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글쓰기의 세계
2025년 3월 30일, 새롭게 시작한 공적 글쓰기 253일째. 국문과는 안 갔지만 살면서 늘 글을 쓰고 있었다. 일기, 편지, 교회 회보 편집자, 보고서 등등….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적 글쓰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 쉽게 말 꺼내기 어려운 일상을 이유로 더 그랬는지 모른다. 우연히 알게 된 글쓰기 플랫폼 카지노 게임를 계기로 공적 글쓰기 253일째에 이르렀다.
내 공적 글쓰기 역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꽤 매력적인 플랫폼이었다. 사진과 예쁘게 포장된 일상 중심의 SNS는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미니홈피와 SNS 사이, 역사의 공백처럼 공적 글쓰기 행위에 쉼표가 찍혔다. 블로그도 시도는 했지만 잘 안 쓰게 되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공적 글쓰기 플랫폼으로서 카지노 게임의 최대 장점은, 공인된 작가로서 글 쓰는 물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지속하는 데에는 흥미, 적성, 노력 같은 개인적 요소만큼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미니홈피만 해도 지인 위주의 인맥 관리 정도에 활용되었다면, 카지노 게임에서는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여러 이유로 글쓰기에 도전하는 각양각색 작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된다. 알찬 정보, 사색, 영감, 감동, 재미 모두 담겨있다. 그리고 서로의 글에 반응한다. 몸에 주렁주렁 걸린 일상의 짐보따리를 잠시 내려놓고 달려갈 수 있을 만큼의 두근거림이다.
“너는 글도 잘 쓰잖아. 지금 미술 시작하면 너무 늦고 돈도 많이 드니까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가는 건 어때?”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뒤늦게 입시 미술에 뛰어들려는 내게 엄마는 말했다. 그때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세계가 어떻게 다른지, 순수 회화로 살아남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작은 물 안에서 헤엄치는 고기는 제 비늘의 반짝임만 보이기 마련이다. 그때 엄마 말대로 했더라면 또 다른 삶이 펼쳐졌겠지? 후회는 없다. 그 시절이 아니었으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선택이었기에. 헛된 배움은 없으니까.
그런데 ‘그때 … 을 했더라면.’이라고 읊조리고 끝내기엔 아직 젊지 않나? 그냥 지금 하면 되는 거… 아냐? 맞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다. 문예창작과 공부. 이미 사이버대학, 그것도 극한의 한파가 휘몰아치는 분위기에서 공부해 봤기에 두려울 게 없었다. 어딜 가도 그보단 온실이겠지, 싶었다. 언제든 배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공적 글쓰기를 시작으로 다시 배움의 세계에 성큼 들어선 난 즐거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이렇게 방에서 글만 읽고 쓰고 있어도 되나? 어차피 당장 돈 버는 일에 몰입하기에는 건강도, 여건도 따라주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내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20살 시절과 다르게 내겐 카드가 여러 장 있다. 건강에 따라, 형편에 따라 다른 카드를 꺼내 들 준비를 틈틈이 하면 되지 않을까.
한 길로 뚝심 있게 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도 잡히고 편할 텐데 내가 생각해도 참 산만하다 싶다. 끝없이 벌리는 게 단점이라면 매듭은 짓고 넘어가는 게 장점이니 일단 가보자. 가다가 길이 좁혀질지 모르니.
이제 뭔가 배운다고 하면 가족들은 반기지 않는다. 힘든 과정을 봐온 데다 건강도 걸리겠지, 아마도. “뭘 또 해…!?”
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게 마지막이다!! 이거 끝나면 진짜 끝!’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