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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Feb 21. 2025

카지노 게임 대화 중입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은퇴자입니다

요 며칠 동안 카지노 게임 대화를 하였습니다.

우연히 또 자주 마주치는 그의 그림들,

그리고 슬쩍 지나치던그의 이야기들.


그렇지만 며칠 동안은 그의 색들과 씨름을 했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그림이었는데,

그것도 캔버스에 적힌 대로 색칠하는 것뿐이었는데,

제법 시간이 흐르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하루, 이틀......

카지노 게임가 말을 거는 겁니다.

'이제 창문이 보이니?

이건 열린 창문이야.

나무가 보이지?

정말 잎이 무성하더군.'


나는 답했습니다.

'빨간 지붕이 저는 좋은데요.

언제쯤 빨간 지붕을 색칠할 수 있을까요?'

그는 말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봐,

이제 곧 빨간 지붕이 나올 거야.'


'오늘은 그만 그려야겠습니다.

등이 아파요.'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온통 그의 그림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집이, 어떤 나무가 탄생할까?

카지노 게임는 또 어떤 말을 해줄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카지노 게임와의 대화는 흥미롭기도, 우울하기도, 복잡하기도, 슬프기도, 아름답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이 집은 보일 듯 말듯한 집이야.

그래서 회색을 많이 썼어.

이젠 네가 좋아하는 강렬한 붉은색을 힘껏 칠해볼 수 있는 곳이야.

마음껏 색을 써봐.

어때?

행복하지 않아?"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신이 났던 거죠.

가슴 한 구석 어딘가에서 알지 못했던 울분이 나오는 듯했습니다.

나는 늘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감추고 싶었던 아픔과 분노가 있었나 봅니다.

그랬겠지요.

오래 살았으니까요.

눈물이 났습니다.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말했습니다.

'맨 아래 물결은 붓질을 가로로만 해야겠어요.

그래야 물결이 더 일렁일 것 같은데요!

멀리서 보면 별 차이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더 생동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봐.

그 그림은 네 것이야.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봐. 뭐가 중요하겠어. 너의 생각과 마음이 중요한 거지.'


그렇게 나는 마지막 물결에 나의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마쳤습니다.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네요.

정말 카지노 게임 대화를 나눴느냐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습니다.'라고.


이제 주위에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더해 갑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나에게도 어쩌면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에도 짧은 시간일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하고 싶은 것들.

어릴 적 잠시 화가를 꿈꾸기도 했던 소녀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환한 햇빛아래 교정에서 칸나를 그리던 소녀가 보입니다.

5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이제야 생각 난 내가 좋아했던 그림들.

문득 주워 든 물감으로 색칠을 하다 보니

교복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얼굴이 하얀 그 소녀가보였고요.

뭐에 그리 빠졌는지 세상 진지한 그 소녀의 표정이 우습습니다.

그리고 그 뒤의 세상은 별 기억이 없답니다. 그 소녀에겐.

슬픕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기억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카지노 게임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 줬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며칠 동안 카지노 게임의 대화는 참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그림을 보며 매일매일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이제는 누구와 카지노 게임를 해 볼까요?

이번에도 그가 말을 걸어줄지 궁금하긴 합니다.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카지노 게임가 도와준 것 맞겠죠?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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