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마당이 있어 채워져 있는 집과 음양으로 하나가 된다
중정(中庭)은 건물이 사방으로 둘러싼 가운데에 있는 뜰을 말한다. 주택에서 중정은 유럽이나 중국에서 발달되었는데 집을 대지에 빼곡하게 채워서 짓고 가운데를 비워 중정을 두었다. 길에 면한 외벽에는 창이 거의 없고 집의 가운데에 둔 중정을 향해 개구부를 두어 실내 채광과 환기를 해결하고 있다. 길에서 보면 성처럼 지어진 유럽이나 중국의 집은 중정이라는 폐쇄적인 외부카지노 게임을 쓰고 있어 이웃집과는 철저히 단절된 카지노 게임 구조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인 한옥은 건물이 대지의 가운데 놓이고 길이나 이웃집과는 낮은 담장으로 경계를 삼는다, 담장의 높이가 까치발을 하면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낮다, 그래서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이웃과 소통하며 살았다. 그렇지만 집의 구성에서 보면 반가(班家)에서는 내외가 분명해서 가장이 머무는 사랑채와 안주인이 생활하는 안채는 영역 구분이 분명하게 되어 있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사랑채 영역이 있는데 사랑마당은 집 바깥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다. 안채는 중문이 있어 외부 사람은 드나들 수 없으며 안마당을 중심으로 방과 대청, 정지로 식구들의 일상생활 영역이 보호되는 닫힌 공간이다.
한옥의 안마당은 미음자 중정 형태나 한쪽이 열린 디귿자를 이루게 된다. 외국의 중정은 조경 공간으로 채워져 있지만 한옥의 마당은 비워져 있다. 한옥은 실내 공간만 집으로 쓰는 게 아니라 비워져 있는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았다. 마당은 아주 긴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대청마루에서 이루어지는 집안의 가장 큰 일인 제례나 정지에서 음식을 하는 일에도 마당이 보조 역할을 하는 등 집안 대소사의 중심 공간이었다.
한옥은 건물과 마당이 하나가 되어 집의 얼개를 가지고 있어 집 안팎이 따로 구분될 수 없는 공간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마당은 비어 있어야 쓸모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중정 형태를 가진 안마당은 사랑채와 안채의 영역을 나누어주었고, 개인의 공간인 방과 방 사이의 관계도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서양이나 중국 가옥의 중정은 조경으로 채워진 눈요기 공간인 반면에 한옥의 비워진 마당은 대가족이 한 집에서 원만하게 지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 효성그룹 사보 'HYOSUNG' 4월호 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