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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Apr 07. 2025

당신들의 유산을 나의 방식대로 가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엄마 아빠가 살던 구옥을 리모델링하다

1. 부담스러운 직감

2025년 4월. 다시 시계를 돌려 작년 유품정리업체와 공간을 비우던 시점을 돌아가 기억을 더듬는다. 2024년 12월. 유품정리를 끝내고 공간을 모두 비웠을 때,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여행을 다녀왔다. 유품정리를 끝내고 나면 마냥 홀가분할 것 같았지만 사실은 인테리어와 이사라는 더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상속문제를 정리하며 자연스레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자의 반타의 반 내가 하게 되었기에. 예산은 빠듯했고 내가 지내기로 한 공간인 데다 공간을 다루는 게 업이다 보니 결국은 전체를 기획하고 이끌어가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큰 프로젝트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 직감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솔직한 심정으론 잠시라도 외면하고팠다. 유품을 분류하고 골라내며 정리카지노 게임 사이트 과정도 물건들을 눈으로 훑어보며 분량을 가늠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어려운 일임을 실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마아빠와의 기억이 얽힌 물건들을하나하나분류하며 닦고 포장하고 기부하고 나누거나 폐기하며 나의 시간들도 함께, 더불어 몸과 마음도 배터리 나가듯 닳아가고 있었다. 트럭 두 대분량으로 물건들을 비우기를 마쳤을 때, 형언할 수 없는 무게와 허무를 동시에 느꼈다.


2. 부모님을 보내고 남은 자식의 삶은

엄마아빠 두 분의 물건들을 정성을 다해서 정리하려 했던 까닭은 다른 이들, 언니들도 이해하지 못했고 나 자신도 명쾌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여행을 떠나 정리의 과정을 돌아보며 뒤늦게 깨달았다. 그 물건들은 엄마아빠의 삶을 관통해 온 것들이었고 그들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우리와 연관된 무엇이었기에 정리하는 순간순간 온갖 종류의 기억들과 감정들이 올라왔다. 물건들과 함께 그것들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당신들을 내 마음속에서 보내고 내 안에 남아있는 기억과 감정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르게 이제 당신들을 모두 떠나보낸 자식으로서 당신들의 삶과 나와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과정이었다. 당연히,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생각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과정이기도 했다.

낯선 이국의 거리에서, 항구에서, 외국작가의 작품들 앞에서 엄마아빠와의 장면들이 떠올랐고 때때로 겹쳐 보였다. 그리고지친 다리를 끌고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확인한 뉴스에 뜬 "계엄령"이라는 세 글자.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고 다음으론 공포와 분노가 뒤섞여 잠이 오질 않았다. 적어도 주권자로서 의사를 표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행을 생각보다 일찍 마치고 돌아와 추위 속에 거리 속에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방향은 더욱 또렷해졌다. 후회하기보단 하고픈 것들을 행하자, 마주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들을 소중히, 매일을 성실히, 누리는 것들을 감사히,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가볍게살아가야겠다는 마음.


3.압박감

그 와중에 가족단톡방에 글이 올라왔다. 인테리어를 서둘러 완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들. 빨리 인테리어를 완성하라는 재촉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었다. 겨울이 가기 전에 인테리어를 완료해야 사람들이 월세를 찾는 학기 전후에 방을 내놓는 등 집 관리를 하기 편할 거라는 것이 그 요지였다. 아직 정리가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에게 맡긴다고 하고는 왜 재촉을 하는 걸까 가슴이 답답해졌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정확히 가늠할 순 없어도 한두 달은 넘기리라는 게 전시나 행사를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과정을 이끌어본 나의 의견이었지만, 다들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할 수 없이 견적서와 공정표부터 보여주기로 했다. 기획자로 전시든 행사든 기획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획을 하며 제안서와 견적, 공정표를 정리해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예상공정표와 견적서를 보여주고 나면, 이해하겠지 예상했는데,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듯 반응이 없었다. 최소한을 한다면, 도배, 장판, 싱크대 교체정도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럼 3일 정도면 끝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반문말을 잃었다.

결국 2월 말을 기한으로 서둘러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정리하고 어떻게 보수할지 정하려면 충분히 자료와 현장을 조사하고 기획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데, 엄마 아빠가 살던 집이라 더욱 소중히 다루고 싶었는데, 연말연시 여행과 함께 세운 새해 계획을 함께 진행해 나갈 수 있을까…, 속상한 마음과 온갖 생각이 뒤엉키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이 실제 진행되는 과정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는 고민을 접었다. 부담감과 압박감을 안고 다만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그것들을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을 비우며 가볍게 살겠다는 결심은 공동의 자산이 된 집 보수관리라는 중압감에 짓눌리고 있었다.나는 계획을 세우며 괜찮아, 괜찮아, 예산과 시간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만 하자, 괜찮아, 이 과정만 잘 끝내보자, 자꾸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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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내 삶의 우선순위

그렇게 시작된 인테리어는 해가 가고 달이 넘도록 조사와 현장 실측 그리고 견적의 연속이었다. 업체들을 검색하고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너무 많은 정보와 업체, 그리고 알 수 없는 업계의 기준에 골치가 아팠다. 전시나 행사세팅업체와 현장일을 진행해 보았다고 해도 기획과 현장공정, 감리라는 과정만 이해하고 있을 뿐, 인테리어 업계의 현장과 전문인부들의 세계를 알리가 만무했으니. 맨땅에 헤딩하듯 닥치는 대로 정보를 검색해 나가며 기획의 얼개를 세우는 수밖에. 기관에서 낯선 업무를 맡은 실무자처럼 일을 진행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검색과 클릭으로 훑어본 업체들과 알고리즘을 타고 이어지는 광고들 속에서 크게 세 부류의 업체들과 견적을 내보았다. 우선 한샘과 리바트, 브랜드 종합인테리어 업체. 두 번째로 온라인 인테리어플랫폼 서비스 내 온라인 견적 인테리어업체, 세 번째로 온라인 인테리어전문 중개플랫폼을 통해 소개받은 중소규모 종합인테리어 업체. 이들의 종합인테리어 견적 그리고 온라인 인테리어 커뮤니티에 가입해 다른 이들의 셀프인테리어, 반셀프인테리어 과정, 후기글을 읽어보며 후기가 있는 각 공정별-예를 들면, 새시, 현관, 목공, 욕실, 싱크 등) 업체들과 숨고 와 당근과 같은 중개플랫폼을 통한 공정별 업체의 각 공정별 견적.

각각의 업체와 전화통화를 하고 미팅약속을 잡고 공간을 보여주며 보수할 것들을 논의하고 실측하는 과정이 끝나고 나면 다시 문자나 메일로 견적서를 받는 것까지 함께할 업체를 정하기 해선 필수적인 일이니 허투루 할 수 없었고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업체별로 집을 바라보는 관점도 어디를 어떻게 보수해야 할지 제시하는 방법도, 내가 우려하는 부분이나 예산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의 반응도 천차만별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질문도, 나의 질문에 답하는 것도 달랐고 실측 이후에 보내온 견적서의 금액도 역시나 천차만별이라 몇 천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전시기획을 하면서도 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였다. 업체들이 실측하며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로서 막연했던 인테리어 공정과 각 공정별 특징이나 주의사항들을 귀동냥할 수 있었다. 그들이 보내온 견적서를 비교하며 공정별로 고정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비용과 자재의 금액대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몇 주를 숨 가쁘게 미팅, 리스트업, 견적비교에 골몰하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문득 이게 업무를 하고 있는 건지 살림을 하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5. 당신들의 유산을 내 삶 속에 재창조카지노 게임 사이트

입사지원서를 쓰거나 프리랜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이렇게 골몰하고 있는 게 맞나 초조해졌다가 그럼 이걸 대충 해야 하는 걸까, 엄마아빠의 유산 그리고 내가 살 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유로 대충 보수하고 도대체 다른 어떤 것에 정성을 들여야 하나. 그게 내가 원하는 삶, 내가 생각하기에 제대로 된 삶이 맞나 하는 질문이 내 안 깊숙한 어딘가에서 날아들었다.

아니, 그런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분명히 답할 수 있었다. 지금 나에게 일에서의 성취가 이것보다 우선순위가 아님을 확인하고 나니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고민할 것이 없었다. 그 이후론 이따금 잘 지내냐는 지인들의 안부인사에 이어지는 요즘 어떤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도 나는 거칠 것 없이 답했다. 엄마 아빠가 살던 집을 보수하고 이사 갈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나는 그들의 유산을 외면하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 나의 삶 속에서 재창조하는 과정 중에 있었다.

1월 말, 그때까지 낸 견적들을 모아 비교해 보며 2월 중에 업체와 함께 진행하게 될 세부공정과 이사 한편으론 월세공고 스케줄을 정리했다. 더 싸고 더 검증된 업체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집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고 조사와 미팅, 견적서와 커뮤니티게시판의 후기글들을 검토하며 반드시 해야 할 보수들부터 적어내려 갔다. 업체별 보수방안과 제안한 견적들을 비교해 보며 가장 합리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공정을 진행할 있는 방법을 궁리하며 선택지를 좁혔다.

최종적으로 새시와 싱크대는 A/S기간이 3년 이상인 브랜드업체로, 도배와 장판 그리고 최소한의 도기교체로 대체하기로 한 욕실은 철거를 함께하는 지역 소규모 인테리어업체와 진행하여 전체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숨 돌릴 틈 없이 곧바로 계약의사를 전했다. 최대한 빨리 연락해서 스케줄을 논의해야 내가 원하는 스케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연락을 돌리며 새시도 싱크대도 주문제작이라 2주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거나 도배와 장판이 각각 다른 온도와 습도를 요하기에 연이어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거나 하는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최대한 조율해 가며 2월 말 이삿날까지 빠듯하게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인테리어 과정의 첫 단계, -조사와 미팅, 실측과 계약을 아우르는-기획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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