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작가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이유는 모든 드라마는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 봐야 하고 드라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편으로 힐링할 수 있는 영화를 주로 본다.
하지만 드라마라도 히트작이 나오면 찾아서 보는 편이다. 드라마 히트작을 남보다 빨리 보면 트랜디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특히 젊은 세대들과 소통이 잘 되는 장점이 있다.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는중증외상센터와 눈물의 여왕이었다. 그리고 지금 장안의 화제인'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다.
주연은 아이유와 박보검이고, 연출은 김원석, 극본은 임상춘이다. 현재까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드라마 시대상이 전개되고 있다. 아이유와 박보검의 신들린 연기와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 세트, 추억의 음악, 수많은 명장면과 대사에 웃기도 하고 눈물 콧물도 흘리면서 보고 있다.
늘작가는 1965년생이고 1985학번이라서 폭싹 속았수다에서 나오는 시대 배경이 내가 살아온 시대와 똑같아서 더 공감이 간다. 내가 오애순(아이유 역)과 양관식(박보금 역)이고, 양금영(이애순 딸)이다. 금영이는 1987학번인데, 여성이지만 나의 모습이 많이 빙의되어 나타나고 있다.
늘작가도 애순이와 관식이와 비슷하게 우리나라 남쪽 바닷가 근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당시 대학까지 졸업한 인텔리셨다. 결혼 후 군청에 취직을 하여 읍내에서 살게 되었고,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서 부산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 시절(대여섯 살 ~ 초딩 2학년)이 내 인생에서 제일 잘 살았던 금수저 기간이었다.
하지만 잘 나가셨던, 아버님이 폭망하여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다시 시골을 낙향했고, 그때부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었다. 하루 세끼 밥도 잘 먹지 못했고, 고무신에 보따리에 책을 메고 학교를 다녔었다. 마을에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읍내로 아버지가 다시 나갔지만 여전히 가난해서 우리 집은 당연히 없었고 사글세 집을 전전했다. 이런 우리 집 없는 삶은 내가 대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되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대학생인 금영이가 아버지가 사주는 카지노 게임을 함께 먹는 장면이 나온다. 8화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14분 경 ~
이때 관식이네는 우리 집보다 잘 살았나 보다. 짬뽕과 카지노 게임에 탕수육까지 시켰네 ^^
딸과 함께 보고 있었는데, 이 장면이 나오자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면서....
카지노 게임
아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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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카지노 게임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생일날이나 어린이날 아니면 전교에서 1등 해야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전교권이어서 1등 하지 않으면 카지노 게임 먹을 수 없었다.^^탕수육은 졸업식이나 집에 어마한 경사가 있어야 먹을 수 있었다. 늘작가가 열심히 공부한 이유 중 하나가 카지노 게임 한 번 먹어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아버지/어머니가 카지노 게임을 사주시면서 "늘작가야 가난하다고 기죽지 말아라. 네가 공부 잘해서 SKY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아빠/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서 서울 공부시켜 주겠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자식들 서울에 유학 보내는 대학 합격 조건은 SKY + 이화여대였다)
이런 부모님의 이야기는 내가 공부를 잘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고, 지금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 집을 다시 일으킬 방법은 공부뿐이라고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보통 카지노 게임도 감지덕지였지만 진짜 먹고 싶은 카지노 게임은 '간짜장'이었다.
내가 살았던 고향의 간짜장은 이렇게 계란이 꼭 올라가야 한다. 서울에 와 중국집에 가서 제일 놀라고 실망했던 것 중의 하나가 간짜장을 시켰는데, 계란 프라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ㅎ
당시 시골 중국집에는 삼성짜장이나 삼선 짬뽕은 없었고, 간짜장은 있었다. 간짜장이 먹고 싶었지만 부모님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데, 비싼 간짜장은 차마 시킬 수가 없었다. 가끔 부모님이 "늘작가야. 간짜장 시켜줄까?"하고 물으면 "저 간짜장보다 그냥 짜장이 더 맛나요."라고 대답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중국집에 가면 그냥 카지노 게임보다는 간짜장을 자주 시킨다. 더 비싼 삼선짜장보다 나에게는 간짜장이 훨씬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다.
부모님이 사주시는 카지노 게임을 먹을 때 먹고 싶은 사이드 요리가 있었다. 탕수육이냐고? 당근 탕수육 먹고 싶었지만, 이 요리는 우리 집 경제 수준에서는 꿈도 못 꾸었다. 어렸을 때 탕수육, 팔보채, 양장피, 깐풍기 이런 것은 중국집 메뉴판에만 있는 것이었다.
내가 접근 가능한 중국집 요리는 딱 이것 하나였다.
군만두
라떼는 요즘 흔한 인스턴트 만두는 없었고,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중국집이나 포장마차 만두뿐이었다. 카지노 게임과 군만두의 조합은 어렸을 때 최고의 비싸고 맛난 음식이었다. 군만두를 '간장+식초+고춧가루 듬뿍 소스'에 찍어 먹거나, 카지노 게임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극락왕생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군만두 역시 부모님께 차마 사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군만두 한 접시 가격이 카지노 게임 한 그릇이었으니까...
나에게 군만두 추억이 하나 더 있다.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한 잔 거하게 드시고 집에 들어오실 때 가끔 검은 봉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포장마차 만두를 사가지고 오셨다. 포장마차 만두는 속에 고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당면 속이었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에게는 최고로 맛난 요리였다.
만두를 맛나게 먹는 자식들은 보면서 아버지는 이런 독백을 자주 했었다. "나 박00 죽지 않았어. 지랄하고 있네. 나 안 죽었어. 너희들 기죽지 마! " 이렇게 세상과 사람들에게 외치면서, 자식들에게 힘을 주셨다.
아버지는 당신의 외침대로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셨다....(중략)... 그런데 말년에 다시 넘어지시고 전 재산을 날리고 실의에 빠져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다행히 당신의 2남 1녀들은 사회에서 잘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당신이 날렸던 고향집도 경매로 다시 찾았다.그리고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도 남부럽지 않게 편안하게 모실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소울푸드가 있다.나에게는 카지노 게임과 군만두가 소울푸드이다.나는 지금도 카지노 게임과 만두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에 만두가 떨어지는 날은 없다. 모든 만두 다 좋아하지만 당근 지금도 중국집 군만두를 제일 좋아하고, 인스턴트 만두 중에서는 CJ 백설 납작 군만두를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구내식당에서 카지노 게임이 나오는 날이면 다른 메뉴는 쳐다보지도 않고 카지노 게임을 먹는다.^^
여러분의 소울푸드는 어떤 것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