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신변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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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Feb 28. 2025

8년 전 글이 발굴되면 생기는 일(Feat. 카지노 게임)

무용한 일은 없다는 믿음

브런치에서 보낸 알람이 떴다. 협업을 위한 ‘작업 요청’, 또는 ‘출간 및 기고 목적’ 그것도 아니라면 궁금증을 물어보기 위한 ‘기타’, 셋 중 하나일 거로 생각카지노 게임. 그동안 대부분이 그런 목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강연 섭외’ 목적이었다. 강연? 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 막혔다. 무대공포증이 있어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걸 죽을 만큼 싫어하는 내향형 인간에게는 자동으로 두드러기가 솟는 단어였다. ‘강연’이라는 글자에 꽂혀 일단 ‘No 모드’를 켜고 정중한 거절 답변을 보내기 위해 메일을 열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신자는 카지노 게임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신규 프로젝트팀. 새롭게 론칭하는 콘텐츠에 출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콘텐츠 콘셉트는 ‘초보를 위한 스벅 덕후의 강의’였다. 8년 전 썼던 카지노 게임에 대한 글 <왜해외까지 가서 카지노 게임를 가?를 보고 연락했다고 했다. 냉장고 자석이나 열쇠고리를 사는 대신 현지 카지노 게임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을 기념품 삼아 여행을 추억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에 별 기대 없이 썼는데 공개하자마자 반응이 뜨거워 카지노 게임 팬이 이렇게 많구나! 조회수와 댓글로 체감했던 글이었다.

쓴 지 8년도 지나 먼지 뽀얗게 쌓인 글을 꺼내 내게 출연 제안 메일을 보낸 담당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사이 카지노 게임를 향한 덕심이 흔들리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아둔한 덕후지망생을 노리는 사기인가? 온갖 망상이 머리를 뒤흔들었다. 나는 지금도 카지노 게임를 즐겨 다닌다. 다만 물처럼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허브차를 홀짝이며 마시며 골드 회원을 유지 중이다. 밑져야 본전, 잃을 거라고는 메일 계정 털린 것뿐이겠거니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몇 가지 질문을 담아 메일을 보냈다.


몇 번의 메일이 오간 후에야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의도로 제작되고, 어떤 사람들이 출연하는지 자세히 알게 됐다. MD, 커스텀 음료,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주제가 있었다. 그중 나는 매장 편 담당이었다. 카지노 게임 덕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대주제를 듣고 사실 망설였다. 감히 ‘스벅 덕후‘라고 자처하기에 내 공력은 진정한 스벅 덕후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출연을 망설이던 나는 담당자의 따뜻한 한마디에 출연을 결심했다.


다른 덕후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말로
진정한 덕후의 마침표 같은 자세죠.


얼마 후 서울 모처의 스튜디오에서 촬영카지노 게임. 여러 사람 앞에서 판서하면서 말하는 강의가 아니라 소파에 앉아 진행자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평생 콘텐츠를 기획하고, 섭외하고, 구성하고 매만지며 해왔던 일을 한 발짝 떨어져 보게 됐다. 카메라 뒤에서 스태프로 그림자처럼 일했던 내가 카메라 앞에서 출연자로 섰다. 처음에는 얼떨떨해 뚝딱거렸다. 진행자분이 잘 리드해 주신 덕분에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졌다. 제작진의 섬세한 배려와 프로페셔널한 진행으로 (내 기준상) 무난하게 촬영을 마쳤다. 헛소리도 많이 했지만, 편집의 신들 덕분에 제법 멀쩡한 사람처럼 나왔다.

8년 전의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시간이 흘러 언제 쓴 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글이 나를 카지노 게임 덕후로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들 줄을 말이다. 글을 쓰는 일이 무용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빈 허공에 대고 펀치를 날리는 것처럼 허무하고 헛헛할 때가 대부분이다.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반응 예를 들자면 조회 수가 터지거나, 관련 제안이 오거나, 책으로 완성되거나, 독자들의 뜨거운 후기를 마주하는 순간은 글 쓰는데 들이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드물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한동안 나를 무겁게 짓누르던 말이었다. 목적을 잃었을 때 쉽게 절망에 취해 동력을 잃는 내게 끝이 보이지 않는 슬럼프의 계절이었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들이 울컥울컥 차올라 손을 놓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잠시 호흡을 고를지언정 완전히 놓지 않고 꾸역꾸역 뭐라도 쓰고 있었다. 약빨 떨어지기 직전, 타이밍 좋게 카지노 게임 전에 쓴 글이 내 멱살을 잡고 나를 현실로 데려다 놨다.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경험하게 됐다. 일개 단발성 게스트일 뿐이었지만 이번 일은 오래 품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내가 과거 어떤 모습과 자세로 일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따로 있었다. 당장은 뭐 하고 있는 건가, 현타가 오는 헛짓거리 같은 일이라도 그게 쌓이고 쌓이면 뭐가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꾸만 가라앉는 기분과 무겁게 주저앉는 엉덩이를 찰싹 때려줬다. 답 없는 고민 끌어안고 있지 말고 행동하라고, 또 세상 밖으로 나가라고 나를 떠밀었다.


https://youtu.be/66RIv2VZS-Y?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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