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스타트라인
오전 8시 정각. 드디어 광화문 스타트라인에 섰다.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감이 맴돈다.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박수를 치며 함성과 함께 스타트를 했다. 남대문을 향해 내달렸다. 도파민이 샘솟는다.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는 바람에 아이폰을 꺼내 들고 영상으로 순간을 남겼다. 나는 이번 대회에 A그룹으로 배정을 받았기에, 모든 러너들의 초반 스피드가 무척이나 빨랐다. 그래서인지나도 덩달아 페이스가 자꾸만 올라간다. 연신 시계를 보며 어라. 너무 빠른데. 이 페이스면 후반에 진이 빠지겠네. 라며 스피드를 4분 40초 정도로 의도적으로 낮췄다. 서울 한복판의 차로를 내가 달리고 있다니. 믿기지 않군. 이러면서.
9km.
목표 기록보다 스피드가 빠르다. 평균 4분 45초 페이스. 이대로라면 계획했던 1시간 40분은 성공하겠네. 라며 웃으며 달려나갔다. 내 몸의 컨디션도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에너지젤을 하나 꺼내 먹었다. 지금 먹는 이에너지젤이 날개를 달아주길 희망하며 진심을 다해 야무지게 먹었다. 이따금씩 길가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주치는 시민들의응원소리. 수많은 러너들의 경쾌한 발소리. 안정적인 나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청계천 구간에 진입하여 좁은 차로를 달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를 하며 생전 처음으로 러너스하이를 느끼게 된 거 같다. 이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고 느꼈으니까.
청계천.
주로가 좁다. 다소 페이스가 느려지긴 했지만, 반환점을 돌아서면 스피드를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이 좁은 도로를 따라서 한참을 달렸다. 갑자기 내리막길이 보였다. 연습 한대로 고개를 숙이고 발을 빠르게 굴렸다. 이윽고 오르막길.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진다. 불과 몇십여 미터 정도의 짧은 업다운 코스였을 텐데, 힘이 부친다. 어쩐지 몸이 무겁다.라고 느껴졌다.올 겨울 역대급 한파 속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훈련하고 단련했다. 어느 정도 준비는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점점 더 호흡이 거칠어 지기 시작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15km의 반환점이 보였다. 물을 하나 집어 들고 마셨다. 옆에는 크리스피 도넛이 있었다. 종이컵에서 도넛을 꺼내들고 냉큼 입안에 넣었다. 설탕이 온몸을 녹아내리게 해 준다. 그 달콤함을 즐기며 달리다가 막상 삼키려고 했을 때. 도무지 목구멍이 도넛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아 이게 평소에 먹던 게 아니라서 그런 건가. 했다. 도넛과 씨름하는 사이 다시 내리막과 오르막을 달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들고 있던 종이컵에 억지로 삼키려던 도넛을 다시 뱉어냈다. 고백하건대, 후반 레이스의 문제는 도넛 때문이 아니었다. 원인은 명확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 양의 부족이었다.
16km.
안타깝게도 이 구간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체력이 급격하게 무너져버렸다. 반환점을 기점으로 계속 스피드가 늦어지고 있었다. 이 때 부터였다. 수많은 러너들이 나를 추월해 나갔다.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돌덩이처럼 무겁게만 느껴진다. 어쩐지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기분이다. 어라. 이제부터는 스피드를 올려야 하는데. 난감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저 이 말만 수십 번이나 중얼거렸다. 문득 슬램덩크의 정대만이 생각났다. "나는 누구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생각이 슬램덩크까지 갔다가 빠르게 청계천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고 있는 나로 - 지금의 현실로 - 돌아왔다.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것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거 뿐이었다.
18km.
누적 페이스는 4분 57초였다. 다시 한번 ”할 수 있다“ 를 외쳤다. 그 순간 나를 추월해 나가던 러너 중 한 명이 뒤돌아 날 바라보며 웃으며 "할 수 있다" 라며 응원을 보낸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어쩐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를 하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팔을 앞뒤로 흔들고 있는지. 호흡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하염없이 멀어지는 그 러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달렸다. 정말이지 지금부터는 후회 없이 질주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속상하고 분했다. 한 달간의 혹독했던 인터벌 훈련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19km.
사실상 지금부터는 처음 목표로 했던 기록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그저 이 험난한 레이스를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몸 어딘가에서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근육의 경련이 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계속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아무튼 이 레이스를 완주하고 말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20km.
"1km 정도 남았어요. 힘내세요. 지금부터는 질주해야 해요. 안 그럼 두고두고 후회해요! 질주! 질주!" 하고 길가온라인 카지노 게임 만난 시민분의 말이 귓가를 때린다. 아마 그도 러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오전, 졸린 눈을 비비고 고맙게도 여기까지 응원을 나와준 아내와 딸아이들을 떠올렸다. 피니쉬 라인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를 기다리며 웃고 있을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서 있는 힘껏 달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몰입해서 달리다 보니 저 멀리 피니쉬 라인이 보인다. 가족을 찾았는데 - 불행하게도 10k 러너들이 모이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 좁은 주로에 모인 많은 러너들을 좌로 우로 피해 앞으로 나아 가느라 내 가족을 찾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피니쉬 라인.
나는 달린다. 아내와 딸아이들이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500여 미터가 남아있는 구간에서부터 마지막 골인 지점까지 후회없이 달렸다. 드디어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동시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1시간 47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5분 4초의 평균 페이스로 골인.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첫 하프온라인 카지노 게임 출전이고 그 나름의 성취감이 스멀스멀 북받쳐 올랐다. 기쁨이라기보다는 안도감이었다. 조심스럽게 발목과 무릎을 살피면서 가족을 찾았다. 날 보고 웃어주던 가족이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피니쉬 라인에서도 스타트를 할 때의 감정처럼 즐겁게웃으며 골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가 찍은 동영상 속에 나는 웃음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넉다운 직전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크게 느낀 점이 있다. 왜 나는 대회를 즐기지 못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왜 도전하는 거지? 내가 언제부터 기록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매일 아침 묵묵히 한강변을 따라 달리며 이처럼 소박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기를 좋아하던 내가, 갑자기 왜 시간과 기록에 집착하게 된거지. 40대인 내가 2030대 청년들처럼 기록을 낼 수는 없지 아니한가. 그저 즐겁게 달리고, 부상없이 완주하자고 다짐한다. 언제 있을지는 모를 다음 하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회에서 만큼은 정말 즐겁게 달리고 싶다.
목표가 아닌 마음으로.
*
내 팔에는 작은 타투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내가 좋아하는 좌우명 같이 여기는 타투가 있다.
Cogito, ergo sum. 직역하자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다.
맞다.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말이다. 어쩐지 뚱딴지같은 말이겠지만, 그날의 하프온라인 카지노 게임 레이스에서는 나는 달린다는 행위가 먼저 있었기에 - 의심에 여지없이 - 내가 존재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서에 쓴 글을 인용하자면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였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