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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Feb 28. 2025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

내 맴이다, 왜?!

지난 주엔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다음주 월요일에 뭐하냐? 하던 거 하죠. 하던 거 뭐? 일어나서 작업하고, 밥먹고, 작업하고, 밥먹고, 시간남으면 술마시고 유튜브보고 게임하다 자고, 시간 안 남으면 그냥 자고. 어머니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월요일날 와라.


뭐 해서 평택에 다녀왔다. 평택행 급행 전철에 몸을 싣고 나서야 내 생일임을 깨달았다. 뭐 딱히 의미를 부여해야할 날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덕분에 구실삼아 어머니에게 가니 좋은 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럴 수 있을 때 좀 자주 찾아갈 걸, 이라는 후회는 심지어 아버지를 대상으로도 한다. 굳이 마음에 짐을 더하며 살고 싶지 않다.


어머니는 우선 반찬을 사러 통복시장에 가자고 했다. 어머니는 농협에 들러 현금을 인출했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며 뭐 그렇게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냐고 했다. 어머니는 간단히 말했다. 내 맴이다, 왜?


나 없을 때는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인지, 한파가 이어지는 기간 동안 집안에만 있으면서 균형감각이 떨어진 건지, 어머니는 자꾸만 앞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좁아터진대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시장길을 어머니를 부축해 돌아다니는게 쉽지 않았다. 보행기 대신 지팡이를 들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대신 덜렁덜렁 들고 다녔다. 그럴 거면 지팡이는 왜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발끈했다. 내 맴이다, 왜?


게다가 그렇게 구한 물건들도 딱히 시장이어야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냉동 우렁, 된장, 무생채와 전.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거 다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앞으로 필요한게 있으면 전화로 말을 하라고, 바로 다음날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그런 것도 돼?


어머니는 재래시장에 와서 싫어하는 기색을 내는 이들에게 굳이 카드 결제를 했다. 이럴 거면 아까 돈은 왜 뽑았냐고 퉁박을 줬다. 역시나, 어머니는 말했다. 내 맴이다, 왜?


돌아오는 집엔 고깃집에 가서 갈비를 먹었다. 어머니는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카지노 가입 쿠폰을 시켰다. 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을 아주 좋아하는 줄 안다. 어릴 적, 일가친척들이 모여 고깃집에 간 적이 있다. 아버지가 내는 자리였는데, 손님들이 공깃밥을 시키려고 하니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모두를 제지하며, 고깃집에 왔으면 밥이 아니라 카지노 가입 쿠폰을 먹어야 한다면서 사람 수대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시켰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해야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줄담배를 피우며, 그 놈 참, 지가 내는 것도 아니면서... 하고 밤새 투덜거렸다고 했다.


하여간 그 뒤로 여지껏 어머니는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딱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저 있으면 먹는 정도일 뿐이다. 특히나 내가 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 그런지 딱히 맛도 없었다. 아마도 어머니가 기억하는 그 날엔, 나름 우리 아버지가 내는 거라고 잘난척을 하고 싶었나 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어머니는 지갑을 꺼내 아까 농협에서 찾은 현금을 통째로 넘겨줬다. 생일 선물이라고 했다. 갑자기, 이미 맛없게 먹은 과거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더할 수 없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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