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카지노 쿠폰(Girona)
바르셀로나 상트역에서 기차로 40분이면 도착하는 지로나(Girona)는 '천 번의 공격을 받은 도시'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많은 고난을 겪은 곳입니다.
로마 시대에는 요새로 사용되었지만중세에는 유대인 지구가 번성하며 문화적 황금기를 누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15세기에 가톨릭 군주인 페르난도와 이사벨라가 결혼함으로써 유대인과 무슬림들이 강제 추방당하고 그들의 흔적은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과 돌바닥이 남았을 뿐입니다.
탄탄한 아침 햇살에 오냐르 강물에 윤슬이 반짝입니다.
아마도 새벽녘에는 안개가 자욱했을 겁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여럿이지만 유난히 눈길을 끄는 빨간 철제다리가 있지요.
아마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 이름, '귀스타브 에펠(1832-1923)이 설계한 일명 에펠 다리입니다.
카지노 쿠폰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기 위한 이 다리는 에펠탑이 세워지기 전인 1897년에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알록달록한 집들과 어우러진 기하학적 아름다움 때문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요.
사실 집 하나하나만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지만 여러 컬러가 강물에 반영되어 더 화려하게 보이는 데다가 빨간 다리가 포인트를 주니 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구 시가지입니다.
맨 먼저 넓은 계단 위에 양쪽이 대칭인 바로크식 석조 교회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곳이 바로 카지노 쿠폰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입니다.
그 성당 앞에 놓인 89개의 웅장한 계단에서 왕좌의 게임 시즌 6이 촬영되었다고 하네요.
전면의 파사드는 모두 9개 부분으로 나뉘는데 중앙의 문을 제외한 8개의 공간에 성인들의조각이 서있습니다.
아침 10시, 조용하고 한가한 성당 앞으로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성당 앞으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페르난도 왕과 이자벨라 여왕에 대한 설명을 했을 겁니다.
아이들이 지나가고 한참이 지난 후 우리도 계단을 올랐습니다.
이 도시는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요.
카지노 쿠폰 대성당의 웅장한 계단 위에서 용이 날아다녔고, 유대인 지구의 골목은 왕국의 음모가 펼쳐지던 무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판타지물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왕좌의 게임을 봤을 리가 없고 그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파사드에는 많은 얼굴들이 조각되어 있는데영락없이 살바도르 달리의 수염을 연상시키는조각이 보여 신기했습니다.
다음 날, 달리의 고향 피게레스를 갈 예정이었거든요.
특이한 돌조각이 또 있습니다.
한 여인이 입을 벌리고 땅을 향해 엎드려 있는 형상인데요.
사실 이것은 성당 지붕에서 흘러내린 빗물을 모아 떨어지게 만든 하는 홈통, 일명 가고일('목구멍 또는 식도라는 뜻'으로중세 건축의지붕이나 벽에 설치된 악마 형상의 석상)입니다.
이러한 가고일은 순전히 기능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지지만 때로는 식물이나 동물, 괴물의 모습을 띠기도 했습니다.
먼 옛날, 지로나에 한 마녀가 살았습니다.
이 여인은 종교에 대한 증오심으로 늘 성당에 돌을 던지곤 했는데 어느 날, 성체 성혈 대축일 행렬에게 까지 돌을 던졌습니다.
그녀의 악행은 신을 화나게 했고 그녀를 돌로 만드는 형벌을 내렸지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돌을 던지면, 돌이 될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돌이 되어 성당 벽에 매달렸고 그녀의 입에서는 더 이상 어떠한 저주도 나오지 못하고, 오직 깨끗한 물만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그녀는 땅만 바라보며 하늘을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고 하네요.
성당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걷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돌벽은 거무튀튀하게 변했고 아직 골목은 어두웠지요.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와 식료품점만 문을 열었을 뿐입니다.
이제 핀 조명이 하나둘 켜지듯 드문드문 햇살의 손길이 닿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 가끔 이런 생각이 들지요.
'여기 사람들은 출근도 안 하나?'
이런 풍경이 낯설지만 그 한적함이 좋아 찾아다닌 것인데도 말입니다.
카지노 쿠폰 대성당의 티켓을 사면 산트 펠리우 성당(Sant Feliu Basilica)도 들어갈 수 있는데요.
탑의 꼭대기가 뭉툭하여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번개에 맞아 부서진 걸 복원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합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산트 펠리우가 카지노 쿠폰 대성당보다 더 긴 세월을 지나온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하게 치장되지 않고 낡은 흔적이 매력적이더군요.
종류에 따라 곤충을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있지만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필자의 경우는 한 마리의 파리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니까요.
믿기지 않겠지만 지로나 사람들은 파리를 좋아합니다.
조각된 파리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도 믿습니다.
상점에는 초콜릿, 헤어핀, 키링, 심지어 팔찌, 귀걸이 등 파리 모양을 본떠 만든 기념품들이 수두룩 합니다.
예로부터 요새를 지키는 동물인 독수리, 사자, 용, 늑대 등에 대한 전설은 많은데요.
카지노 쿠폰의 영웅은 파리입니다.
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이 모든 것은 카지노 쿠폰의 수호성인 산 나르시스(Sant Narcis)의 전설에서 시작합니다.
카지노 쿠폰는 스페인 북부 피레네 산맥 근처에 위치하는데요.
피레네 산맥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이라 피레네에 인접한 지로나는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1286년, 그때도 프랑스군이 지로나를 침략하여 수비대를 추격하고, 이 아름다운 구시가지의 좁은 거리를 따라 침범하며 돈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약탈했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산 펠릭스 교회로 들어가 산 나르시스의 석관을 부수고 시신의 팔을 부러트리는 망발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시신에서 수많은 파리 떼들이 날아들어 프랑스 군인들을 공격했다지요.
더 신기한 것은 파리들이 벌처럼 침을 쏘는데 용케도 지로나 시민들은 놔두고 프랑스 군인들에게만 달려들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파리들이 물리친 프랑스의 군인은 2만 명, 그리고 그들의 말 4,000마리가 죽었다고 해요.
그 일이 있고 약 100여 년 후 성 나르시스는 카지노 쿠폰의 수호성인으로 추대되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1653년과 1684년 프랑스 군이 또다시 지로나를 공격했지만 그때 역시 어디선가 파리떼들이 나타나 도시를 지켜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러므로 파리는 카지노 쿠폰의 영웅이며 마스코트가 된 것이지요.
지로나에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과 파리 조각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리젠데스 호텔(Hotel Museu Liegendes de Girona)은 카지노 쿠폰의 주교이자 순교자인 성 나르시스(Narcis)가 304년부터 307년까지 살았던 집터로 지금은 호텔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호텔의 건물 벽에는 발자국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나르시스가적들을 쫓아내기 위해 남긴 발자국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성 나르시스의 발 조각상을 만들었고 돌기둥 모서리에는 어김없이 파리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뭔가를 바라는 사람 맘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파리의 영험한 힘?을 믿고 싶은 사람들은 파리의 조각을 어루만지기도 하니까요.
아무리 그런 전설이 있다고 해도 파리는 정말 싫습니다.
산트 펠리우 성당 옆 골목의 한 기둥에 사자가 매달려 있는 조각이 있습니다.
이것은 11세기에 만들어진 조각으로 암사자는 로마의 늑대를 연상시킨다고 해요.
당시 사람들은 이 암사자의 엉덩이에 키스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답니다.
사실 이 조각품은 카지노 쿠폰의 문장학적인 상징인데 여행자들은 농담 같은 이 이야기도 믿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 친절하게 만들어놓은 철재 계단을 올라가 사자의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며 즐거운 추억을 만드니까요.
온 세상에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건 왜 그리 많은지요.
그때마다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또 빌어보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바라지 말고 직접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지 않을까요?
지로나 시의회 건물의 회의실 출입문 위에도 특이한 돌조각이 있습니다.
남자가 혀를 깨물고 있는 모습인데요.
그것은 시의원들이 회의를할 때 말조심, 입조심하라는 의미라는데 참으로 적절한 아이디어입니다.
우리나라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 앞에도 만들어놓으면 어떨까 싶더군요.
오냐르 강을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오니 순식간에 수백 년을 건너온듯합니다.
여기저기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사람들 투성이니까요.
이제 베살루로 가려고 합니다.
하루에 두 곳을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가까운 거리라 계획했지요.
혹시나 친구들이 피곤한 건 아닐까 싶어 의향을 물으니 둘 다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길거리에서 군밤을 샀습니다.
손이 까매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밤을 까먹었지요.
따뜻하고 고소한 밤 몇 알에 금세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다시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겨 안 가봤으면 크게 후회했을 베살루(Besalú), 이제 그천 년의 시간을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