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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song 꽃song Apr 20. 2025

두 마리 토끼 잡으러 갔다가 세 마리 몰고 왔어요

걷는 즐거움, 읽는 즐거움(마이산 편)

조금 힘들게 걷고 싶기도 하고부지런히 읽어야 할 책이 있는 날이면 옆집부부가 즐겨찾는 최애장소가 있다. 바로 진안에 있는 마이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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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은 4개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어온 독서 모임이 3개, 은퇴 후 새롭게 시작한 그림책모임이 하나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읽어야 할 책이 저요! 저요! 줄을 서 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까지 1~2개 만들어서 미리 공유하려면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애경사가 있거나 다른 할일이 많을 때에는마감에 쫓기는처럼 시간을 다퉈 책을 읽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이왕이면 집중하여 책도 읽을 수 있고, 그곳무료 카지노 게임 가는 길이 자연스럽게 숨차게 걸어서 가야 하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요 며칠 편안한 길을 주로 걸었으니 조금 힘든 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그런 날에 딱 맞게 우리 부부가 개발해 놓은곳이 바로 마이산고개왕복 넘기이다.


【오늘의 두 무료 카지노 게임 토끼 잡기 계획】

♣오전 : 마이산 남부 주차장 출발➪마이산 탑사➪은수사➪324 계단 올라 마이산 고개➪508 계단 내려가 북부주차장 방면 사양저수지➪OO하우스(음식점 겸 카페) 점심

♣오후 : OO하우스 카페 책 읽기(3시간 30분)➪거꾸로 마이산 고개 넘기 508 계단➪마이산 고개➪계단 324계 단지나 은수사➪마이산 탑사➪남부주차장 도착

♣걷기(약 5.6km, 계단 832*2, 왕복 3시간)
♣책 읽기(3시간 30분)


읽을 책을 챙기고 걷기 편한 등산복차림무료 카지노 게임 간단한 행장을 꾸린 후,팔공산 서구리재를 넘어 구불구불 진안군 신암마을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고갯길을 달린다. 벚꽃철이 되면 가장 늦게까지 꽃봉오리를 앙다물고 있다가 상춘객의 눈길을 한 몸에 받던 벚꽃들이 속절없이질 때쯤, 이곳 벚꽃은보란 듯이 팡팡 꽃을 피운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길이다. 이곳무료 카지노 게임 귀촌하여 벚꽃도 지역과 고도에 따라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고 난어느 해부터 우린 가장 빠른 벚꽃부터 이 길의 가장 느린 벚꽃까지 오래도록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역시나 다른 곳의 화려한 벚꽃놀이가 이미 시작되었건만 여기는 아직 필 생각이 전혀 없다. 앙다문 꽃봉오리를 봉긋리기만 할 뿐이다.


진안의 산촌풍경을 감상하며 어느 만큼 달리다 보면 마이산 탑사와 마이무료 카지노 게임 올라가마이산 남부주차장에 이른다. 곳에 주차를 하고 마이산 탑사향해걷다가 탑사를 지나 은수사뒤쪽의 마의 324 계단을걸어 올라야 한다. 암, 숫마이봉 사이고개를 넘어 508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사양저수지가 나오고 오늘의 목적지,OO하우스가 나온다. 그곳에서점심 먹고 책 읽다가 해 떨어지기 전 다시 거꾸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오늘 두 무료 카지노 게임 토끼 잡기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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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탑사로 올라가는 길은 추억을 소환하여나란히 걷는 길이다. 대학시절 선후배들과 어울려 도토리묵에 막걸리 마시던 날따라붙기도하고직장동료들과 워크숍을 왔다가 마이산 탑을 뒤로하고 사진 찍던 하나 둘 셋 소리따라 걷기도 한다.한떼의 학생들을 인솔하여 뒤쳐지는 녀석들 밀어 올리며흘린 땀방울이 현실인 듯 생생해졌다가탑영제 오리배 타며 쾌하게산울림 하던 어린 아들딸의 웃음소리가 전히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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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사를 지나 은수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여기부터는 땀 좀 빼야 한다.

은수사에는 오래된 청실배나무가 있는데 조선 태조가 명산인 마이산을 찾아 기도를 마친 뒤 원만히 마쳤다는 증표로 씨앗을 심은 것이 싹이 터 자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은수사의 청실배나무는 산돌배나무의 변종무료 카지노 게임 매우 희귀하며 현재까지 은수사에만 있는 것무료 카지노 게임 알려진 한국의 특산종이라고 한다. 문득 이 오래된 청실배나무에 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났다. 그리 크지 않은고목에 순백무료 카지노 게임 핀 배꽃도 숨이 멎을 듯 아찔한데,오래되고 우람한청실배나무에 꽃이 핀다면 숨넘어가겠네!하고속무료 카지노 게임 생각해 보는찰나 둥! 둥! 둥! 북소리가 들린다.

대적광전 앞의큰 법고가볍게 3번 두드리며 소원을 빌 수 있어 이곳에서는 때가 없이 북소리가 울린다. 북소리의 여운이 잦아드는 듯싶자 남편이 다가가 북채를 잡는다. 자연스럽게 뒤따르며 나는 두 손을 모은다. 나의 소원은 매번 똑같다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행복하라!

법정스님의 수필집에 자주 등장하는 이 말을 언제부턴가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이 문장 안에 내가 바라는 소원이 다 들어 있다.

은수사 대적광전을 끼고 옆무료 카지노 게임돌면 드디어 암아이봉과 숫마이봉사잇고개로는 계단이 나온다. 바로 오늘의 '힘든'에 해당하는 지점의 시작이다 324개의 계단을 오르면 암, 숫마이봉 사이의 고갯마루에 이르고 다시 508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그곳에 책 읽을 장소가 기다리고 있다.
한 발 두발 계단을 오르다 보니 산기슭에 봄풀꽃들이 눈에 띈다. 큰 개별꽃과 현호색이 주로 자생하고 있다. 반가운 풀꽃에 눈길을 주며 올라가다 보니 고갯마루가 금방이다. 확실히 땀도 바싹 나고 숨도 가쁘고 다리도 팍팍하다. 그곳에서 반대편 북부주차장 쪽무료 카지노 게임내려가는 길은 508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과 편안하게 걸어 내려가는 길이 있다. 때에 맞게 골라 걸으면 되는데 오늘은 계단무료 카지노 게임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갈 땐 가뿐하지만 다시 그 계단무료 카지노 게임 올라올땀께나 흘리며 몇 번을 멈춰 선 후 숨을 고르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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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개의 계단을 내려와 조금만 걸으면 오늘우리가 점심도 먹고 책을 읽을 음식점 겸 카페가 있다. 옆집부부는 어쩌다 이곳에 올 때나 한 번씩 먹는 이 집의 돈가스를 아주 좋아한다. 평소 아침은 먹지 않는 데다가 땀 흘리고 고개 넘어도착할 때쯤이면 시장기가 딱 돌게 된다.접시바닥이 드러나도록 싹싹긁어먹고 난 후,커피와 수제간식을 사서 2층카페로 책을 읽으러 간다. 점심을 먹고 차 한잔 하러 올라온 사람들이 한껏 수다를 떨고 있어도 아무 문제없다. 이곳에서는 그만큼 집중이 잘 된다. 금세 각자 책 삼매에 빠져 들게 된다.




오늘 옆집 부부가 읽을 책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옆집 아내는 1권, 옆집 남편은 2권이다.


옆집 아내의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인데, 빌려놓고 다른 독서모임 책을 먼저 읽는 사이, 남편에게 괜찮은 책이니 읽어보라고 권했다. 옆집 남편은 집중력이 좋아서 1권을 빠르게 다 읽고 벌써 2권째 읽고 있다.정작 독서모임을 앞둔 옆집아내는 이제야 1권을 읽기시작하여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차하면 나머지는 ㅇㅊ에서 방영하는 나폴리 4부작 드라마 시청이라도 해서 때워야 할 판이다.


【옆집 아내가 읽는 책】나폴리 4부작 중 1권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

《오늘의 책꼽문》
p178.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능력무료 카지노 게임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무료 카지노 게임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p211. 그들은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과거일이니 조용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모든 것을 그냥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직도 과거의 영향을 받고 있었고 우리들까지 그 영향권 안무료 카지노 게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옆집 남편이 읽는 책】 : 나폴리 4부작 중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엘레나 페란테

《오늘의 책꼽문》
p348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뜨거운 화염이 아니라 차가운 불길이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금방 시간이 흐른다. 산속이라 5시 전에는 일어나 다시 고개를 넘어 주차된 곳까지 걸어서 돌아가야 한다. 부지런히 읽어야 할 책을 집중하여 읽은 터라 가뿐하고 뿌듯한 마음무료 카지노 게임 발길을 재촉한다. 역시 508개의 계단을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세 번 정도 멈추어 숨을 고르며 고갯마루에 오른다. 옆집 남편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다. 508 계단을 올라왔으니 324개 내려가는 계단쯤이야!주차한 곳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라 속도가 붙는다.


내려가는 길에 벚나무 등에 특이하게 바짝 붙어 맺혀있는 꽃송이가 눈에 띄었다. 보통은 나뭇가지에 꽃들이맺혀피는데 등짝에 바짝 붙어 맺힌 모습이 기형적무료 카지노 게임 보여 남편에게 보여주었더니 뜻밖에 서정주 시인의 '상리과원'이라는 시에 이런 모습을 재밌게 표현한 부분이 다며 한 문장을 읊어 준다.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패기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 다리, 발꿈치까지도 이쁜 꽃송아리들을 달았다.'


서정주 시인의 詩를 나도 꽤 많이 알고 있음에도 이 시는 처음다. 그 문장을 머릿속무료 카지노 게임 상상을 해보는데 표현이 기가 막히다. 은 길은 일부러 벚나무의 나무둥치. 허리, 배, 발꿈치만 찾아보며 걸어다.정말그 표현이 딱 맞다.옆집 남편은 '상리과원'이라는시 속에 꽂이 만개한 과수원 정경을 묘사해 놓은 맛있는 문장있다며 또 다른 시구절을읊어 준다.


'맵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 새끼들이 조석무료 카지노 게임 이 많은 기쁨을 대신 읊조리고, 수십만 마리의 꿀벌들이 온종일 북 치고 소고치고 미짓굿 울리는 소리를 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무료 카지노 게임 당연한 일이다.


옆집 남편이 서정주 시인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신혼 초,시인의 시, 수상록, 전기, 평론까지 모두 수록된 두툼한 5권짜리 서정주 문학전집을 보여주면서 가장 아끼는 재산이자 보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옆집 아내는 시인의 친일행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컸던 터라 처음엔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어느 날 한 권씩 빼서 읽게 되었는데 옆집 남편이 왜 가장 아끼는 보물이라고 했는지, 왜시인을 두고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했는지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로 한동안술이라도 함께 마시는 날이면 서로 그 전집에 수록된시들 중에서 각자 마음을 울린시를 골라 낭송해 주는낭만을 즐겼었다. 그게 언제 적 일인데 남편은선명하게 그 구절들을 기억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옆집 남편이 달보였다.

새롭게 알게 된시구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돌아오는 길엔시 전문을 검색하여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읊조리고음미하며 연신 입맛을 다셨다.뜻밖에 알게 된 시 한 편이토록 입안을 즐겁게 하며 어쩔 줄 모르도록 흥바람을 불러일으킬 줄이야!집마당에 도착할 때까지달뜬 마음무료 카지노 게임 시에 대한 나름의 느낌과 생각을떠들어댔어도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오늘은 두 무료 카지노 게임 토끼 잡으려고 갔다가 덤무료 카지노 게임 세 마리 토끼까지몰고 기분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세 번째 토끼가 옆집아내에게는 대박이었다.

아, 어쩌면 좋아!

오늘 밤은 쉬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오랜만에 무언가에 꽂혀 뜬 눈무료 카지노 게임 날밤을 새한 선물까지 주시려 하나!



【참고 詩】


상리과원(上里果園)

서 정 주


꽃밭은 그 향기만무료 카지노 게임 볼진대 한강수나 낙동강 상류와도 같은 융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 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뜨리는 몸뚱이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패기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 다리, 발꿈치까지도 이쁜 꽃송아리들을 달았다.


맵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 새끼들이 조석무료 카지노 게임 이 많은 기쁨을 대신 읊조리고, 수십만 마리의 꿀벌들이 왼종일 북 치고 소고치고마짓굿 울리는 소리를 하고,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무료 카지노 게임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했으좋겠는가.

묻혀서 누워 있는 못물과 같이 저 아래 저것들을 비추고 누워서, 때로 가냘프게도 떨어져 내리는 저 어떤 것들의 꽃잎사귀들을 우리 몸 위에 받아라도 볼 것인가. 아니면 머언 산들과 나란히 마주 서서 이것들의 아침의 유두분면(油頭粉面)과, 한낮의 춤과 황혼의 어둠 속에 이것들이 찾아들어 돌아오는 아스라한 침잠이나 지킬 것인가


하여간 이 하나라도 서러울 것이 없는 것들 옆에서 또 이것들을 서러워하는 미물 하나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섣불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설움 같은 걸 가르치지 말일이다. 저것들을 축복하는 때까치의 어느 것, 벌나비의어느 것, 또는 저것들의 꽃봉오리와 꽃숭어리의 어느 것에 대체우리가 항용 나직이 서로 주고받는 슬픔이란 것이 깃들어 있단 말인가


이것들의 초밤에의 완전 귀소가 끝난 뒤, 어둠이 우리와 우리 어린것들과 산과 냇물의 까마득히 덮을 때가 되거든 우리는 차라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제일 가까운 곳의 별을 가리켜 보일 일이요, 제일 오래인 종소리를 들릴 일이다.



★상리과원(上里果園):상리라는 마을에 있는 어느 과수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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