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무료 카지노 게임 될 수 없어도 덜 유해한 무료 카지노 게임 되고 싶어서
장바구니를 펼치면 한숨부터 나온다. 김밥이 먹고 싶어 장을 봐왔다. 당근, 달걀 같은 주방 상비 재료들은 있으니 단무지, 깡통 햄, 어묵, 맛살, 김을 샀다. 장바구니에서 꺼내 껍질과 포장을 벗기는데 김밥 만들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쓰레기가 쌓였다. 달걀이나 당근 껍질 같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는 비교적 덜 해로운 쓰레기는 한 줌 정도. 언제 썩을지 알 수도 없는 각종 상품의 비닐 포장과 캔까지... 겨우 김밥 4줄 만드는데 쓰레기가 한 짐이다. 물론 다른 음식들로 재탄생할 남은 재료가 더 많지만 현대 사회를 살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생긴다.
쓰레기를 만드는 게 내키지 않아 배달 음식은 거의 시켜 먹지 않는다. 포장을 벗기다 먹을 음식량보다 많은 쓰레기가 쌓이는 걸 보면 현타가 와서 입맛이 뚝 떨어졌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도 챙겨 다니고, 한 번 쓴 깨끗한 비닐은 또 쓰기도 하는 등 쓰레기가 덜 생기는 방식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만큼 확 줄어들진 않는다. 김밥을 먹기도 전에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다가 진이 빠져 잠시 멍을 때리며 생각했다.
이 쓰레기 덩어리들... 꼭 나 같네.
쓰레기뿐만 아니다. 무해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유해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살았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점점 ‘해로운 인간’이 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산책하다 무심코 작은 벌레를 밟아 죽인 일부터 일할 때나 1인분 값 못하는 거 같을 때는 쓰레기가 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불타 없어지는 가연성 쓰레기에 가깝다. 문제는 태워서 없어지지도, 재활용되지도 않는 유해 폐기물이 된 것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다. 잘하고 싶어 했던 행동이 독으로 돌아와 빌런이 됐을 때, 철석같이 믿었던 결과가 전혀 다른 결괏값으로 돌아올 때, 와르르 무너지고 엉뚱한 곳에 가서 화풀이할 때, 성가신 똥파리떼 같은 악플에 종일 신경이 예민해 있을 때, 과거의 말과 행동이 지금의 내 발목을 잡을 때, 생산적이지 않은 일들로 귀한 하루하루를 뭉갤 때, 정해진 결과를 붙들고 고꾸라져 있을 때, 꿈속에서도 답 없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잠에서 깨면 유해 폐기물에 절여진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쓰레기는 모아두면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차가 와서 수거라도 해가지. 쓰레기가 된 내 무료 카지노 게임은 내가 끌어안고 해결해야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더러워진 무료 카지노 게임을 씻기든, 망가진 몸과 마음을 고치든 뭐라도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에너지를 귀신같이 빼앗는 것들과 거리를 두고 에너지를 채우는 것들 가까이로 갔다. 카페인, 가십, 숏폼, 통·번역이 필요한 어긋난 관계, 말과 행동을 자기 검열하게 만드는 순간,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 같은 존재와 멀어졌다. 대신 루틴, 운동, 산, 책, 산책, 단식,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시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정 거리를 유지한 관계,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을 평정심과 가까워졌다. 좋게 표현하면 일상이 단정해졌다. 정확히 말해 현실이 단출해졌다. 무해하진 못하더라도 유해하지 않게 살기 위해서 물건이건 사람이건 기억이건 번잡한 걸 늘어놓는 일을 최대한 피하는 중이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지구는 공기 때문인지 유통기한이 있다. 공기가 있어 사람이 살 수 있지만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뭐든 썩는다. 쓰레기 더미에 있으면 쓰레기화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 결말이겠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 그래서 쓰레기 같은 생각과 습관은 집어치우고 덜 유해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악착같이 단조로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