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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Apr 09. 2025

소란한 속삭임

속삭이면 더 집중하게 된다

"당신 자격이 있어요."
"네?"
"모임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요."
.......
시내의 말은 이랬다. 우리의 모임은 속삭이는 모임. 그러니까 말 그대로 서로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이 이 모임의 중요한 임무였다.

"비밀을 속삭이진 않으나 그것이 마치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속삭여야 돼요."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중에서

큰 아이가 글쓰기 수업에서 읽을 책을 사 달라고 했습카지노 쿠폰.2025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혁명입카지노 쿠폰. 젊은 시절 사회주의 운동권이었다가, 결정적 순간에간첩 지령을 거부하고 현실적인 삶을 택했던 아버지의 장례식의 풍경을 그린 단편 소설입카지노 쿠폰. 아버지는 노동문제에는 정의와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가사노동의 불평등에는 침묵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딸은 아버지에 대한사랑을 깨닫게 됩카지노 쿠폰.


살면서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이었던 아버지의 유언대로,주인공은 아버지가 키우던 개를 데려와 장례식을 훼방 놓고야 맙카지노 쿠폰. 80년대 사회주의 운동권이었던 세대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지금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그들의 모습이 '난장판 장례식'을 통해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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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작가, 출처 교보문고

예소연 작가에게 반한 저는 한 권 더 사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다른 최근작 <소란한 속삭임입카지노 쿠폰.한 손에 들어오는 A6 사이즈 단행본으로 만든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한 페이지에 글밥이 적어 핸드폰으로 브런치 글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카지노 쿠폰.


소설은 퇴근길 지하철의 한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소설을 좋아합카지노 쿠폰. 우리의 평범한 일상설이될 수 있다,특별한 사람것 같느낌이 들거든요.


주인공 '모아'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정치 동영상을 보는 아저씨 옆에 서게 됩카지노 쿠폰. 모아는 불만이 있었지만 꾹 참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습니다. 그러나 모아와는 달리 시내는 아저씨에게 노골적으로 '시끄럽다'며 불만을 표시합카지노 쿠폰. 아저씨가 '누가 시끄럽다고 하냐'따지자 시내는 옆에 있던 모아에게동의를 요구합카지노 쿠폰. 모아는 처음엔 쭈뼛거렸지만, 결국 큰 소리로 '나도 시끄럽다.'라고 합카지노 쿠폰.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전부 같은 목소리로 아저씨를 비난합카지노 쿠폰. 아저씨는 궁지에 몰려 투덜대며 다음 역에서 내리고, 시내와 모아는 묘한 승리감을 느끼며 대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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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서두에 발췌한 것처럼<속삭이는 모임의 회원은 모아와 시내 둘 뿐이고, 모임의 조건은 비밀이 아닌 것들을 속삭여야 한다는 점입카지노 쿠폰.


모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직장인


모아가 시내에게 처음 속삭인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호박을 싫어하지만 아무도 그걸 몰라요."


모아는 시내에게 호박을 싫어하지만, 싫어한다는 말을 하는 게 더 싫어서그냥 먹는다고 합카지노 쿠폰. 모아는 고모부가 운영하는 가구점에서 회계 일을 하는데, 직원은 모아 뿐입카지노 쿠폰. 고모부는 모아 아버지의 행방을 자주 묻습카지노 쿠폰.아버지는 몇 년 전 모아의 갑상선암 진단금 천만 원을 들고 달아난 상태입카지노 쿠폰.


소설의 중반부에서 모아는 시내가 '슬프지만 이유를 잃어버렸다'라고 말하자, '저는 슬픔은 잃어버리고 이유만남았어요.'라고 말합니다. 자꾸 이유들만 머리에 남아서 악에 받친다는 모아의 말에 어쩐지 슬퍼집니다. 호박을 싫어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더 싫은 사람, 나를 가장 아끼고 보호해 주어야 할 부모가 보험금을 들고 달아난 사람, 그래서 슬픔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일어난 일들만 기억하는 사람이 모아인 것입니다.


시내, 예민함과 불안으로 정서적 위기에 놓인 사람


시내가 가장 먼저 속삭인 이야기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습카지노 쿠폰. 시내는 남편과 이혼했고아들과 함께 살았는데,아들이 성장하자 시내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남편에게로 갔다고 말합니다. 시내는 슬픔은 있지만 이유는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작가가 이유를 '잊어버렸다'라고 하지 않고 '잃어버렸다'라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아직 내려놓고 싶지 않은 슬픔의 이유를 내 의지와 무관하게 상실했다는 뜻일까요?


시내는 모아나 수자, 두리가 보기에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이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합카지노 쿠폰. 모아는 그런 시내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자신을 포함해 이 시대에 정서적으로 병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의문을 품게 됩카지노 쿠폰.


수자, 한때는 빛나는 삶이 있었지만 지금은 혐오의 대상


속삭이는 모임이 결성된 다음 날, 시내는 모아를 데리고 명동역 4번 출구로 갑니다. 속삭이는 모임의 회원을 추가모집하기 위해서였지요. 명동역 앞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수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조건부 입회를 건의하며 합류하게 됩니다.


그 조건이란 바로 '시끄럽게 구는 법도 배우는 것'입카지노 쿠폰. 수자는 샛강역에서 시내와 모아를 만나 음악을 크게 틀고 자전거를 탈 것을 제안합카지노 쿠폰. 시내는 남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결국 합류하게 됩니다. 첫 장면에서 시내가 지하철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내는 한 행인에게 '시끄럽다'는 불만을 접수하게 됩니다.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고, 난생처음 남에게 지적을 당해보았다는 시내.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해 보였습카지노 쿠폰.


수자의 다음 미션은버스킹이었습카지노 쿠폰. 수자는 오카리나 연주라는 직업이 있었고, 현재는 월세 수입으로 그럭저럭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모아와 시내가 보기에는 제법 멋진 인생이었습니다. 마치 고속성장의 시대를 겪으며 근면하게 살아온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수자는 생활 능력이 있고사리판단도 어느 정도 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합카지노 쿠폰. 수자는공원에서 오카리나를 멋지게 불고, 아이들의 박수도 받습카지노 쿠폰. 모여든 아이들에게 한 번 불어보라고 오카리나를 건네 보지만, 아이 하나가 '침 냄새가 난다'며 달아납니다. 사람에게 다가서고 싶지만 시끄럽게 굴며 소음을 유발하고, 오카리나를 멋지게 연주하지만 침 냄새가 난다며 구박받는 수자는 감각적으로혐오의 대상이 됩카지노 쿠폰.


두리,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


수자와 모아는 시내의 집에 갔다가 윗집에서 내려온 두리마주치게 됩니다. 두리는 자신은 뮤지션이 아니며,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데도 시내가 자신을 시끄러운 뮤지션이자 층간소음 유발자로 매도하고 괴롭힌다고 항의합카지노 쿠폰. 수자와 모아는 두리의 집에 가서 소음 테스트를 해 보고, 두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두리의 집은 오랫동안 쌓인 쓰레기로 가득했고 시내는 쓰레기 더미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말합니다. 모아와 수자는 시내의 정신상태가 걱정되면서도,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합카지노 쿠폰. 얼떨결에 네 사람은 합심해 두리의 집을 치웁니다. 지난 1년간 가족을 포함해누구도 찾아오지 않은 두리의 집을 말이지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네 사람은 오랜만에 보람찬 하루를 보내며 연대감을 느낍카지노 쿠폰.




"속삭이면 더 집중하게 돼요."

그 말은 사실이었습카지노 쿠폰.

제가 이 소설을 읽고 있던 중에 마침 아이가 열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쉬었고, 아이는 저에게 속삭이게 되었습카지노 쿠폰. 놀랍게도 아이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니 저는 예전보다 아이의 말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게 되었지요. 예전에'얼굴을 보면서 지금처럼 집중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되었습카지노 쿠폰.


예술의 힘은 연약함에서 나온다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인 소설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요?

소설을 비롯한 '예술의 힘'은 마치 속삭임처럼 '연약함'에 있습니다. 작은 소리로 소수에게만 다가갈 수 있는 속삭임은누구에게 무엇도 강요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귀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습카지노 쿠폰. 소리치고 떼쓰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이 가득한 세상에서 <소란한 속삭임은 깨달음은 줍니다.


우리 주변에는 겸손하고 조용하며, 너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설 속 시내도 그런 인물이겠지요. 대한민국은 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원칙과 절차를 따르고 타인을 배려할 때보다,'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논리가 더 통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잘 사는 만큼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소란함'과 '속삭임'이 공존해야 할것입카지노 쿠폰. 소설 속 주인공들도 소란함과 속삭임을 함께 사한 것처럼 말이지요.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운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소음을 넘어 폭력까지 만연하던 시간이었습카지노 쿠폰. 이제는속삭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시간도 가져보려고 합카지노 쿠폰. 새롭게 대한민국을이끌어 갈 자들은 '소리치고 떼쓰는 무리' 뿐 아니라'속삭이는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였으면좋겠습카지노 쿠폰. 저 또한 아이가 속삭이지 않아도,얼굴을 마주 보고 귀 기울이려고 합카지노 쿠폰. 감사합카지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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