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시는 길뿐이다.”
커피 생두를 직접 볶아본 경험이 있거나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카지노 게임와 마타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나 또한 교양서나 블로그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고, 손님이나 지인들과 커피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도 자주 인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커피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커피 로스팅이나 추출, 향미에 대한 나름의 관점이 생기는 데 반해 이상하게도 카지노 게임와 마타리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카지노 게임가 마타리를 즐겨 마셨다는 증거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오히려 아닐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카지노 게임가 남긴 편지 어디에도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셨다는 말은 없습니다. 커피에 관해서는 동생 테오에게 커피 한잔하러 오라고 했던 것과 먹을 게 없어서 나흘 동안 커피와 빵만 먹었다는 내용이 거의 전부입니다. 커피에 대한 인상적인 문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유럽의 커피 역사를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17세기 예멘의 모카 항에서 유럽으로 커피 수출이 시작된 후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 커피 하우스가 성업했습니다. 유럽 전역에 커피 문화가 확산하자 18세기 초에는 자바(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된 커피가 유럽으로 공급되었고, 뒤이어 브라질에서도 대규모로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지노 게임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의 커피가 이미 유럽에 공급되고 있었으니 카지노 게임가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멘 모카 마타리는 카지노 게임의 커피가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인지 몰라도 카지노 게임와 예멘 모카 마타리를 처음으로 연결 지어 말한 사람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커피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입니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카지노 게임를 만나게 됩니다. 학창 시절 나는 카지노 게임가 심각한 정신병자인 줄만 알았습니다. 정상이 아니라서 쳐다보는 사람의 눈을 뱅뱅 돌게 하는 특이한 그림을 그리는 이상한 화가로 그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카지노 게임의 편지를 엮은 책을 읽은 후 그의 그림이 정신병에 의해 아무렇게나 쓱쓱 그려진 것이 아니라 힘든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색을 탐구하고 무수히 많은 습작을 통해 만들어진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동생에게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돈을 보내 달라는 글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가 겪어야 했던 가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동생을 사랑하고,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사람, 감정에 솔직했던 사람,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열심히 노력했던 사람으로 나는 카지노 게임를 기억합니다.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카지노 게임의 삶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적어도 카지노 게임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게 화가이기 이전에 훌륭한 철학자이고 인문학자입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와 함께 세계 3대 커피 중의 하나로 불리는 예멘 모카 마타리(Yemen Mocha Mattari)는 예멘의 바니 마타르(Bani Mattar)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예멘의 모카(Mocha) 항구를 통해 수출되는 커피를 모카커피(Mocha Coffee)라고 불러왔는데 그 커피들이 초콜릿 향미가 뛰어나서 모카라는 단어는 ‘초콜릿 향미’라는 의미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예멘의 커피는 마타리(Mattari), 샤르키(Sharki), 사나니(Sanani) 등 주로 생산 지역의 이름을 부여합니다. 농부들은 손으로 일일이 딴 커피 열매를 지붕(Rooftop)에서 말리는데 통기가 원활하지 않아 흙냄새가 배거나 과발효가 되기도 합니다. 가공 방식이 낙후되어 건조 과정에서 커피가 가진 고유의 향미를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순도 높고 풍부한 꽃향기나 상큼한 과일의 신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로스터의 관점에서 신맛에 중점을 둔 약한 로스팅은 권하지 않습니다. 흙냄새(Earthy)나 건초 냄새(Hay)가 도드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쓴맛을 강조할 게 아니라면 휴지기의 끝이나 2차 크랙 시작 지점인 220℃ 정도까지 로스팅하는 것을 권합니다. 은은한 과일 향기, 숙성된 와인 향기, 초콜릿의 쓰고 단맛, 빵의 고소함을 느끼기에 가장 적절한 포인트입니다.
글을 쓰기 전, 내가 모르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오랜만에 카지노 게임와 마타리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는데 둘의 관계에 의혹을 품고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블로거들만 더 늘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만 카지노 게임를 커피 역사에서 놓아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누가 카지노 게임와 예멘 모카 마타리에 관해 물어오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냥 웃습니다. 커피를 늘 가까이하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견해를 말해야 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냥 웃기만 할 것 같습니다. 혼자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격이나 명성에 의지하여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의 감각으로 온전히 느껴보기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커피라서 특별한 게 아니라 아마도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이런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