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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r 03. 2025

카지노 게임 추천의 착각: 전문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까?

강연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

* 먼저 이 글은 특정 강사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닌 더 나은 강연자가 되기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다른 강연자분들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쓴 글이다.



최근 강연자 섭외에 실패했다. 특정 분야에서 오랜 강의 경력과 저서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섭외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커리큘럼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강연자는 내게 이러한 메일을 보냈다.


"대표님께서 요청하신 강연 내용은 제 강의 교재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결이 다소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청하신 내용을 강의에 포함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ㅇㅇ의 본질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급적 제 강의 교재를 원형 그대로 반영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끔 ㅇㅇ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담당 공무원이 ‘맞춤형 강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런 경우 역제안을 합니다. 제 강의 교재를 중심으로 하되, 특별 요청 사항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제안합니다. 만약 ‘맞춤형 강의’만을 고집한다면, 저는 그 요청과의 인연이 없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게다가 강연자는 내게 전화 통화로 “강연 끝나면 오 대표님이 담당자에게 칭찬받으실 겁니다.”라는 자심감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확고한 태도에 신뢰감을 느낀 나는 한 번도 그의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고 최종강사로 낙점했다.(불행하게도,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 영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연 당일, 나는 강연자 선정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강연자는 온몸에 강한 담배 냄새를 풍겼고, 과거 공직 시절의 습관이 남아서인지 담당 공무원에게 훈계조의 조언도 하였다. 젊은 공무원은 이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길래 솔직히 좀 놀랐다. 어쩄든 강연자는 여전히 담배 냄새를 풍기며 내게도 여러 이야기를 건넸고 -그 과정에서 몇차례 부적절한 어휘 선택이 감지됐다- 적절한 시점에 대화를 끊고, 분명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강연이란 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중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 충분히 소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는 경험상 일방적으로 강연을 이끌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고, 나는 그 방식을 존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 강연에서는 전달력의 문제가 심각했고, 내용에서도 뚜렷한 인사이트가 발견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처진 분위기 속에서 상습적인 흡연 탓인지 강연자는 내내 기침을 연발했고 청중의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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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 진행한 설문에서 청중들은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남겼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역량 강화 지침서가 도움이 되었다

강의 내용이 이해하기 쉬웠다

oooo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강사의 역량이 부족하다

강의가 너무 기초적이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방식이 아쉬웠다

강의 전달력이 부족했다

서두에서만 한 시간을 소비해 집중도가 떨어졌다


전반적인 만족도가 70% 이상이었다는 점은 의외였다. 특히 '강연의 유익성'에 대한 평가는 86% 이상이었는데, 이는 내가 부정적인 인상만으로 강연을 평가했던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자신만만했던 강연자에 대한 원망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다.




정리하자면 이번 에피소드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3가지이다.


1. 강사의 전문성 과신을 경계하라


전문성이 강연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성에 집착하면 청중의 관심사를 놓치기 쉽다. 유능한 강연자는 자신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청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콘텐츠에 대한 확신(태도, 신념)만으로 강연을 이끌려 하면, 결국 자기만족에 그칠 위험이 크다. 중요한 것은 "스피치를 실행하는 사람은 강연자이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청중에게 달려 있다(임태섭, 1997)"는 점이다.


2. 과도한 열정보다 청중을 배려하라


강사는 강연 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강연을 2시간 요청받아도 추가로 30분이나 1시간을 무료로 강의해달라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마운 제안이지만, 청중의 시간도 중요하다. 강연은 청중의 시간을 빌려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열정을 앞세우기 보다, 청중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또 다른 강연자는 2시간 이하의 강연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2시간 미만이면 충분한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강연료보다 사회공헌과 자아실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강연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만한 결정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중이 과연 2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한번 이렇게 가정해보자. '강연자는 가해자, '청중은 피해자'라고. 2시간 내내 꼼짝없이 앉아서 들어야 하는 강연이라면, 강연자는 자신의 열정 혹은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청중이 몰입할 수 있도록 재미와 의미를 균형 있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3. 전달력이 부족하면 콘텐츠의 가치도 떨어진다


설문 결과, 강연자의 전달력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강연의 유익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달력 부족으로 인해 강연의 질이 낮아진 것은 강연자로서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리 독보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달력이 부족해 강연 평가가 엉망이 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전달력은 강연자의 기본 역량이며, 전달력 연마에 피와 땀을 흘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강연자의 '전문성', '열정', '콘텐츠'만으로는 강연이 성공하지 않는다.청중 중심의 사고, 적절한 시간 관리, 그리고 탁월한 전달력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좋은 강연이 완성된다.


제발,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글쓴이. 오상익 (ohganzi@gmail.com), 2025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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