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큐레이션
내가 질문이 많은 카지노 게임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질문 좀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있다.
때는 초등학교에서 중학생으로 올라갈 무렵, 학원에서 중학교 공부를 선행하고 있었다. 당시 수학 수업 때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질문하곤 했는데, 그 행동이 학원 원장, 원감이 보기에는 꽤 진상처럼 느껴졌나 보다. 나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고 다그쳤고, 그 이후로 나는 수학과 점점 멀어져갔다.
이해할 필요 없이 외우라는 말이 나에게는 중력을 거스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 질문이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된다면 어쩌겠는가.
입을 다물 수밖에.
어쨌든, 나는싫어하는어른의 모습이 다양하지만, 앞선 이유 때문에특히 어린이의 질문을 가로막는 어른이 싫다. 그리고 서슴없이 질문하는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보면 꼭 지켜주고만 싶다.
그래서 3월의 큐레이션은 '질문을 담은그림책'으로 선정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그리고 그 호기심을 밖으로 내뱉는 것이 얼마나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지 보여주는 그림책들이다. 어른들이 "쓸데 없는 말 좀 그만"하라며 아이들의 입을 막아버릴 때, 나는 그 어른들에게 이 책들을 보여주고 싶다.
캐리 앤 홀트가 쓰고, 케나드 박이 그린 <궁금해 궁금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그림과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어른들은 어쩌면이해하지 못할 순수한 호기심이 들어 있는 책이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싶어 혼자 끙끙 앓는 어린이에게 추천한다.
미카 아처의 그림책 <나 진짜 궁금해!는 두 아이가 집 주변을 산책하는 이야기이다. 평소 자주 보는 주변의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정말 동시 같은 그림책이다.
게다가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콜라주를 활용한 그림도 무척 매력적이다. 일상적인 풍경을 새롭게 보는 이야기처럼 종이 조각들이 새로운 그림으로 탄생하는 콜라주 기법이 퍽 잘 어울린다.
같은 동네라도 새로운 골목길을 걸으면 여행의 경험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상이 지루해 멀리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동네를 다시 돌아다니면 신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음 책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왜냐면...이다. 아이의 실수를 이렇게 센스 있게 감싸주는 이야기라니. 아이의 상상력도 길러주면서 자존감까지 챙겨주는 멋진 그림책이다. 그리고 아이의 물음에 대한 답이 우리의 상식(?)과는 많이 달라서 답변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으니 꼭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이은경 작가의 <질문의 그림책은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포스트 모더니즘 그림은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몇몇 장면은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 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이 생각나기도 했다. 현실적인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