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신변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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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Mar 11. 2025

카지노 게임 바꾸는 법

노력과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믿음


새싹이 힘차게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봄, 내 머리에도 부지런히 뭐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세수카지노 게임 거울을 보다가 손가락 한 마디 높이로 가지런히 돋아난 흰머리가 보였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미용실을 예약했다. 보습크림과 선크림만 겨우 바를 만큼 화장도 안 하는 얼굴에 흰머리까지 눈에 들어오면 초라해 보였다. 매일 색조 화장은 못하더라도 두 달에 한 번 뿌리 염색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 떤다.

며칠 후 예약 시간에 맞춰 미용실에 갔다. 내가 벗어 건넨 겉옷을 받아 든 미용사가 ‘늘 하던 대로 하시죠?’라고 물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짙은 갈색 뿌리 염색 후 클리닉 케어. 약 두 시간이 흐르면 제법 사람 같은 몰골로 다시 태어난다. 이번에는 겨우내 길었던 단발머리도 턱 라인에 맞춰 깡총하게 잘랐다. 자른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마무리 드라이를 하던 미용사가 물었다.


”카지노 게임는 이 방향 맞으시죠? “


가르마...? 가르마...! 앞머리 없는 짧은 단발이다 보니 딱히 카지노 게임 일부러 탄다기보다는 머리카락이 흐르는 대로 두는 편이다. 위치를 굳이 따지자면 오른쪽 눈썹 앞머리 지점을 기준으로 희미하게 가르마가 생겼다. 정중앙 카지노 게임 타자니 여자 최양락 같고, 한쪽에 치우친 단발을 하자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서양 배우처럼 멋 부린(?) 느낌이었다. 머리 손질하는 재주도 없는 똥 손이라 어쩔 줄 몰라 그냥 두고 살았다. 전문가에게 물어볼 기회다 싶어 냉큼 질문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얼굴형에 어울리는 카지노 게임가 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뭔가 안 어울리고 늘 이 상태로 돌아오더라고요. “


이 미용사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가르마 질문을 한 적은 처음이다. 내 질문에 미용사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말은 안 했지만 ’매번 별말 없던 카지노 게임 왜 지금에서야 얘기하는 거야?‘라는 의아한 눈빛이었다. 미용사는 당혹감을 프로페셔널하게 감추고 단골손님의 허튼소리에 능숙하게 답했다.


“음... 가르마를 바꾸려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해요. 원하는 방향으로 머릿결이 넘어가도록 고정도 하고, 드라이도 하고 꾸준히 신경 써야 해요.”


처음 듣는 신박한 방법은 아니었다. 가르마를 바꾸고 싶어 찾아봤던 많은 방법을 읊고 있었다. 문제는 인내심이었다. 며칠 노력하고 금세 포기하고 원래 가르마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십수 년째 같은 방향으로 굳어진 가르마를 단 며칠의 시도로 바뀌길 바라는 양심 불량이 바로 나였다. 노력은 하기 싫고 결과만 쉽게 얻고 싶은 몰염치의 아이콘이 된 거 같아 혼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미용사가 마무리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거울 속 내 모습에서 가르마 바꾸기처럼 몇 번 시도하고 나랑 안 맞다고 고개를 돌려 지나쳐 버린 것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내 키는 생각도 안 하고 유행이라고 샀다가 쌀 포대 뒤집어쓴 것 같은 꼴에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 박제된 카나리아 색 롱 코트, 구두 매장을 다 뒤져 까탈을 부린 끝에 고르고도 막상 신고 나가 보니 어울리지 않고 불편해 신발장에 처박아 둔 하이힐, 몇 번 만나 보니 묘하게 어긋나는 시선과 대화가 뚝뚝 끊기던 사람,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단점만 눈에 크게 들어와 스스로 손을 놓아 버린 도전, 전력을 다해도 될까? 말까?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에 가득 차 주저하며 발을 내디뎠던 시도 등등 고작 몇 번 간 보기 정도하고 나와 어울리지 않아! 땅땅땅 도장을 찍어버렸다. 도전에 의의를 두고 경험치가 올라간 것에 만족했다. 딱 겉핥기 정도의 ‘앎‘은 완전히 모르는 것도 그렇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었다. 내 인생 대부분이 그랬다.


가르마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노력하면 바뀐다. 내게 잘 어울리는 가르마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는 수밖에 없다.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때까지 계속 변화를 줘야 한다. 단번에 가르마를 바꾸기는 겁이 났다. 대신 옆머리를 앞머리처럼 흐르도록 가볍게 숱을 쳐 자르는 식으로 타협하고 머리를 맡겼다. 통으로 넘길 때보다 가볍게 가르마 방향이 바뀌었다. 완성된 머리를 보니 답답하게 보였던 단발에서 살짝 숨통이 트였다. 안 해 보던 스타일이라 당장은 좀 어색하지만,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모든 건 노력과 시간이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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