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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권 Dec 27. 2024

[은행원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놈의 무료 카지노 게임

직장편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이전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스펙터클 그 자체였다.


"오늘 무료 카지노 게임 예정되어 있습니다. 빨리 마감하고 출발합시다"


지금은 오후 5시.

컴퓨터 자판기 소리와 고객과의 통화소리로 가득한 사무실에 차장님의 무료 카지노 게임 알림의 말이 전해진다.


짧고 간결한 알림이다.

어디를 가는 건지, 누가 갈 수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빠른 마감만 종용할 뿐.


더구나 오늘은 금요일이다.


서둘러 마감을 하고 회사 인근의 고깃집으로 향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소주와 맥주가 적당히 섞인 잔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윗분들의 훈화 말씀이 이어진다.

소주잔으로 바뀌어진 직원들 손은 모두 하늘을 향해 있는 상태이다.


말씀이 끝나면 시계방향으로, 혹은 직급 순서대로 건배사가 이어진다.

이때 큰 목소리는 필수다. 감탄을 자아내는 삼행시도 준비해야 한다.

옆테이블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는 듯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절정에 이르면 이제는 자리를 옮겨가며 잔 돌리기가 이어진다.

자신이 먹던 잔을 티슈를 이용해 애써 정갈히 닦은 뒤 직원들에게 돌린다.

아니 돌려야 한다.

괜히 거절하거나 위생을 지적했다간 금세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이상한 사람이 돼버린다.


그래도 여기까지 잘 버텨냈다.

고깃집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고깃집 자리가 마무리될 때쯤 신입직원이 미리 예약해 놓은 노래방 2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룸으로 우르르 들어간다. 겉으로 보기엔 직원들 모두 흥겹게 노래하고 손뼉 치며 행복이 가득한 얼굴이다. 역시 한국인은 노래방이다.


노래방은 저녁 10시쯤 끝났다. 노래방 주인분의 후한 보너스 시간이 한몫했다.

이제는 제법 어둠이 깊어졌지만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 다행이다.


"자. 3차는 가볍게 맥주 한잔하러 갑시다."

오늘 무료 카지노 게임의 시작을 알려준 차장님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갈팡질팡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명확하게 갈길을 정해준다.


오늘은 조금 일찍 집에 갈 수 있을까라는 hope를 완전히 접은 채 직원들 모두 hof집으로 향한다. 애초 가볍게 한잔하자는 말이 무색하게도 오늘도 12시가 넘어서 종료가 되었다.


택시가 바로 잡힐지, 내일 아침 몰려오는 숙취에 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하나씩 걱정하다가..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어둠을 뚫고 나온다.


이랬던 무료 카지노 게임문화가 코로나 이후로 깡그리 바뀌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우선, 빈번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 횟수가 확 줄어들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시간 및 장소에 대한 사전고지는 필수가 되었다.

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을 하더라고 이제는 1차에서 끝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참석하지 못한 직원의 빈자리가 보이면 다들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라며 이해해 준다.

노래방 안간지 오래다.


물론 무료 카지노 게임이 갖는 장점이 있다.

평소에는 하지 못한 말을 할 수도 있고 소원한 직원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으며 조직의 단합을 이루는데 효과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차 무료 카지노 게임, 건배사 강요, 사전고지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 음주 강요가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미리 정해진 시간에 업무에 대한 위로를 나누고 서로 격려해 줄 있는 슬기로운 무료 카지노 게임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은행원이 딸에게 3줄 요약)

1. 무료 카지노 게임은 사회생활의 연장임은 틀림없다.

2. 이왕에 참석했으면 유쾌하게 보내고, 참석을 못할 때는 분명한 이유를 사전에 고지해라.

3. 술 잘 마신다고 자랑하지 말고 못 마신다고 부끄러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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