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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Mar 05. 2025

우리들은 1카지노 쿠폰

너도 나도 1카지노 쿠폰

순삭.

치킨도 아니고, 누가 다 먹어치운 건지 손을 대기도 전데 사라져 버린 방학들.

1월의 계획을 돌아볼 새도 없이 선물처럼 받았다고 좋아했던 새해의 1/6이 사라져 버렸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순삭하다'
순식간에 삭제하다라는 뜻으로, 어떤 것을 매우 빠르게 없어지게 하다.
-출처 국어원


중학생이 되는 딸,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우리 아이들은 그들의 선택대로 열심히 하지 않고 방학을 충분히 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가기 싫다는 아이들. 나도 출근할 생각을 하니 '엄마도 출근하기 싫다'를 말하려는 순간, 도로 가고 싶어졌다. 이토록 게으른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기에. 뱉었다가는 큰일 날 말을 극적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3년 터울 지는 두 아이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동시에 졸업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동시에 입학한다. 어쩌다 보니 나도 올해 다시 1학년을 맡게 되었다. 정말이지 우리들은 1카지노 쿠폰이다.


나에게 새로운 인연이 될 1학년들도 입학을 앞두고 여러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을 학부모님들. 겪어보지 않은 학년에 올라가는 자녀들을 키우며 겪게 되는 왠지 모를 불안감. 떨리고 걱정되어서 교복을 챙겨주며 물을 싸주며 빠뜨린 거 없는지를 몇 번이나 묻고 '파이팅!' 잘하고 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내뱉는 나를 본다.


교복을 챙겨 놓고, 늦잠을 자던 아이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샤워를 한다.

"아, 엄마 나 어떡해. 진짜 중학교로 가는 날이야!"

"후우~! 아~~!"

많은 말들을 하지 않지만 긴장이 되고 걱정되는 마음이 한꺼번에 쏟아지던 아침 풍경.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찍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입학식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뒤로 하고 나의 또 다른 1학년들을 만나러 집을 나선다.


체육관에 가지런히 놓인 의자에 닿지도 않은 발을 흔드는 아가아가한 1학년 신입생들, 그 아이들을 보며 요리 저리 사진을 찍고 긴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학부모님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모두 오시게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두 번 겪은 엄마로서 1학년 아이들을 다년간 맡은 교사로서 진짜 신입생 그들의 콩닥이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신규 교사였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굳이 그 많은 학부모님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해야 한다면 미리 무슨 이야기를 할지 대본을 쓰고 자료를 만들며 달달 떨었을 테지. 누구나에게 '처음'은 두렵고 낯설다. '처음'이라 신선하고 기대되지만 큰 숨을 들이마시고 뱉게 되는 긴장감이 생긴다.


입학식이 끝난 체육관에서 부모님은 잠시 대기하도록 하고 아이들만 데리고 교실로 먼저 올라왔다. 이제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이니까 부모님이 옆에 계시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로 짧은 시간 약속했다. 내가 아이들을 믿고 잘할 있다고 해주니 아이들은 부모님께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부모님이 들어오시자 아이들과 힘찬 인사를 나누고 짧은 시간 약속한 구호도 외치고, 바르게 앉아 부모님에게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실을 가득 메우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1학년이 처음인 이들에게 학교 생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슬기로운 1학년 학교 생활'에 대해 안내자료를 만들어 가정으로 보내드렸지만 직접 대면하며 자세하게 설명해 드렸다. 등교 시간부터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가정에서 준비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들, 현장체험학습 신청서와 보고서 쓰는 방법, 소통 방법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려드렸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너무도 알기에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안심하시라고 부탁드렸다. 부모님의 불안한 마음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니 먼저 아이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있도록 안정된 마음으로 바라봐주시라고.


"저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부터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내려 가면서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모든 교육의 밑바탕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어떠세요? 저를 만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좀 내려놓아지지 않으신가요? 하하하."


감사하게도 부모님들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해 주셨다. 나도 사실은 걱정된다. 언제나 처음은 그러하니까.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꺼내어 본다. 걱정을 밀어 넣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아본다.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손을 잡고 아이들을 잘 성장시키기 위한 내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을 한 걸음을 걸어본다.


첫걸음을 내디딘 인생의 1카지노 쿠폰들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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