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로 올라가는 계단이 생긴 날
나의 살던 카지노 게임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카지노 게임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월간 아동문학지 [어린이] (1926.4)
우리에게 동요로 더 유명한 이원수의 '카지노 게임의 봄'이 어딘가 현상공모에 당선된 시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장석주 시인 페이스북 담벼락을 보고 나서야 이 시가 1926년 잡지 《어린이》에서 실시한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동시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원수 선생이 1911년 생이니까 열여섯 살 때 이 시를 썼겠군요. 정말 천재의 솜씨이자 감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카지노 게임을 그리워하며 떠올리는 건 꽃, 바람, 나무 같은 자연의 존재들입니다. 인간은 유한하고 자연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뜻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야외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속에 사람이 들어오면 이상하게 지저분하게 느껴지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어제 낮 대천동 집수리 현장에 가보니 드디어 제 집필실로 올라가는 계단이 만들어졌더군요. 아내가 계단 오르내릴 때 머리 조심해야겠다고 하니 임 목수님이 "제 키가 185인데 안 부딪혔으니까 괜찮아요."라고 해서 와하 웃었습니다. 임 목수님 키가 아무리 봐도 185cm는 아니거든요. 제가 이번 주 신문 칼럼에 임 목수님 얘기 썼다는 게 기억났는지 "그 칼럼은 언제 나오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번 토요일 아침 조선일보를 보시라고 대답했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니 '어쩌다 나는 남의 카지노 게임에 와서 이렇게 집을 대대적으로 고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며칠간 있었던 갈등과 고민, 화도 떠올랐고요. 동요 '고향의 봄'엔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늘 사람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또 언제나 사람이 문제입니다. 지난주부터 어제오늘까지 집을 둘러싼 '사람의 일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합니다. 특히 성격이 급하고 직선적인 아내가 그렇습니다. 결국은 해결되거나 포기해야 할, 또는 합의점을 찾아야 할 일들이겠지만 당장은 끓는점이 각자 다 달라 속이 타고 울렁거리는 겁니다.
남의 카지노 게임을 내 고향으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너무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고요. 다만 괜찮은 사람이 이사 왔구나, 작가·기획자 부부라고 하더니 그리 잘난 척은 하지 않아서 좋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뭐 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네...... 정도로만 보이면 참 다행이겠다 생각하겠습니다. 혹시 '싸가지 없'어 보이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나 하루에 한두 번씩 돌아보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