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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재 Dec 11. 2024

이별의 뒷면

1.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낮이고 밤이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때문에 새벽마다 잠에서 깨는 일들이 반복됐다. 내가 그들에게 왜 그렇게 우는 것이냐며 물어봐도 대답해 줄 리가 없었다.동이 트기 전 어김없이 시작된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형제들은 어떻게 이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다.멍하니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발견한 엄마는 내게 다가와 말해주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란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을 듣고 사랑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먹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장난감인지.

그게 무엇이라 할지라도 남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어서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해 못 하는 표정을 짓자 엄마는 내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미소를 지었다.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얼마나 넓고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에겐 형제들과 매일 뒤엉켜 놀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장마가 시작되자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아니, 빗소리에 묻혀서일지도 모른다. 하늘에선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큰소리가 울릴 때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무서웠지만 이내 품에 안겨있다 보면 그런 감정은 사라지는 듯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이었다.눈을 뜨자 주변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유일하게 보일뿐 다른 형제들은 보이지 않았다.어디로 간 것인지 물어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먼발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를 두고 어딜 놀러 간 것인가 싶어 따라 나가려 문 앞으로 다가갔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나를 제자리에 옮겨놓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궁금증이 가득하던 오전을 보내고 점심이 됐음에도 여전히 형제들은 돌아오지 않았다.처음엔 그저 놀러 간 것이라 여기며 부러웠던 마음은 점차 두려움으로 변해갔다.다시는 형제들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날 밤이 돼서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입을 때고 말을 했다.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그럼, 그랬을 거야."

왜 내가 잠든 사이에 좋은 곳으로 가게 된 것인지 모두가 떠난 자리에 왜 나만 남겨진 것인지 엄마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형제들보다 체구가 작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잠든 사이에 궁금한 게 많아 눈을 떴고 앞다투어 식사를 할 때 그저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나보다 덩치가 커져갔음에도 그래서 늘 힘싸움에서 밀렸지만 덕분에 나를 더 챙겨주는 엄마의 모습에 그런 보살핌이 좋아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약해서 나만 빼고 모두 좋은 곳으로 갔다고 생각 하자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그렇더라도 나도 함께 보내줬어야 하지 않았냐고 나만 남겨두고 어떻게 모두 좋은 곳으로 놀러 갔을 수가 있냐고. 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려는 순간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묻지 않았고 엄마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나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아주었다. 품 안에서 나는 어서 형제들이 돌아오길 바라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잠에 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뜨고 말았다. 눈을 비비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형제들이 나타난 게 보였다. 나를 두고 어딜 다녀왔냐며 물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또 한 번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다른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각자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심술이 났다. 왜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지, 그러다 이렇게 화만 내서는 나를 두고 갈 것 같아 겁이 났다. 괜찮았다고 나도 엄마랑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다음엔 내가 자고 있으면 깨워서 꼭 데려가달라고 말했다. 형제들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분명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상하게도 정작 마주한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혹시나 말을 듣지 않을까 봐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나는 내가 더 말을 잘 듣고 귀찮은 심부름도 하겠다면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형제들은 그제야 나를 바라봤다.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좋다는 말이 들려올까 기대하는 순간 나의 몸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좌우로 중심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는 사이 눈을 떴다. 형제들은 사라졌고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자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깥은 어두웠고아직 밤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다급히 나를 잠에서 깨우려고 애썼다.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으니 조금 더 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일어나보라며 아니,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감기던 눈이 떠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바라봤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지금부터 자신이 하는 말을 잘 들으라며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 사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이제 평생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형제들도 그렇겠지."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눈이 커지고 말았다. 형제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도 무서웠지만 무엇보다 엄마를 평생 만날 수 없다니 내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겁을 주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면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엄마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분위기를 바꿔보려 엄마에게 다가가 볼을 비비며 말을 안 들어도 그렇지슨 장난을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말해보았지만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지그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잘 들어. 세상이란 말이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해서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하기도 해.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렴. 이별의 뒷면엔 새로운 인연이 존재하기도 하니까.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말이 이해되지 않고 어쩌면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늘 씩씩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건강하고 멋진 어른이 되면 좋겠어." 말을 들으면서도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아무런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사이 바깥에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내 점점 목소리는 가까워져 가더니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갑자기 나를 번쩍 안아 들어 올렸다. 놀란 마음에 소리쳤지만 나를 다신 내려둘 것 같지는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바라봤다.엄마는 마치 이 순간을 예감이라도 한 듯이 그저 가만히 나를 응시할 뿐이다.나는 엄마를 불렀다. 부르고 또 불렀다. 우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불렀다. 종이상자에 집어넣어 진 채로 주변을 살폈다.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장난이라고 여겼던 말들이 사실이 될까 봐무섭고 두려웠다. 나를 태운트럭은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갔다. 이십여분을 갔을까,트럭이 멈추고 이윽고 차의 문이 열렸다. 남자는 상자에서 나를 번쩍 들어 올려 꺼냈다. 헤어지며 쉴 새 없이 소리를 치느라 힘이 없었다. 가만히 위를 올려다보자남자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나를 헤어지게 만들어놓고 뭐가 좋다고 웃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인지 형제들도 이렇게 흩어졌을지 궁금함이 밀려들었다. 품에 안긴 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개울가 주변으로 집들이 모여 있다.골목의 끝에 다다르자 대문이 없는 집 하나가 나타났다. 남자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없었지만 익숙하게마루에 앉더니 나를 내려놓는다.잠시 후 방문을 열고 한 소년이 나타났다.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시장에 나물 팔러 가셨어요."

"그럼오시면 감나무집아저씨가약속대로강아지한 마리데리고왔다고말씀드려."

남자는 자신의 일을 다했다는 듯 소년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떠나기 전

"잘 살아라. 오래오래 건강히, "

또 한 번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봤다. 가족과 헤어지게 만들어놓고 잘 살아라고 말하는 남자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남자가 떠나자 소년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낯선 손길이 나에게 닿자나도 모르게 몸을 떨고 말았다.소년은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안심시키려 애쓰는 것 같았다. 조금 진정이 되자"네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김주호. 아빠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셨는데 얼마 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한 상태야.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빠가 깨어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그랬어. 할머니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어. 나도 슬펐는데 나까지 울 수는 없었어. 그럼 할머니가 더 슬퍼할 것 같았거든. 네가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사 선생님은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인 거잖아.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우리 아빠는 정말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나를 낳다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들었어. 아빠가 그랬거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몸이 약해 아이를 낳기 힘들어서 두 분 다 아이를 낳을 생각을 안 했는데 내가 두 분에게 찾아온 거야. 아빠는 나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중요하다고 여겼으니까. 다른 선택을 하자고 권유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완강한 태도에 아빠가 결국 지고 말았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 테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실제로 만나본 적은없지만온라인 카지노 게임와나는열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함께했던 사이였으니까.우린 그 어떤누구보다가까운사이었을 거야 그렇겠지? 내 이야기만 늘어놓았구나. 다 알아 너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이별을 했지? 그래서 낯설고 무서워서 떨고 있는 거잖아. 그렇지만 정말 나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니까. 앞으로 우리 잘 지내보자."소년의 말을 듣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헤어지던 순간이 다시금 떠올랐다.

"잘 들어. 세상이란 말이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해서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하기도 해.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렴. 이별의 뒷면엔 새로운 인연이 존재하기도 하니까. 지금은 물론 엄마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씩씩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멋진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어." 소년을 올려다보며어쩌면 소년과 나의 처지는 다를 게 없어 보였다.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했다는 점에서.

" 아빠가 이번 공사만 잘 끝내면 할머니와 함께 야구장에 가자고 그랬는데 지키지 못하게 됐어. 그래서 아쉽고 속상해. 아빠도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어. 가 야구를 좋아하거든.그런데 진짜 네 이름은 뭐니?"

처음 보는소년은내게자신의이야기를막힘없이 늘어놓았다.결국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는 것일 뿐이지만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기다렸다는 듯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그런데나의이름이있었던가,그냥백구였던같은데형제들의 이름도모두백구우리는그저같은이름 뒤에 숫자가 붙어있었던 것 같다. 한 번도 나를 부르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자신만의 이름이 있다는 건 좋은 걸까.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소년은"고사리 곶감 가래떡으로 이름을 지으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야."나의 이름을 무엇으로 부른다 하더라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불리는 이름을 어느새 받아들이고 익숙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 같다. 무엇이 좋을까 하며 툭툭 꺼내더니 뭐가 즐거운지 혼자서 웃어 보인다. 소년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이 소년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내게 말해주었던 이별의 뒷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인연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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