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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Mar 14. 2025

편카지노 게임, 그리고 다양카지노 게임 먹어보기

도쿄 기바역 <가카지노 게임(ガスト)

한때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현듯 찾아온 유행 덕분에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찾아가서 당시로서는 새로우면서도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러 많이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생겼던 패밀리 레스토랑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조금 덜 유명한, 다시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코코스나 <스카이락 같은 레스토랑이 그곳이다. 여기에는 비록 많이 가본 것은 아니었음에도, 행여 길을 걷다 만나게 될 때면 어릴 적 부모님과 갔던 추억 같은 오래 된 기억이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한국에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이따금 내 기억 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는 추억 속 공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일본 드라마인 <브러시 업 라이프에서 <코코스와 비슷한 분위기의 패밀리 레스토랑인 <가스토(ガスト)가 나오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여기에 더해 나중에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저 레스토랑에도 한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인데, 마침 이번 도쿄 여행에서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전시가 열리는 도쿄도 현대미술관 근처에 바로 그곳, <가스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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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도 어둡다 싶을 정도로 흐리다가 급기야 눈 섞인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전시를 보느라 몸도 정신도 지친 와중에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차가운 비바람에 시달려야만 했던 것이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아니면 주택가라 그런지 주변에는 인적도 드물다.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고 으슬으슬 춥기까지 하다. 그 상태로도 한편으로는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여기에 속하지 않은 여행자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미술관 근처에 미리 찾아둔 <가스토에 도착하자마자,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판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는 태블릿과 종이, 두 가지 메뉴판이 놓여 있었다. 어느 쪽이든 상당히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뭘 먹을지 고민하느라 한참을 들여다 보아야만 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평일 세트메뉴'! 평일 한정 10시 30분 이후부터 폐점까지, 가격은 단돈 990엔! 전채음식이든 본음식이든 에피타이저든 상관 없이 30종류 중에서 세 가지 메뉴를 고를 수 있고, 여기에 그날의 수프와 드링크까지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 이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단 우리의 주문은 평일 세트메뉴 2인으로 결정하고, 이제 그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여러가지 메뉴를 부랴부랴 선택해서 주문했다. 덕분에 두 명이서 각기 다른 메뉴 6가지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편안했던 점은 바로 한국어/영어 등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태블릿으로 주문하고, 음식까지도 로봇서버가 가져다 준다는 점이었다. 현지인과의 대화가 어려운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누군가와 어렵게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어쩌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계산할 때도 키오스크로 쉽게 할 수 있었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수프와 음료를 가져다 먹기 위해 드링크바로 가 보니, 음료 종류도 대략 20-30가지 정도 준비되어 있다. 오늘 준비된 수프는 옥수수 콘소메로 보이는 맑은 국물 수프였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굳어버린 몸을 녹여주는 온기가 기뻤고, 맛도 깔끔하고 정갈한 편이어서 식전에 위장을 준비시키기에도 적당했다. 수프와 음료를 먹고 있으니 금세 고양이를 닮은 로봇이 주문한 메뉴들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음식들이 작은 접시에 담겨 나와서 '이걸 먹고 배가 부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먹다 보니 이내 '이걸로 이미 충분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맛의 측면에서도 우리가 주문한 6가지 메뉴들은 '엄청 맛있다.'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누구나 좋아할 정도의 평균적인 수준 이상으로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갓 튀긴 가라아게와 철판에 나온 닭고기 구이, 그리고 쫄깃한 면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던 명란크림 파스타가 내 입맛에 잘 맞았다. 처음 가 본 식당에서 여러가지 메뉴들을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식사 후에는 커피(블랙 커피는 로부스타처럼 쓴맛이 강하게 났다.)나 달콤한 음료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런 가게가 동네에 있다면 가족들이나 아니면 친구들과 들러서 편안하게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러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식사 후에는 녹아내린 몸이 노곤노곤해지는 바람에 숙소까지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궂은 날씨에도 정말 좋은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Gusto"를 '가카지노 게임'라고 표기한 걸까?)




- 가카지노 게임(ガスト)

2 Chome-2-31 Sengoku, Koto City, Tokyo 135-0015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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