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에 진달래
산새들 지저귀는 봄
따스한 봄바람에
꽃잎을 흔들어도
저 산은 말이 없다.
여름내 푸른 숲
세찬 비 찾아와서
온 산 뿌리 흔들어도
흙살을 파내어도
저 산은 말이 없다.
어느새 붉어진 꽃들
시원한 바람 지나가고
저 너머 찬란한 해
등 위로 넘어가도
저 산은 말이 없다.
재 넘는 석양 아쉬워
나그네 눈물 훔쳐도
가지 끝 매달린 잎새
바람에 흔들려도
저 산은 말이 없다.
겨울 찬 눈보라 몰아쳐도
산등을 할퀴고 지나가도
흰 숨결 소복히 쌓여도
저 산은 말이 없다.
겨울밤 얼어붙은 골짜기
외로운 발자국 스쳐가도
서리 깃든 무거운 가지에도
저 산은 말이 없다.
불길 삼킨 검은 상처
재로 덮인 메마른 땅
꺼진 잿더미에도
저 산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