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역사란 과거에 정신이상의 징후로 여겨지던 일들을 평범한 사람들이 하기 시작한 이야기”라고 리베카 터허스더브로는 말했다. 리베카는 1980년대에 전 세계를 휩쓴 소니 워크맨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책 ‘퍼스널 스테레오’의 저자다. 이어폰을 끼거나 헤드폰을 쓰고 거리를 걷는 행위는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의 너무도 당연한 일상. 하지만 40여 년 전 그것은 소수만이 향유하던 ‘신기한(때론 정신이상의 징후로 여겨지던) 행위’였다. 그 시절 워크맨을 연결한 이어폰/헤드폰을 귀에 가져가면 세상이 단절됐다. 대신 음악이 나왔다. 온통 음악으로 채워진 나만의 세상이 펼쳐진 그 경험은 20세기 현대인에게 잊지 못할 각성이었다. 워크맨은 그렇게 시각과 청각을 분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부터 감각적 규범의 일탈”로써 사람들에게 초현실적 경험을 안겨주었다. 리베카는 그런 워크맨이 공상을 위한 기계였다고 썼다. 그리고 옛사람들은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등하굣길, 출퇴근길에서 황홀경을 맛보았다. 개인주의와 자유로움의 가치가 충돌하리만치 사회적 현상이었던 워크맨. 워크맨으로 음악은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워크맨은 귀로만 소유한 나만의 세계였다. 이제 음악은 들리는 것을 넘어 보이길 원했다. 눈으로도 소유할 수 있는 음악을 위해 같은 시대에 MTV가 등장했다. MTV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상상하던 이미지를 직접 제시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진화, 또는 듣고 보는 음악 시대의 서막이었다. 하지만 어디에서건, 무엇을 하면서건 즐길 수 있었던 워크맨과 달리 MTV는 집처럼 고정된 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다. MTV의 뮤직비디오들은 음악으로 공상하던 자유는 물론 그 자유의 공간마저 한 곳에 결박시킨 것이다. 결국 20여 년 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음악과 영상은 공간은 물론 시간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 특히 하드웨어의 해방을 담보한 소프트웨어의 질적 성장은 보다 괄목할 만한 것이었으니, 이후 20년 가까이가 흐를 때까지 그것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미학적인 발전을 거쳐 팝 팬들의 일상이 된다. 바로 케이팝 뮤비다.
얼마 전 RM의 솔로 2집 타이틀곡 ‘LOST!’ 뮤비가 50년 역사의 영국 광고 시상식인 애로우 어워즈(The British Arrows Awards)에서 뮤직비디오 부문 동상을 받았다. 비슷한 때 RM의 소속팀인 BTS의 ‘피 땀 눈물’ 뮤비는 10억 뷰를 돌파했다. BTS의 뮤비 10억 뷰 돌파는 이번이 여덟 번째다. 이처럼 케이팝은 언젠가부터 음악과 영상, 춤과 패션을 포괄하는 토털 ‘아트’로서 세계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 아트의 최전선엔 뮤직비디오가 있다. 이제 카지노 게임의 예술성은 그룹의 음악성과 같은 권위를 누린다. 스트리밍 횟수와 뮤비 조회수가 해당 그룹의 인기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케이팝을 전방위에서 파헤친 책 ‘K-POP 원론’을 쓴 일본 작가 노마 히데키. 언어학자이자 미술가이기도 한 그는 ‘피 땀 눈물’의 카지노 게임를 스토리라인을 탑재한 한 편의 단편영화로 보았다. 노마는 이 영상에 “조형”이라는 말을 붙였다. 영상 속에서 가사와 음악, 소리와 빛이 혼연일체로 변용해 나간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 카지노 게임를 “케이팝 뮤비가 이루어 낸 하나의 금자탑”이라고 극찬했다.
노마 히데키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언급하며 케이팝 카지노 게임의 보편적인 특징을 다음 여덟 가지로 꼽았다.
비획일적인 집단성
멀티에스닉(다민족, 다민속, 다문화)
눈부시게 다양한 패션
완성도 높은 노래와 랩
절묘한 카메라 워크와 영상 편집
섬세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영상
고도로 통제된 색채와 변화
빠른 속도로 변용되는 완성미 있는 영상 조형
요컨대고속으로변용하는“다원적브리콜라주(bricolage, 긁어모아스스로만든다는뜻)”가케이팝카지노 게임라고노마는진단했다. 그는그래서아이돌그룹들이입버릇처럼내세우는세계‘관’보단세계‘상’이케이팝에더어울리는수식어라고말한다. 해외매체‘미디엄(medium.com)’도노마와비슷한관점에서, 다만보다원론적으로케이팝카지노 게임를정의내렸다. 미디엄은케이팝에서카지노 게임의역할은단순히곡을보조하는것뿐아니라“그룹의콘셉트를시각적으로확장하고멤버들의재능과외모를보여주는동시에, 가장중요한안무를담아내는등장르고유의삼박자를완성하는것”이라며결국“비주얼이우선이고내러티브가다음이라는기본원칙에따라눈을즐겁게하는것이목적”이라고케이팝카지노 게임의가치를읽어냈다. 당장영상음악시대를예고한버글스의‘Video Killed the Radio Star’ 카지노 게임와드림캐쳐의‘MAISON’을비교해보라. 이는메리언C. 쿠퍼의1933년작‘킹콩’과피터잭슨의‘킹콩’(2005) 만큼의격차를느끼게한다. 카지노 게임의역사도끝내는‘기술의역사’였던셈이다.
노마는 그래서 ‘랩넷(LAVnet)’ 시대의 케이팝을 강조한다. 언어(Language), 오디오(Audio), 비주얼(Visual)을 어우른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론 목소리와 말, 소리와 빛, 그리고 신체성이다. 여기서 신체성이란 공생하고 공유되는 춤이다(노마는 BTS의 ‘We Are Bulletproof Pt.2’ 뮤비 중 3분 34초 인근의 발소리에서 그 신체성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압도적인 신체성”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칼 군무’다. 칼 군무는 카지노 게임를 통해 생명을 얻고 전 세계로 케이팝의 가지를 친다. 틴탑의 ‘미치겠어’와 ‘재밌어?’ 사이 몇 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룬 칼 군무. 그 성장의 정점은 역시 엑소의 ‘으르렁’ 뮤비였다.
케이팝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신체성’을 음악에 융합해 ‘케이팝 뮤비 아트’라는 형태로 강력하게 진화했다
노마 히데키
그런 케이팝 성장의 근저엔 유튜브가 있다. ‘강남스타일’의 55억 뷰가 증명하듯 유튜브는 케이팝의 날개다. 하나 케이팝 뮤비는 뮤비 하나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머지않아 댄스 동영상, 콘서트 동영상, 무대 동영상, 리액션 동영상, 2차 파생 동영상까지 각종 서브 동영상들로 파생한다. 거기엔 노마가 “케이팝의 보물 같은 동영상”이라고 평가한 에스파의 ‘Savage’ 카메라워크 가이드 버전도 있다. 이것들은 국경을 넘어 연결되고 다양한 인종과 세대에 걸쳐 반응한다. 유튜브 뮤비 영상 아래 흔히 달리는 댓글(“2025년에도 보는 사람?”)은 이 파생과 연결, 반응의 깜찍한 안부 인사다. 카지노 게임의 변종으론, 뮤비 속에 남겨진 “내러티브의 빈틈”을 확장하는 ‘팬 픽션’도 있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뮤비가 물어오면 팬들이 자신들만의 상상력으로 기존 뮤비에 이야기를 덧대는 것이다. 심지어 보아의 ‘그런 너 (Disturbance)’ 뮤비는 해피엔딩과 슬픈 엔딩을 팬들 스스로 고를 수 있게까지 했다. 이처럼 케이팝 뮤비는 일방적이었던 20세기 MTV 영상과 달리 쌍방향이고 다방향이며, 수동보단 능동을 지향한다.
“다층의 멀티 트랙 영화” 같은 압축적 서사로 무장한 케이팝 뮤비들에선 카메라도 춤을 추고 소품들과 배경도 춤을 춘다. 노마는 그 예로 걸스데이의 ‘기대해’나 세븐틴의 ‘VERY NICE’에 나오는 멜빵, B.A.P의 ‘Fight for Freedom’에 등장하는 스프레이 캔을 주목했다. 또 소녀시대의 ‘Love & Girls Dance ver.’에서 천 명 이상 여성들이 연출한 집단 댄스 역시 예로서 족하다. 거기에선 카메라와 소품, 배경, 멤버들의 표정까지 음악과 함께 흐르고 또 흔들린다. 노마는 4세대 걸그룹의 포효, 예컨대 에버글로우의 ‘First’에 담긴 힘과 열량, 밀도와 속도감을 말하며 그 들뜬 분위기가 계속 진화해나가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노마 히데키는 아이돌이라는 낡은 테두리와 편견을 지우고 이제 그들을 ‘아티스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투쟁과 축제, 좌절과 위로를 A부터 Z까지 모두 담은” 케이팝 뮤비는 21세기형 지구 공유 오페라, 21세기의 종합예술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엔하이픈의 노래 ‘ParadoXXX Invasion’의 가사를 빌리면 그것은 “무질서가 아닌 새 시대의 논리”다. 이로써 음악을 주로 다루는 ‘케이팝 평론가’들은 공부할 게 많아졌다. 원어스의 ‘가자 (LIT)’나 ‘쉽게 쓰여진 노래’를 비평할 때 챙겨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 비트, 멜로디, 가사 등 고유의 평가 영역들을 지나 크리에이터들의 치밀한 사전 논의에 기반한 CG, 안무, 의상, 메이크업의 미학이 음악과 어떤 접점을 이루는지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케이팝 뮤비들이 그걸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