이유나 박보검을 딱히 좋아하던 것도 아니고, 일본 넷플릭스에는 '오츠카레사마(おつかれさま)'로 표기되는 제목이 그다지 끌리지 않아 나는 좀 시큰둥한 자세로 보기 시작했다. 그냥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옛날 사랑이야기일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펑펑 울면서 봤다. 작정하고 울리려 하는데 안 울 재간이 있나. 특히 마지막 시즌은 공개된 그날 전부 다 몰아보고 너무 운 나머지 다음 날 3시까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2025 드라마 어워드 (그해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을 고르는 우리 집 행사)'의 대상을 아직 4월인데 벌써 정해버렸다. 뭐 혼자 맘대로 정하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나도 아마 우리에게 있어 이 드라마를 뛰어넘는 작품을 올해 안에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나보다 더 많이 울던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뭐가 너를 그렇게 만드냐 했더니 관식이 지분이 큰 것 같았다. 아마 그래서, 벌을 잡으러 왔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이 무리해서 관식이가 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점은 개선하려고 반성하고, 좋은 반려가 되려고 노력하는 마음 (노력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귀한 마음을 지녔다고 느낀다. 나에 대한 애정이고 우리 가정을 잘 일구어 나가 보려는 의지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 마음이니까. 무엇보다도 괜한 관식이 흉내로 인사고과에서 나쁜 평가를 받으면 곤란하다. 그러니까 하던 대로만 했으면. 너답게. 그리고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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