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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Feb 20. 2025

카지노 쿠폰 세대

전 세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일상에서카지노 쿠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4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과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57분을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영상 앱에서, 52분을 틱톡과인스타그램같은 소셜 미디어 앱에서 보내고 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하루 평균 70분, 틱톡은 112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카지노 쿠폰 화면 앞에서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혹은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보내야 할 귀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부모들의 가장 흔한 고민 중 하나는 ‘아이에게 언제 카지노 쿠폰을 줄 것인가’이다. 나도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데, 이 문제가 참 어렵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오감으로 세상을 접해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카지노 쿠폰을 쥐어줌으로써 그 경험의 범위를 네모난 화면으로 제한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톡방이나 유튜브에서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 부모와 연락하기에 카지노 쿠폰만큼 편리한 수단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세상이 위험했던 20~30년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는 점은 잠시 차치하고라도) 카지노 쿠폰을 갖고 다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완전히 접을 수는 없다.


나와 아내는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어린이날부터 나름의 절충안을 실행 중인데, 딸의 손에 카지노 쿠폰을 쥐어주는 대신 그보다 위쪽인 손목에 전화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 워치를 채워주었다. 이를 통해 딸의 시선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화면의 면적을 줄였고, 카지노 쿠폰 화면에 묶여 있을 손가락들이 더 다양한 활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엄마, 아빠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카지노 쿠폰이 있다. 딸의 학교에도 이미 몇몇 친구들은 카지노 쿠폰을 가지고 다닌다. 딸도 카지노 쿠폰이 무엇이며,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유튜브부터 게임까지, 카지노 쿠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접한 딸은 틈만 나면 부모의 카지노 쿠폰을 가져가려고 한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가 다른 방에 있는 사이에 짐작 가는 비밀번호를 이것저것 눌러 보거나, 그래도 안 되면 엄마, 아빠가 잠깐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슬쩍 손가락 지문을 빌려 카지노 쿠폰 지문 센서에 갖다 대어 화면을 열어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카지노 쿠폰이 뭐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다가도, 하긴 어른인 나도 입이 심심할 때 군것질을 찾듯 집중할 일이 없으면 어느새 카지노 쿠폰을 집어 들고 카톡이며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니, 내가 딸에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구차한 변명일지 모르지만 나는 어른이라 어느 정도 절제가 되지만, 초등학생인 딸은 그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아직은 카지노 쿠폰과 거리를 두게 하려는 것이 중요한교육방침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게 과연 타당한가? 내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나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딸의 카지노 쿠폰 사용을 제한하던 중, 한 신간 소개 기사에서 『카지노 쿠폰 세대』라는 책의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소개글은 책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여 잠재 독자들의 관심을 끌도록 편집한 것이었는데, 최근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불안이 증가한 이유가 2010년대 이후 보편화된 카지노 쿠폰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라는 것이 요점이었다. 『카지노 쿠폰 세대』에서 말하는 세대가 다름 아닌 내 딸도 포함할 수 있는 터라, 부모로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이 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사회적 직관론자(social intuitionist)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이다. 사회적 직관론이란 간단히 말해 인간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직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 이유는 나중에 만들어 붙인다는 개념이다. 그는 또한 도덕적 판단의 개인별 차이를 설명하는 ‘도덕성 기반 이론(Moral Foundations Theory)’으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녀 양육 전반에 걸쳐 나타난 과보호 추세와 함께, 2010년을 전후로 카지노 쿠폰과 소셜 미디어가 유행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증가한 현상을 설득력 있는 통계 자료와 해석을 통해 설명한다. 특히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이 증가했으며, 그 원인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라는 주장은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실제 물리적 세계는 더욱 안전해졌음에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하여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빼앗았다고 지적한다. 반면, 가상 세계에서는 아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접하고 누구와 소통하는지 충분한 보호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오늘날 실제로 아이들에게 해악을 끼칠 위험이 큰 곳은 현실 세계보다 가상 세계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더 많은 현실 세계의 경험’과 ‘더 적은 화면 경험’을 제시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줄어든 ‘신체적 놀이’와 ‘직접 대면 사교 활동’을 늘리고, 반대로 카지노 쿠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줄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즉, 단순히 아이들에게 카지노 쿠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 책은 대중서적이지만 사회심리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어 비전문가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점을 인식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다양한 연구 결과와 통계 자료들이 연달아 소개되면서 독자가 잠시 길을 잃을 법한 순간에도, 각 장의 마지막에 마련된 ‘내용 요약’이 이를 보완해 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지금까지 읽은 내용의 흐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며, 책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는 데도 적극적인데, 그중 가장 유용했던 부분을 하나 고르라면 ‘부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제목의 12장을 꼽고 싶다. 여기서 저자는 0세부터 18세까지 자녀의 연령을 세 범주로 나누고, 각 연령대에 맞는 종합적인 제안을 한다. 나는 그중 두 번째 범주인 ‘6~13세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제안’에 가장 주목했으며, 특히 ‘전체 화면 시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대면 활동과 잠을 최대화하는 데 더 집중한다’는 지침을 읽고 무릎을 쳤다.


저자의 배려는 책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그는 이 책에서 제안한 여러 내용 중 핵심적인 네 가지를 요약해 맺음말에서 제시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카지노 쿠폰을 금지한다.

16세가 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휴대폰을 금지한다.

감시를 받지 않는 놀이와 아동의 독립성을 더 확대한다.


이 책은 확실히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부모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막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던 믿음이나 현상을 근거와 사례를 통해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사실로 굳혀주는 내용이 주목을 받는다. ‘아, 내가 믿고 있던 게 사실이었어.’라는 확신을 주며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카지노 쿠폰 세대』 역시 ‘카지노 쿠폰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라는 부모들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부모들의 고민을 짚어주는 것에서 멈추었다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카지노 쿠폰 세대』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한다. 아이에게 카지노 쿠폰을 언제쯤 주는 것이 좋을지, 카톡이나 인스타그램을 허락해도 될지 등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올바른 방향성을 제공한다. 고민이 많은 부모들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https://shinseungkeon.com/%eb%b6%88%ec%95%88-%ec%84%b8%eb%8c%80/|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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