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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pr 09. 2025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거온라인 카지노 게임 missing link

열번 째 이야기

아홉 번째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현재 대중들은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면 먼저 플라스틱 제품부터 떠올릴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제조 시 사용되는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와 같은 화학물질들은, 연구자, 언론, 환경단체가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온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죠.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서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화학물질이 수백 종, 의심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수천 종이 넘는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자신들이 문제 삼는 특정 종류들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슈를 극도로 단순화시킵니다. 이는 그 자체로 매우 기만적이죠.


당시 저의 연구 주제였던 POPs는 소위 ‘원조 환경호르몬’입니다. 그리고 제가 발표했던 저농도 POPs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환경호르몬이 가진 특성과 아주 잘 맞아 보였습니다. 환경호르몬은 노출허용기준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유해성을 보이는데, POPs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환경호르몬은 농도가 높을수록 더 위험한 것이 아니라, 특정 농도 범위에서만 유해성을 보이는데 이 역시 POPs 연구결과와 일치했죠.


이런 이유로 연구 초반에는 저도 POPs와 환경호르몬을 연결시키는 시도를 잠시 했었지만, 곧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실험실이 아닌 현실에서의 환경호르몬 연구는 혼합체와 비선형성 외에도 수많은 방법론적 한계가 존재하며 그로 인하여 재현 가능한 연구결과를 보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여 당장 연구의 모라토리움을 선언해야 할 정도였지만, 정반대로 환경호르몬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비가 급증하고 환경호르몬 논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그 후 약 10년 동안 환경호르몬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학계에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현시대 연구자들은 예측 가능성이란 과학의 대상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란 사실조차 망각한 채, 오로지 연구비와 논문 편수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어떤 분야든 사회의 공포를 조장하면 할수록 관련 연구비는 더욱 증가하는 고질적 시스템이 고착화되어 버렸고, 환경호르몬 연구자들 역시 이 시스템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제가 하던 연구에만 몰두했더라면, 아마 저도 나름 잘 나가는 연구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빌어먹을 성격탓에 그냥 지켜보지를 못하고 기존 연구자들과 신랄한 논쟁을 벌이고 환경호르몬 연구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논문까지 발표하게 되죠. 특히 천문학적 연구비가 소요되는 엑스포좀 (EXPOSOME) 연구를 두고<최첨단 과학으로 포장된 허구에 불과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막 엑스포좀 연구를 시작했던 전 세계 환경호르몬 연구자들의 공적이 되어버립니다. 아마 그 당시에는 ‘허구’가 아닌 ‘사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 환경호르몬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환경호르몬이 무해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는 다양한 환경호르몬들의 기괴한 조합으로 인한 질병들이 생기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납니다만, 이를 집단이나 개인차원에서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죠. 따라서 연구가 무의미한 것과는 별개로, 일단 환자가 되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건강한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공포 조장을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본인 삶을 살면 되고요.


한편 기존 연구자들과 충돌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개인적으로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환경호르몬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기전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혼합체로 존재하는POPs가 보여준 역학 연구결과들, 특히 비선형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는 근본적인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죠.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서 발표된 수많은 논문들을 두고 검토에 검토를 거듭한 끝에 지금까지 현대의학에서 놓치고 있었던 거대한 missing link가 존재하며, 역학이라는 학문이가진 본질적 한계로 인하여 이 missing link를 놓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제가 연구하던 POPs는 missing link를 구성하는 일부로, 지용성이 높은 혼합체 형태로 인체 지방조직에 축적되어 있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운 좋게 관련성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고요.


20세기 이후 인류가 새롭게 개발한 합성화학물질들은 수십만 여종에 이르는데, 우리가 이들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노출허용기준입니다. 허용기준보다 낮으면 안전하고, 높으면 위험하고..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착각입니다. 현시점 합성화학물질들은 허용기준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호르몬 시스템은 물론이고 대사계, 면역계, 신경계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다양한 증거들이 존재하죠.


노출허용기준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개별 화학물질들이 고농도에서 보이는 독성을 막기 위해만들어진 것입니다. 오랜 세월 연구자들은 이들이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생명체에 은밀하면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오로지 고농도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관심을 두었죠. 그리고 노출허용기준으로 모든 문제가해결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이 질병을 일으키는지 알지 못한 채 과학기술문명이 가져온 물질적 풍요를 마음껏 누려왔고, 그 사이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들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 몸을완벽하게 오염시켜 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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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었던 이 거대한 missing link를 방 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라고 부르겠습니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환경호르몬? POPs? 농약? 제초제? 중금속? … 모두 이 거대한 코끼리를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며, 우리가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종류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그중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유해성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종류들도 있는데,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POPs 정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그 증거도 아주 운이 좋아야만 찾을 수 있고요.. 즉, 우리가 이 문제를 논할 때는 인체 유해성에 대한 실증적 증거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늘 <코끼리 전체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만 그나마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열한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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