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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an 06. 2025

2024 총학생회 비평

<139호 편집위원 현서

: Yours의 자리를 mine으로


안녕하세요,연세편집위원회입니다. 가을을 넘어 날이 사뭇 싸늘해지기 시작하면 수북한 낙엽과 함께 어김없이 학교를 찾아오는 것이 있죠. 바로 학내 총학생회 선거입니다. 가을 동안 이 글을 편집하며 우리는 다가올 선거를 기다렸지만, 차기 제58대 총학생회 선거는 입후보한 선거운동본부의 부재로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우리는 내년 봄에 이루어질 보궐 선거를 다시 한 번 기다리며 한 해 간의 제57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Yours의 궤적을 쫓아보려고 합니다. (또냐?) 네, 올해도 총학생회 정책 비평으로 돌아왔습니다.


매해 이루어지는 선거만큼, 또 매해 돌아오는 정책 비평도 이제 그리 놀랍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놀랍지 않은 글을 여전히 잘 적어보고 싶습니다.우리는 『연세』 137호로 올 초 겨울을 열며 선거운동본부 Yours가 제시한 캠퍼스 간 소속변경 폐지 공약의 전략적 도구화와 그것이 파생한 혐오 양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총학생회 Yours의 정책운영을 들여다보는 초점과 무게를 달리하며 더욱 깊게, 더 유쾌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우리는 총학생회가 직접 운영해온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물을 살펴보고 이들이 당선 이후까지 어떤 공약 이행을 목표하고 홍보했는지 분석합니다. 이에 제57대 총학생회장 함형진 씨를 만나 인터뷰한 바를 토대로 각 공약 및 정책과 유관한 설명을 덧붙여보았습니다. 그러니 잠시 이 지면으로부터 당신의 그 크고 투명한 눈을 떼지 말아주세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 이번 총학생회의 탄생 배경을 돌아볼까요. 지난해 12월 8일, 제57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율 50.60% 중 53.60%의 득표율로 선거운동본부 Yours(유얼스)가 또 다른 경선 후보 선거운동본부 Closer(클로저)를 제치고 당선되었습니다. 이는 개표 정족수의 미달로 인해 이틀 연장된 투표 기간 끝에 얻어낸 결과였습니다. 구체적으로 후술할 테지만, 전체 투표율과 득표율이 모두 아슬했던 당선 이후 총학생회 Yours는 숨가삐 달려왔습니다. 이들은 351일의 임기동안 무려 410개의 게시물을 작성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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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의 1년을 돌아보는 매체가 왜 하필 인스타그램이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먼저 인스타그램은 총학생회와 학생 개인을 잇는 가장 표면적인 연결고리입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그 작성부터 전달까지 오롯이 총학생회의 손을 거치기에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 원하는 시기에 학생 다수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속에서 총학생회 내부 인원은 모든 내용을 직접 다듬고 운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인스타그램에는 그들의 지향과 목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한편 인스타그램은 ‘욕망’의 공간입니다. 다수의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타인에게 가장 잘 내보이고 싶은 자신의 한 단면을 적절한 편집을 통해 자신의 계정에 게시합니다. 그 게시물은 끊임없이 쌓이고 연결되어 ‘나’의 일면을 강조하고 또 때로 과시합니다. 게시물의 축적과 연결을 통해 구성된 인스타그램 속 계정이라는 한 페이지는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집약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총학생회 Yours가 되고 싶은 ‘총학생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들은 어떤 정책적 움직임을 보였고 그 일면을 어떻게 편집해 크고 작은 게시물로 전달했을까요. 그것을 은밀히 혹은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몇 가지 지점들이 바로 인스타그램 속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솔직해지자면, 이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재밌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공유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은 우리에게 친숙하고[2],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따위를 묻는 거대한 질문보다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좀 더 가까울 것입니다.총학생회 비평을 작성하며 새로운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어떤 논의가 필요할지 거듭 고민했습니다. 공약이 성실히 이행되었는지, 학생들에게 체감된 바가 충분했는지와 같은 진지하고 중요한 질문은 이미 던져졌습니다. 공약 이행률은 총학생회의 Yours의 임기가 마무리되며 발표될 것이고[3],올해어떤 공약이 과연 학생에게 유효했는가?’를 질문하는 일은 학내언론 연세춘추가 훌륭히 맡아주었습니다.[4]그래서 연세편집위원회는 이 모든 것을 갈무리하는 지점에서 약간의 재미를 더해보고 싶었습니다.총학생회의 행보를 분석하는 방식이 반드시 근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진지합니다.인스타그램 속에서 총학생회가욕망한 무언가를 짚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총학생회의 욕망은 곧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이는 뻔함을 넘어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한 이 비평의 장이 매해 반복되고 또 매해 더욱 굳건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총학생회를 통해 학내외의 사안을 욕망합니다. 더 나은 학교에서, 더 나은 시설을 이용하고, 더 나은 음식을 섭취하고, 더 나은 제도와 수업 운영을 누리고 싶은 우리-투표 주체의 마음은 총학생회의 양분이 됩니다. 선거운동본부는 당선을 위해 우리의 욕망을 삼키고 이를 명료한 공약으로 다듬어냅니다. 욕망이 더 큰 공동의 것일수록 총학생회의 정책 방향은 그것을 닮아갈 것입니다. 당신이 바라던 학교의 모습이 총학이 구성한 그것과 어떤 지점에서 닮았고 또 다른지를 살핌으로써 우리는 학교라는 장(場)의 다음 장(章)을 어떻게 꾸릴지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3년 12월 11일 게재된 총학생회 Yours의 취임사를 시작으로, 글을 작성하는 2024년 11월 25일까지의 총학생회 계정 내 전체 인스타그램 게시물 410개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게시물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해보았습니다. 우선학생회 사업입니다. 총학생회 Yours는 학생회 내에 여러 TF를 꾸려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총선 대응 TFT부터 교육권 실천공동행동까지 각 TF가 다루는 의제는 다양합니다. 더불어 학생회 운영 및 회의를 꾸리는중앙운영위원회·확대운영위원회의 내용 공유가 있었고요. 또 의외로 총학생회 주최가 아닌타 주체의 행사 홍보글 및 학사 일정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악대동제, 정기연고전과 같은 연례행사 운영에 관한 홍보와 공지도 다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총학생회 구성원이 정책을 소개해보는 인터뷰 형식의자체컨텐츠 ‘인터뷰어스’,기업과의제휴 이벤트 홍보를 덧붙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전체 게시물 중 각 분류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을 백분율로 나타내었습니다. 통계 이미지의 경우 지면에 반영될 크기를 적절히 조절하고자 50개의 사각 칸으로 나타내었습니다. 분류기준 옆에 기재한 비율은 소수 둘째 자리까지 나타내 두었습니다. 통계값을 이미지화 하는 과정에서 백분율을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였고, 그 값을 절반으로 나누어 비율을 이미지화했습니다. 예컨대 학생회 사업의 백분율이 43.24%라면, 이를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43%) 2로 약분한 값을 이미지에 반영한 것입니다(이미지 상 21.5/50). 긴 설명보다 직접 보시면 이미지가 한 눈에 들어올 겁니다. 우선 한 번 이미지를 훑어보고, 다시 이리로 돌아와 시각화의 기준을 살펴보셔도 좋습니다.


통계 이미지의 경우 각 백분율을 반올림하는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으로 인해 총합이 49.5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는 데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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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사업 (44%)

전체 게시물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학생회 사업의 경우 총학생회가 가장 힘을 실은 것은 단연 교육·성적평가 제도 개선이었습니다. 이를 논하는 교학 협의회는 정례회(2회)·비정례회(3회)를 포함해 두 학기 간 총 5번 이루어졌습니다. 학교 측과 직접 소통한 횟수를 고려해보면 교육 정책에서의 그 시도가 생활·교통 등의 다른 정책 갈래보다도 잦은 편입니다. Yours는 이 자리에서 재수강 횟수 제한 해제, 취득학점포기제를 필두로 성적평가 방식 개선(초기 수강인원으로 성적평가), 기독교의이해&글쓰기 강의 P/NP 평가 도입, 군e-러닝 확충 등 다양한 교육 의제를 다루었습니다. Yours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졌던 두 사안을 살펴볼까요. 취득학점포기제의 경우 학점의 대외적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학생과 교수의 학업 운영 사기 저하를 우려한 학교 측의 논의로 합의가 반려되었으며, 재수강 횟수 제한의 경우 6회로 그 기준이 완화되는 확정적 이행을 학교 측과 합의(24.04.30)[5]했습니다.


이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지점은 다양한 의제에 대한 의견 및 수요 조사가 끊임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학업성취도 우수자 시상기준 개선(24.02.08), 공약 중 선호 정책(24.02.13), 교내 시설 불편사항(24.04.08), 계절학기 등록금(24.04.18), 교내 커피구독 서비스(24.05.03), 학사제도 개선(24.07.03) 우정원 후문 개방시간 연장(24.11.07) 등에 관한 의견 수합 안내가 그 사례입니다. 허나 의견 수합 이후의 관련 정책 동향이나 의견 수합 내용이 공유된 것은 계절학기 등록금 인하 합의(24.07.27)뿐이었습니다.


총학생회의 직접적인 주도 외에도 하위 TFT(Task Force Team)를 통한 정책 운영도 다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올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학생회 내 총선 대응 TFT가 조직되었고, 총선 정책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서대문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각 정당의 후보와 서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24.04.06)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외에 총학생회는 ‘교육권 실천공동행동’을 조직해 신촌역 셔틀버스 신설·마을버스의 교내 운영을 위해 서대문구청장(24.07.18)·서울특별시청 버스정책과(24.08.01) 등과의 면담 내용을 공유하였으나 학내 총무처, 서대문구청과 합동회의 예정 안내를 마지막으로 별도의 진척사항이 게시된 바는 없었습니다. 한편 이들은 국제캠퍼스 학생대표위원회와 함께 ‘국제캠퍼스를 바꾸는 사람들’ TFT를 구성하여 송도학사 통금을 전면 해제하고(24.07.22) 25-1학기부터 적용될 국제캠퍼스 심야 셔틀버스를 신설했습니다(24.11.03).


더불어 올 한 해 Yours는 자율경비의 단독 납부 기간을 폐지하고 이를 등록금 납부 기간에 동시에 납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24.11.11). 이는 내년 2학기(25-2학기)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는 ‘학생회비를 포함한 자율경비가 등록금보다 이른 시기에 납부 기간이 설정되어 있어 학생들이 인지하기 쉽지 않은 점’, ‘신입생의 경우 자율경비 선택 기간이 재학생에 비해 상당히 짧고 그 시기도 재학생의 납부기간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총학생회비 납부 홍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짚은 총학생회의 시도였습니다.


다만 내년 2학기부터 적용될 학생회비 납부 방식 개편안이 실질적인 납부율 증가를 도모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가 학생회비 납부율 증가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더라도 학생회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차기 총학생회, 그 너머로 이어질 모든 총학생회가 충분히 설명해내야 할 것입니다. 그 ‘왜’의 물음은 곧 학생회비의 쓰임으로 증명됩니다. 어디에 가장 많은 학생회비가 투입되는지, 금액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더라도 무의미한 학생회비의 지출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곧 학생회비의 가치를 정합니다. 학생회비 납부 주체인 우리는 그 쓰임이 우리에게 와닿음을 체감할 때 비로소 그것의 가치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Yours는 학생회비 납부율이 저조한 원인을 납부 방식의 한계로 살폈지만, 납부율이 저조한 기저에는 총학생회라는 학내 자치 단체의 필요성과 효능감을 무디게 느끼는 학생들의 감각, 그리고 자치에 대한 무관심이 함께 놓여있을 것입니다. 학생회비 납부율을 고민하는 데는 납부 방식의 개선과 함께 현행 학생자치의 무딘 효능감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행사 (30.48%)

통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학생회 사업 다음으로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행사 관련 공지였습니다. 총학 주최의 대규모 행사는 올 한 해 총 4가지였는데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무악대동제, 합동응원전, 정기연고전이 그것입니다. 특히 양일 간 진행되었던 대동제는 다른 외부 아티스트를 초청한 공연이 2회 이루어졌고, 연고전 전야제에서도 외부 아티스트 섭외에 기반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아티스트를 도합 3회나 초청한 대규모의 공연 기획이었던 만큼 관련한 안내와 홍보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포스터를 정사각형으로 분할해 업로드한 게시물을 연이어 올리며 총학생회 계정의 피드[6]전면을 장식하거나 영상 티저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행사 카테고리가 총학생회 전체 게시물 중 이와 같은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앞서 언급한 대규모의 홍보 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연의 비용 부담 과정은 어떠했을까요. 이에 관해 함형진 씨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천극장에서 학교 행사를 진행할 때 하루 기준 연예인 섭외비, 안전, 보험, 경호, 인력 비용을 포함해 약 1억 5천만 원이 지출되는데, 양일 진행된 대동제 공연에서는 2억을 초과하는 금액이 지출됐습니다. 그 금액의 1천만 원-2천만 원 사이의 비용이 학생회비로 지불되고요. 그 외의 금액은 교비 지원 없이 기업의 홍보 부스 운영 등 여타 광고비 전액을 비롯한 ‘기타 수익금’이 투입되는 방식으로 지불된다는 것입니다. 대규모로 이루어진 공연 운영 방식을 고려했을 때 학생회비의 지출은 총 비용의 크기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공연 활성화를 통한 학생회비 납부 유도에는 유의미한 실익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24-2학기 기준 학생회비 수입이 약 5천 8백만 원(58,090,000원)임을 전달받았습니다. 더불어 함형진 씨는 그 값이 기존의 2~5%에 머물던 근 3년 간의 2학기 학생회비 납부율을 상회하는 약 27%의 납부율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운영위원회·확대운영위원회 (10.4%)

총학생회 게시물에서 행사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중앙운영위원회·확대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확운위)의 안건과 회의록입니다. 매 해 학생회 운영의 중요한 절차적 과정임을 인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관련 안건과 회의록을 매번 꼼꼼히 읽기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현재 Yours에서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걸어둔 링크를 통해 제57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속기록 및 회의록을 공개해둔 바 있습니다.


글을 작성하는 11월 27일 기준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제20차 중운위 정기회의(24.08.12) 회의록(24.11.14)

[7]에서는총학생회 감사위원회가 설치발의가 가결된 것을 살필 수 있습니다.회의 직후 회칙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고(24.08.15)이내 회칙 개정안이 공포되었습니다(24.08.23).총학생회 감사위원회는2019년 신설된 후 별다른 활동을 도맡지 못한 채2021년에 폐지되었는데요. Yours가 이를 재도입한 목적은 학생회비 외의 총학생회의 기타 수익금(광고·홍보비 등)의 결산 심사를 가능하게 하고,회비 운영에 투명하지 못한 점이 발생할 경우 감사위원회를 통해 총학생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학생회비의 쓰임은 중운위와 확운위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나 해당 기구를 통해서는 전체 수입 중 학생회비에 대한 결산만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타 수익금’으로 통칭되는 외부 기업의 광고비 등의 쓰임을 감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수입의 범위를 보다 폭넓게 살피기 위한 조치가 감사위원회 설치였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Yours의 공약 중 하나였던 총학생회 감사위원회의 설립 동향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현재 감사위원회 설립에 관한 회칙 개정을 마치고 이의 세부적인 운영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답변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운영 지침 마련을 마무리하고 차대 학생회부터 이 감사위원회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한된 임기를 고려한 Yours의 목표인 듯 보입니다.


제휴 (10%)

중운위·확운위와 거의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시글은 제휴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동일 기업의 중복 공지를 제외하면 총학생회 Yours는 26여개의 병원 및 기업과 제휴를 맺고 그와 유관한 이벤트나 가격 할인 혜택을 홍보했습니다. 교육 기업, 패션 기업, 병원, 요식 기업, 헬스장 등 그 유형은 다양합니다. 단순 제휴 혜택 확보만이 아니라 기업 차원의 팝업스토어 운영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24-1학기 중 빙그레(24.04.03), 농심(24.04.08), 조지아(24.04.17), 코카콜라(24.06.06) 등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기업과 키엘(24.04.06), 우리카드(24.05.30) 등의 그 외 기업이 학내에서 다양한 무료 체험 행사와 상품 증정 행사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타 주체 행사·학사일정 안내 (3.9%)

또 하나의 눈여겨볼 지점은 총학생회 주관이 아닌 타 주체가 주관하는 행사 운영에 관한 홍보나 일부 학사일정이 업로드되었다는 점입니다. Yours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S/U평가제도 신청(24.05.02), 여름·겨울 계절제 수업과 관련한 안내사항(24.05.19/24.11.12)을 전달하며 5-8월 간의 학사일정 캘린더를 게시하기도 했는데요. 대학혁신지원사업단 주최의 학생 참여 프로젝트 공모전을 홍보한 것과(24.05.20) 이 외의 윤동주 제79기 추모식(24.02.13), 금호아트홀의 Y티켓(학생 할인 제도)(24.03.10) 등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확인 가능합니다.


총학생회의 인스타그램 속 타 주체의 행사 안내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를 함형진 씨와의 인터뷰에서 질문한 바 있습니다. 이에 그는 이한열, 노수석, 윤동주와 같은 연세대학교의 상징적 인물과 유관한 행사를 우선적으로 홍보하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혜택이 주어질 수 있는 외부 제휴 안내를 게시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타 주체 행사 홍보와 관련한 총학생회 내부의 지침이 존재하나 그 구체적인 기준은 매해 총학생회마다 조금씩 상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종합하며 요약해보건대 총학생회 Yours가 비춘 당신은 교육·성적 평가 제도 개선에 민감하고, 외부 아티스트 공연을 동반한 큰 규모의 행사 운영을 선호하며 건강·패션·일일 체험 등을 아우르는 여러 기업과의 제휴 혜택을 바라는 학생입니다. 총학생회의 인스타그램이 묘사한 이 욕망은 당신의 그것과 닮아있나요? 한 해 동안 당신의 욕망이 총학생회의 주도 하 특정한 방식으로 묘사되는 과정을 당신은 어떤 방식과 온도로 마주했던가요.

당신은 이 글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것들을 되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욕망이 총학생회가 중시하고자 했던 정책에 충실히 투영되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이 무수한 정책은 당신이 아닌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12월에 닿기까지 한 해 간의 당신은 학내 의제를 어떤 방식으로 마주해 왔나요? 호응, 설문 참여, 투정, 항의, 무관심 사이 그 어딘가에 놓여있을 당신과 총학생회의 맞물림으로 빚어진 이 행보를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인스타그램이라는 욕망의 우물 속에서 우리는 총학생회의 여정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우리가 의도한 것은 잘 벼린 총학생회 정책 비평을 당신에게 꽂아넣는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가 ‘당신의 것(Yours)’으로 명명한 그들의 정책과 과시가 진정 ‘나의 것(mine)’과 닮아 있었는지를 직접 살피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구성할 혹자는 교육·성적 평가 제도 개선에 호응하면서도 재수강 횟수 완화 외의 의제, 예컨대 정부의 R&D 연구 예산 삭감 문제나 공통교양 강의의 다양화에 주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막연히 학생회비 납부가 마땅히 할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납부액이 행사 주최나 간식행사라는 방식으로 환원되는 지점에 다른 대안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학내 생활 문제를 살필 때 생활관의 리모델링, 신촌역 셔틀버스 노선의 신설만큼이나 학내 쓰레기 분리배출 과정의 한계에도 관심을 갖는 혹자가 있을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설문조사 양식을 통한 단일한 방식의 의견 수렴에 한계를 느낄 수도 있고, 그 수요조사와 의견수합이 수없이 반복됨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는 한편 다채로운 제휴 및 홍보에 호응하면서도 기업의 화려한 팝업스토어에 가려진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주목하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무수한 가능성 사이 당신의 욕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가늠해 보아야 합니다. 그 욕망이 녹슬지 않도록, 그것을 우리의 장(場)에 반영하도록 당신은 꾸준히 총학생회 선거와 그들 자치활동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겨울이 지나면 곧 봄이 올 것입니다. 봄과 함께 선거는 또 한 번 찾아올 것이고, 대의기구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곁에 들어설 것입니다. 계절의 오고감과 선거의 반복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 그 당연함 속으로 자꾸만 숨겨지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고 살피는 것은 참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계절의 경계는 점점 예측할 수 없고, 선거가 거듭 무산되며 학생자치가 점차 위축되는 장면은 그 모든 당연함이 사실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경고합니다. 당연함이 쪼개어지는 불안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자치의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을 실현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린 공기가 녹을 시간 동안 이 글을 곁에 두고 당신의 욕망을 가다듬어 주세요.우리는 내년 봄에 당신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각주]

[1]임기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최소1개 이상의 게시물이 업로드된 셈입니다.

[2] 인스타그램을 일상 공유의 창구로 쓰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등 여타 모종의 이유로 이것과 당신의 심리적 거리감이 가깝지 않다면, 앞서 언급했듯 이것이 일종의 욕망 투영의 장이라는 점에 더 힘을 실어 읽어보기를 바라겠습니다.

[3] 제57대 총학생회장 함형진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답변 받은 바 있습니다.

[4] 연세춘추, 「총학생회 ‘Yours’, ‘너를 위한 연세’ 만들었나」, 2024.11.17.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1717),

연세춘추, [인포그래픽스] 57대 총학생회 ‘Yours’ 학생평가」, 2024.11.17. (https://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1724).

[5] 이하 본문 내 괄호로 게시된 날짜는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이 업로드된 날짜입니다.

[6] 인스타그램 내 게시자의 게시물을 한 눈에 모아볼 수 있는 전용 페이지.

[7] 8월에 시행된 정기회의로부터 약 3개월 이후에 회의록이 공개되며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업로드도 이때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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