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한인 교회 새벽기도
새벽4시 10분,알람이 닭보다 먼저 울린다.
익숙한 핸드폰 기계음에 음냐음냐.. 뒹굴뒹굴
몸을 일으켜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웠다.
하노이 거주8년 6개월 차~
이 시간에 일어나 카지노 게임 하러 간다고??
부활절을 앞두고, 성 금요일에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아파트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버스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은 어둠이
가득했다. 간간히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이 시간에...
짐을 가득 싣고 이동하는 오토바이들...
출근을 위해 어디론가 향하는 자동차들...
하노이 낯선 땅에서 불안과두려움을
떨쳐 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도 아들도 아닌 친구와 함께 가는 길
잠든 사람이 더 많은 이 새벽, 5시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난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어둠을 이겨낸 빛처럼 내가 깨어있음에...
한국에 있을 때엔 새벽기도를 자주 갔었다.
40일 작정 새벽기도를 다닌 적도 있었지만
여기 하노이에서처음으로새벽기도를
가게 되니 심장이 콩닥 거렸다.
새벽예배를 잘 마친 후,
잔잔한 찬송곡이 흘러나왔고,
전등이 잠시 꺼졌다. 자유롭게 기도가
시작되었다. 나도 두 손을 모으고 하나님께
머리 숙여 기도를 드렸다.
큰 아들의 결혼식을 앞둔 엄마의 기도다.
세브란스병실에 누워있던 아들이... 살아났다.
( 내 글 : 세브란스에서 밤새브러스)2023년
뾰족한 음식물을 삼켜 큰일 날 뻔했었다.
그 후, 술과 담배를 멀리하게 되었고, 음식을
먹는데 조심성을 갖게 되었다. 스트레스와
이직으로 힘겨웠던 날들.. 교통사고까지...
착한 아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에베레스트 산악 지대를 탐험하는 자들이
추위를 이겨내고 정상에 이르는 고통쯤은
아니겠지만 너무나 힘겨웠던 날들을 보내고
피어낸 사랑이 아들의 삶에 기쁨이 되었다.
주르륵 카지노 게임이 하염없이 흐른다.
남편의 사업장도, 작은아들의 회사생활도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지인들... 내 삶을 둘러싼
많은 이들이 모두 강건함과 평안하기를...
나라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이 흐른다. 모든 것이 감사했고, 또 감사해서
나를 돌아보며 은혜... 은혜였음을... 어찌다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카지노 게임만 흘렸다.
더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친구가 옆에 있었다.
한참을 카지노 게임로 기도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비상용 손수건이 흠뻑 젖었다. 전등이 켜지고
마무리 기도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 따라 새벽 기도 오길 참 잘했다.
오 마이 갓~~
기도하는 동안 어느새 어둠은 자취를 감췄다.
돌아오는 길 두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비워낸 마음속에 기쁨과 감사가 차올랐다.
친구 권사님과 쌀국수 한 그릇을 마주했다.
국물이 끝내줘요~ 로컬 쌀국숫집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직 7시가 조금 넘었다.
카지노 게임은 마르고, 눈꺼풀은 슬슬 힘없이 내려왔다.
아침인데... 침침 했던 눈이 맑아졌다.
쪽잠 같은 단잠으로 아침에 잠을 청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그 무엇보다 값진 카지노 게임은 보석처럼
내 안에 들어와 빛나고 있는 듯하다.
부활절을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