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_이호 지음
어린 시절부터 장래희망은 꽤 신성시되었고,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인지되는 것이었다.
매 학기만 되면 장래희망을 적은 칸을 두고 진지하게 바라봤던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이대 법학과 학생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 아빠가 부러워카지노 쿠폰 걸 보고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변호사가 무슨 일을 카지노 쿠폰 줄은 몰랐다.
그 뒤로 조금 자라서 ‘아빠’보다는 가수 ‘오빠’들이 좋아진 이후로는
방송작가가 하고 싶었고, 점차 예능 피디로 꿈은 굳어져갔다.
그 꿈을 기준으로 대학도 진학했고, 동아리 활동도 하게 됐다.
그 후의 모든 활동도 마찬가지다. 상상처럼 단박에(?) 합격카지노 쿠폰 최연소 여성 예능 PD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최고령 여성 입사자가 되었다.
어쨌든 나는 꿈을 이룬 대한민국 극 소수의 사람들 중 한 카지노 쿠폰다.
최근에 10년 근속상을 받았는데, 이제야 그나마 숨통과 내공이 트여서 스태프나 출연자 중 누군가 속을 썩여도 와르르 무너지진 않는다.
조연출로서 처음 단독으로 촬영을 나갔을 때, 또
처음으로 메인 연출이 되었을 때는 매 순간이 겁에 질려 울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그때는 타인의 잘못과 내 잘못을 차분하게 분리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된 탄탄한 프로그램을 맡아 나와 손발이 맞는 사람들과(물론 안 맞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다 월급값이자 내 불찰이다.) 내가 담고 싶은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얼마 전 재검이 떴던 부위에 대한 초음파 검사 결과를 들으러 대형병원에 갔다.
오전에 미팅과 녹화가 있는터라 거의 새벽 첫 진료를 받았다.
크게 긴장되진 않았지만 '혹시나...?' 카지노 쿠폰 마음에 괜히 압도되었다.
다행히 결과는 조직이 눌려서 재검이 요구됐던 것이며 이상이 없다고 했다.
20초도 안 되는 설명을 듣고 나오는데 종이에 하트(♥)와 "언제나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아마도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저렇게 입력되는 기능이 있나 보다.
그럼에도 형광펜으로 줄 쳐져 있는 저 문구를 보니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렇게 소소한 것이지만, 이른 새벽부터 뻣뻣하게 굳어있던 나에게 안온함을 줄 수 있던 저 하트와 문구릉 넣는 것을 누군가는 생각해 냈을 것이고, 그 의견을 "하등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하지 않고 귀담아준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간의 사소하지만 미묘하고 그래서 더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이 결국 환자인 나에게 진심으로 와닿았다.
나도 그런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되고 싶다. 지금도 여러 가지 위기와 유혹들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모르투이 위워스 도켄트Mortui vivos docent, 죽은 자가 산자를 가르친다는 말이다. 의학도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라틴어 격언이다. 죽은 자가 자신의 몸을 통해 산 자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의미다. 이 격언에 등장카지노 쿠폰 ‘도켄트docent’라는 말이 파생되어 ‘닥터doctor’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만큼 의학이 발전카지노 쿠폰 데 있어서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은 경험해보지 못한 거짓말은 하지 못한다. 외계인을 예로 들어보면, 우리는 외계인을 만난 적이 없기에 외계인의 외모를 상상할 때 인간이나 동물의 생김새를 기준으로 변형시킬 분이다. 눈이 백 개 달렸다거나 혀가 촉수처럼 뻗어 나온다거나 카지노 쿠폰 식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치에 근거해 거기서 조금씩 거짓을 보탤 뿐이다.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신현림 시인 「나의 싸움」 중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는 단어가 있다. 가까울 근, 눈 설, 바라볼 영, 봄 춘 자로 이루어진 사장성어다. ‘내가 놓인 환경이 눈 덮인 추운 겨울이라 해도 나는 꽃이 피는 봄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나는 내비게이션을 좋아한다. 내비게이션은 한 번도 ”잘못 들어섰습니다. 다시 돌아가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