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한 명도 신청을 안 했다.
2024년 5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라톤 기획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2025년에 있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라톤 기획을 함께하자는 제안이었다.
2024년 12월 24일 성탄 전야에 시작되어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는 25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가톨릭 교회의 정기 희년이다. 희년에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4대 대성당인 성 베드로 대성당, 라테라노 성요한 주교좌 대성당, 성모 대성당 그리고 성 밖의 성 바오로 대성당의 성문이 열린다. 희년의 기간 동안 이들 4대 대성당 및 세계 각지의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에게는 대사가 주어진다. 2025년 카지노 게임 사이트마라톤은 바로 이 희년을 기념하는 특별 코스로 진행된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정면으로 뻗은 길이 러너들에게 허락된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러닝붐이 일어나면서 세계 6대 마라톤인, 보스턴, 뉴욕, 시카고, 도쿄, 런던, 베를린의 등록이 하늘의 별따기다. 로터리 당첨 가능성은 5% 미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라톤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등록이 어렵지 않고, 심지어 출발지점이 콜로세움이다. 정규 42,195km FULL마라톤이 진행되기 하루 전 날에는 5km FUN마라톤이 열리는데, 이 코스는 나이는 물론 반려동물 제한도 없다.
기획안을 만들고 견적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수년간 가이드를 했고 남편이 20년 차 가이드임에도 버스 대여비용부터 사소한 하나하나의 비용처리에 있어 무지했다는 것을. 원하는 숙소와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숙소의 위치 사이에서 타협도 필요했다. 발품을 팔아 관련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청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구했다. 여러 번의 화상미팅과 여러 이메일이 오갔고, 6월 한국에 입국한 다음날 바로 현장 미팅이 잡혔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진행한 다양한 이벤트 기획까지 단연, 2024년 민주의 가슴을 가장 크고 신나게 뛰게 만든 사건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족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갈 첫 공식 협업이 될 것이다.
드디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한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 날, 함께 기획하던 담당자분의 메일을 받았다. 퇴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인수인계를 받은 새 담당자분은 훨씬 더 경험이 풍부하시니 이 프로젝트를 잘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한국에서의 미팅은 시종일관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음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진 건물을 빠져나오며 신기하리만큼 차분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며칠 후, 기획이 무산되었음을 연락받았다.
어쩐지 과거에 이미 본 미래를 현재에 만난 기분이었다.
다음 날, 중학교 동창, 은아를 만났다. 의사를 하며 의료 AI 스타트업을 준비해 몇 년 사이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이뤘다.
"민주야, 다음엔 이것을 꼭 명심해. 반드시 최종 결정권자를 만나야 해.그 기획의 진행 유무를 결정하는 사람.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메일을 주고받을 때, 그 사람을 첨조로 넣어야 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말이야. 너와 담당자가 아무리 이야기가 잘 통해서 그 사람이 아니면 아닌 거야. 반대로 그 사람에게 마음에 들면 어떻게든 일은 진행 돼. 그리고 만약 네가 이 일을 무조건 되게 하고 싶다면, 연락해서 그 최종 책임자를 만나 네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를 달라고 해. 아니면 경쟁업체에 네가 역으로 제안할 수도 있지.
그리고 성장하려면 혼자는 안 돼. 협업해야 해. 네가 직접 진행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함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 우리의 사업 규모가 크니까 기업 회장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 그 단계에 간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 목표하는 것, 얻고자 하는 것, 그런 것이 아니야. 마음. 마음이 다야. 그리고 더 겸손하고 더 열려있어. 일이 되게 해야 하니까, 어떤 이야기라도 수용하고 어떻게든 더 들으려고 해."
몇 달 후, 민주는 동일한 이야기를 친구의 이탈리안 시아버지로부터 듣게 되었다. 친구의 시아버지는 부동산업을 하시고 은퇴하셨다. 민주가 판매하는 햇올리브를 연말 선물로 드렸더니 관심을 가지고 여러 질문을 하셨다. 이탈리아 최남단에 위치한 올리브유를 한국으로 유통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음을 토로하는 민주의 말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역 내에도 좋은 품질의 올리브유가 많으니 그 제품들의 유통도 고려해 보라는 말과 함께 덧붙였다.
"단, 유통을 뚫을 때, 반드시 대표를 만나야 해.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하고 끝내면 안 돼. 최종 결정을 하는 대표를 만나."
당시 올리브유의 이탈리아내 운송에 있어 여러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진이 빠진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올리브유를 취급하면 어떨까? 흔들리던 차에, 좀처럼 민주의 일에는 첨언이나 조언을 않는 남편이 짧게 한마디 했다.
어려운 일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고,
쉬운 일은 그만큼의 '대가'가 있겠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그 말을 듣자 민주는 노홍철의 유튜브가 떠올랐다. 지난여름, 마라톤 기획이 무산되고 지인의 초대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 울릉도행을 준비하며 노홍철 유튜브의 울릉도 투어 영상을 보았다. 자신이 애정은 울릉도에 자신이 좋아하는 투어 코스를 짜서 사람들을 초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사람을 모아
내가 좋아하는 코스로, 투어를 짜서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지만 의미가 있는 일을 만들자.
민주는 판을 다시 짰다.
희년은 특별한 기간인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당연히 모든 비용이 오르고 기존과 다른 시스템이 적용될 테니 필연적으로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기획을 소수로 바꿔보자.
마라톤 기획사가 원했던 기존 여행 상품의 코스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코스로 바꿔보자.
마라톤 기간 동안, 당연하게 교통이 통제될 것이니 콜로세움에서 도보 5분 컷, 카지노 게임 사이트 중심 명소는 도보로 가능한 숙소로 바꿔보자.
심지어 콜로세움 민주네 집에서도 가까우니 그 근처 핫플, 식당, 카페들은 모두 민주 손바닥 안이다.
숙소 3분 거리에 민주의 단골 bar가 있는데 마라톤 뒤풀이 파티 장소로 딱이다.
단골 피자집, 생성가게에서 운영하는 단골 해산물 식당, 단골 양꼬치 집까지 매일 저녁 단골 식당으로 안내하자.
5Km 펀마라톤 코스는 민주의 두 아이까지 함께 참여하는 모두가 달리고, 풀마라톤은 원하는 사람들이 달리고 아이들은 민주네에서 놀면 된다.
대박은 민주네 지척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유명 조깅코스라는 것이다.
투어는 20년 차 투어의 신, 민주의 남편 재선이 담당한다.
2025년의 이 투어가 2026년 2027년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날갯짓을 해봐야 알 일이다.
그런데 할 수 있을까?
민주는 아들 이안의 말을 떠올렸다.
못 가는 길이라면,
안 가도 되지.
갈 수 있는 길이라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면 되지.
재능이 부족하면
재능이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을 찾고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돕고
내가 나를 키우며
재능이라는 계단을 오를 다리가 없다면
다리가 있는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해.
틀어박혀 있지만 않으면 돼.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재능으로
점점 더 올라가고
난 나의 재능으로 점점 더 올라가면
결국 둘은 같은 길에서 만나.
재능을 찾는 일은 괴로울 수 없어.
내가 찾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
계속해 나가야 하냐고?
숨을 쉬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슬... 퍼.....
아무리 생각해도, 안 하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슬플 일이다.
희년은 숙소 대란이 예상되니, 숙소부터 이미 잡았다. 숙소 입지가 좋으니 빨리 선점해야 한다. 식당들도 수개월 전, 이야기를 해두고, 투어 소개 영상을 만들어 sns를 통해 투어를 공개했다. 설마, 한 명도 신청을 안 하겠어?
설마, 한 명도 신청을 안 했다.
문의는 많지만, 그 누구도 다음 리액션이 없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낭만언니가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러닝에 깊이 매료된 그녀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라톤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녀의 첫째 덕분이었다. 최근 강박이 생긴 아이가 달릴 때면 달랐다. 하지만 아이를 달리게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고 그 동기부여가 된 것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사는 이안이 형이었다. "우리 로마마라톤에 나가서 이안이 형과 달리자." 낭만언니의 첫째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사는 이안이 형을 무척 좋아한다. 낭만언니는 동기부여를 현실로 실현시키기로 했다. 이안이 때문에 낭만언니네 첫째가 달리기 시작했다니 몸의 모든 운동기능이 주둥이로만 몰린 이안을 움직였다. 마리톤 참여를 다짐한 것이다. 두 소년은 서로가 서로의 달리는 이유가 되었다.
낭만언니를 시작으로 워크플레이스를 기획하는 햇살님과 그녀의 사촌 동생, 세계 곳곳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바다님 부부 그리고 달리 운동장 가족이 합류하여 10명의 정원이 완성되었다.
3월 우린, 함께 그리고 따로,
기록이 아니라 건강하게 달리기를 목표로,
"빠르고 멀리가 아니라 아름답게" 달리기 위해 로마로 모인다.
대화는 밤새 이어질 것이며
달리기 끝에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간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의 달렸던 의미가 그들 각자에게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