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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맛있지 않냐?.. 전혀요. +10

소울푸드

저는 어릴 때생일날이면 빨강 찰밥과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그 가족문화가 너무 좋았고 그날이 되면 찰진 찰밥을 가득 먹을 수 있어서 그냥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생일날이면 당연하게 찰밥과 미역국이었습니다.



그런 생일 찰밥문화가 아내와 만든 가정에서도 잘 이어졌으면 하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가 찰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즐겨 만드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별로 즐기는 음식은 아닙니다. 아내가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릅니다.그렇지만 찰밥을 싫어한다면 아마도 밥과 함께 있는 팥을 씹었을 때 느껴지는 팥의 퍼석거림과 찐득거리는 찰진 밥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입안을 텁텁하게 만들면서 찐득거리는 밥알들의 향연이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집에서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 찰밥을 오직 저만 먹고 싶어서 늘 생일날만을 기다립니다. 물론 제 생일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생일을 기다리곤 합니다. 5인 가족이니까 일 년에 총 5번을 기다리고 지냅니다.다행인 건 제 생일날에는 일 년 중 저의 날이고 케이크를 안 하더라도 찰밥만 잔뜩 먹게 해달라고 해서인지 찰밥을 두 솥정도도 해줍니다. 그러면 저는 그 찰밥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불평 없이 삼시세끼 먹습니다. 오랜만에 찰진 찰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니까요. 그렇게 맛있게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아빠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너무 좋아! 찰지기도 하고 맛있기도 하고 색깔도 특이하고 말이야."

"피~~~ 이... 안 먹어. 텁텁하고 찐뜩거려서 별로야!!"


아이들 반응은 늘 똑같습니다. 맛도 없는 그 밥을 아빠는 왜 그리 좋아할까? 심지어 삼시 세 끼를 먹어도 질리다 말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신기해합니다. '나의 아이들이면 누군가는 좋아할 텐데. 아무도 안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 안 좋아하는 척하는 건가?'라면서 의아해하곤 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찰밥을 잘 먹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삼 남매 중에 막내딸입니다. 호빵의 팥앙금과 초콜릿을 잘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팥이 들어간 찰밥이나 호빵 속 팥앙금을 보면 초콜릿이라면서 잘 먹기도 했습니다. 그 틈을 노려서 막내딸보고 "쪼꼬!! 쪼꼬!!"라면서 같이 먹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커서 알아버렸습니다. 팥과 초코의 차이점을 정확하게요. 아빠를 사기꾼처럼 바라볼 때도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도 벌써 15년째 매년 찰밥을 먹고 있는데 아직도 찰밥을 좋아하는 아이는 나오지 않습니다.물론 아내도 식성이 변해서 찰밥을 갑자기 좋아할 이유도 아직 없고요. 그러다 보니 저는 외식하다가 찰밥이 나오면 고민 없이 선택합니다. 제 생일 때는 여전히 '찰밥과 미역국'을 요청하고요.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생일날 '찰밥과 미역국'세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아버지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가족 생일마다 꼭 '찰밥과 미역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어릴 때 그렇게 먹고 자랐다면서요.떡을 좋아하는 저는 '쫀득거리는 찰밥과 미역국'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 생일날을 케이크보다 기다렸었고요. 결혼을 해서도 사실 초를 가득 꼽은 케이크보다는 '찰밥과 미역국'이 가장 기다려집니다.



아버지 덕분에 생긴 취향이긴 한데 '찰밥과 미역국'은 언제 먹어도 행복합니다. 삼시 세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고요. 팥에 따라서 찰밥의 색깔이 연해지거나 더 붉어질 수도 있고 소금 간의 차이, 물양의 차이에 따라 질어지거나 꼬들거릴 수는 있지만 찰밥은 찰밥입니다.



올해도 5번의 가족 생일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그렇지만 두 딸들은 극도로 싫어하기에 포기했고요. 총 세 번의 생일날은 은근히 기대해 봅니다. 단, 아내 생일은 자신의 생일날 좋아하지 않는 찰밥을 손수 만들 일이 없기에 두 번의 기회를 노려 봅니다. 제 생일과 아들 생일입니다. 아들 생일을 빌어서 한 번 더 먹자고 해볼 생각입니다. 저에게는 소울푸드 같은 찰밥이 가족에서는 찬밥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부모로부터 전해진 것이었다.

생일날 '찰밥과 미역국'세트는 '햄버거와 콜라'의 조합처럼 당연히, 그리고 절대대체불가한 세트구성처럼 이어져왔습니다. 어른들부터 어른들에게로 그리고 어른들이 저에게로 전해준 음식 문화이자 이제는 저의 취향저격세트가 되어버렸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알게 모르게 부모로부터 공부나 문서전달 없이 전해진 것들이 매우 많은 것을 인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놀라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대로 내게 전수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없는지 더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맛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먹을 때 그 식감은 단연코 그 어떤 음식보다 최고입니다. 공항에서 일할 때 동남아 승객들이 바나나잎으로 싸서 만든 밥을 먹어보았는데 찰밥처럼 쫀득거리는 식감에 엄청 맛있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승객들은 자기들 음식을 좋아한다면서 기분 좋아해 줬고요.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찰밥이 최고로 맛있습니다. 특별한 날에 아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해준 날은 한통이상 해서 냉장고에 넣어주면 매 끼니마다 데워서 먹으며 행복해합니다. 그냥 입에 넣는 순간 행복해져서 좋습니다.



좋은 것만 전해주고 싶지만 생각과 다르다.

삼 남매와 살면서 '가장 좋은 습관, 고쳐서 달라진 내 모습만' 전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간절하지만 전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들도 편의점 1+1처럼 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제 의도대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참 힘들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찰밥은 맛있고 좋아서 전해주고 싶지만 아이들이 원치 않아서 쉽지 않고요. 찰밥을 해달라고 아내를 꼬드기는 모습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 찰밥을 진짜 좋아하나 봐요. 생일날마다 해달라고 하시니까요. 맛도 없는데.."라면서 하는 아이들 말을 들으면 '나는 나중에 찰밥을 좋아하고 찰밥 해달라고 졸라대는 아빠'로 남겠네..라는 생각에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얽힌 저의 마음과 일상생활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쪼꼬'인 줄 알고 한동안 먹었던 막내딸에게 은근히 미안하기도 합니다.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Unsplash의 AbinashMark


덧붙이는 글: 대문사진은 전혀 새로운 음식입니다. 다만, 찰밥과 미역국을 먹는 제 느낌은 이런 음식조합처럼 신나고 즐거워서 첨부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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