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사전 카지노 게임지를 받아보았다. 카지노 게임지 속에는 우리가 답해야 하는 카지노 게임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이름이 왜 스투키(운영하는 사무소 이름)냐는 카지노 게임부터, 우리의 꿈이 무엇이냐는 카지노 게임까지. 단순히 생각하면 인터뷰이로서 카지노 게임에 대해 솔직히 대답만 하면 되는 것인데, 사전 카지노 게임지를 앞에 놓아두고 파트너와 나는 어떤 대답이 좋을 것인지에 대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어야만 했다. 우리의 고민은 우리가 받은 카지노 게임들이 의미가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어쩌면 당연한 말이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다시금 첫 번째 카지노 게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두 시간 정도의 인터뷰가 끝나고 난 후에 파트너와 나는 카지노 게임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한 것이 맞을까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들이었나, 똑같은 이야기들만 반복한 것이 아닌가. 대단하고 있어 보이는 답변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읽기에 좋은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풀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이야기꾼은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우리에 대한 이야기만 왕창 하려니 인터뷰 후엔 진이 다 빠졌다. 대답을 하는 것도 에너지 소비가 많이 필요한 일이다. 내향인에겐 어렵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부터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 어려워했다. 카지노 게임이 호의로부터 시작되어 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더라도 나는 빤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하면 쑥스럽고 부끄러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관심을 받으면 햇빛을 받는 식물처럼 맑게 피어오르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을 받아 간직했다가, 준비가 되면 대답을 바다에 쪽지를 띄우듯이 보내주고 싶었다. 대면하고 있는 자리에서 바로 대답을 해야 하는 카지노 게임들은 뜨거운 공 같아서, 받자마자 어디론가 내려놓고 싶은 마음부터 든다. 지금에야 담담한 어른처럼 굴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다. 아니, 유튜브를 보면 (인터뷰 형식의 영상을 즐겨 봄.) 다들 카지노 게임도 잘하고 답변도 잘하던데,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따지자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카지노 게임을 던지는 역할을 더 많이 맡아왔기 때문에 묻는 편이 더 익숙하다. 왜 이 건물을 짓고 싶은지, 어떻게 짓고 싶은지, A가 더 좋은지, 아니면 B가 더 좋은지.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협력업체에게도 언제나 물음표를 던지는 메일을 보냈다.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지,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좋은 카지노 게임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