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6.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자기가 안 가본 경로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숨겨진 비경을 보여주겠다는 유혹은 실체를 잘 모르는 이를 꼬실 때 사용하는 레퍼토리임을 모르지 않지만, 친구가 가 보고 싶어 한다니 이 한 몸 하루 봉사한다 생각하고 응했다.
장소는 북한산 '카지노 가입 쿠폰 능선'.
친구가 보내준 주소를 네비에 찍고 도착한 곳은 좁은 입구와 정비되지 않은 주차장. 주차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입구 쪽 공터에 들어오는 차량대로 주차하는 곳이었다. 8시까지 갔는데도 좁은 공터에 내가 주차할 자리는 없었다.
차를 되돌려 운영 중지인 듯 보이는 주변 건물에 임시 주차 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주차장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등산로라면 일반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산책로는 아니란 증거다. 등린이라도 그런 눈치는 챈다.
네이버에 치면 초급자도 등반할 수 있는 코스라고 나오던데 다 거짓말이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오르던 길에 비하면 이 코스는 '지옥의 코스'다. 나 같은 초급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코스였다. 미리 알았다면 안 갔을 것이다.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는 돌길과 칼바윗길에 나중에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돌아 나올 수 없는 길이었기에 올랐지, 끈기의 여인이라 오른 것이 아님이 진실이다.
(중략)
친구가 내려간단 소리 안 하고 잘 올라오더라고 칭찬(?)했는데, 뒤돌아 나올 수도 없는 길이라 어쩔 수 없이 전진만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밝힌다. 한 번 올랐으니 담에 또 오르자던 친구말에 빠른 손절! 난 맺고 끊음이 확실한 여자, 담에 딴 사람이랑 다녀와! 그나저나 친구야~ 우리 나이도 있는데 너무 험한 데는 피해서 안전한 산행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