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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Apr 08. 2025

저 산은 말이 없다.

온산에 진달래

산새들 지저귀는 봄

따스한 봄바람에

꽃잎을 흔들어도

저 산은 말이 없다.


여름내 푸른 숲

세찬 비 찾아와서

온 산 뿌리 흔들어도

흙살을 파내어도

저 산은 말이 없다.


어느새 붉어진 꽃들

시원한 바람 지나가고

저 너머 찬란한 해

등 위로 넘어가도

저 산은 말이 없다.


재 넘는 석양 아쉬워

나그네 눈물 쳐도

가지 끝 매달린 잎새

바람에 흔들려도

저 산은 말이 없다.


겨울 찬 눈보라 몰아쳐도

산등을 할퀴고 지나가도

흰 숨결 소복히 쌓여도

저 산은 말이 없다.


겨울밤 얼어붙은 골짜기

외로운 발자국 스쳐가도

서리 깃든 무거운 가지에도

저 산은 말이 없다.


불길 삼킨 검은 상처

재로 덮인 메마른 땅

꺼진 잿더미에도

저 산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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