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흐름을 느끼면 됩니다
혹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힘든가? 모임이 끝나면 진이 빠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전형적인 내향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고민도 해봤을 것이다. '나도 '인싸'처럼 유쾌하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필자를 포함한 많은 내향인들이 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낀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화에 몰입하는 대신,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내가 적절한 반응을 하고 있는 걸까?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정작 대화의 흐름을 놓쳐버릴 때가 종종 있다. 대화의 즐거움은 평가 당한다는 두려움 속에 묻히고, 결국 피곤함만 남게 된다.
사실 외향인이라고 관계에서 피로감을 안 느끼는 것은 아니다. 교류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자아고갈(ego depletion)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할 때 자기 조절(self-regulation) 자원을 소모한다고 본다. 즉, 대화 중에는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한 반응을 고민하며,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 위해 지속적인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외향인이든, 내향인이든 피로해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외향인은 왜 지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그들에게는 피곤함을 상쇄할 만큼의 명확한 보상이 존재한다. 함께 웃고, 공감하고, 인정받고, 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자아고갈 시점을 미룰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향인은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다만, 별도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할 뿐이다.
첫 번째로, 반응을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내향인은 '적절한 대답'을 찾느라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꼭 완벽한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그 자체로 대화를 이어간다. 따라서 내향인도 대화의 완벽함보다는 흐름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머릿속에서 문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간단한 리액션부터 시도해보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진짜? 어떻게?" 같은 짧은 반응만으로도 상대방과의 연결이 쉬워진다.
두 번째로, 관계를 재미있는 요소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향인은 정보 교환이나 의미 있는 대화에 가치를 두는 반면, 외향인은 교류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단순한 잡담도 유머나 가벼운 농담이 포함되면 훨씬 편해진다. 내향인도 굳이 분위기를 주도할 필요는 없다. 대신, 상대방의 유머에 가볍게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흐름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예를 들어, 친구가 농담을 하면 무덤덤하게 듣는 것이 아니라 살짝 과장된 리액션을 더해보는 것이다. "헉, 그거 진짜 대박이다!" 같은 표현만으로도 상대방은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낀다.
세 번째로,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사소한 부분도 칭찬하며 관계를 강화한다. 내향인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새로 산 옷을 입고 왔다면 "오늘 스타일 좋은데?"라고 한마디 던지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작은 피드백이라도 꾸준히 주는 것이다. 이런 작은 관심 표현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물론, 내향인이 외향인이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이고, 교류를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대화가 피곤한 이유는 단순히 내향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들을 신경 쓰기 때문이다. 반응을 고민하고, 긴장하고, 완벽한 대화를 만들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화의 재미를 찾고, 작은 보상을 기대하며, 가벼운 반응과 표현을 연습한다면 내향인도 충분히 ‘인싸’처럼 보일 수 있다.
결국 관계는 기술이다. 연습하면 누구나 익숙해질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다. 대화를 잘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대화를 편하게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내향인도 ‘인싸’처럼 보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내향인만의 방식으로 더욱 매력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 이 글은 명대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news.mj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3166
*나름 읽을만 하셨다면,좋아요 & 댓글 & 공유부탁드립니다!
*심리학적 글쓰기, 직장심리, 자존감, 목표관리, 마음건강, 메타인지, 외로움 극복, 공간활용의 심리학 등다양한 주제로 강연 가능합니다(출강 제안 환영).허작가의 사이콜로피아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제 소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